수m 콘크리트벽으로 '철통방어'·식량도 갖춰…"핵전쟁 버티도록 설계" 주장도
[우크라 침공] 결사항전 거점된 아조우스탈…"광활한 부지에 복잡한 지하터널"
함락 직전의 마리우폴에서 '아조우스탈'(아조프스탈) 제철소가 러시아에 맞선 우크라이나군 최후의 항전 근거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 거대한 규모와 복잡한 구조, 특히 '지하 터널망' 덕분이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아조우스탈은 유럽 제철소 중 최대 규모로 손꼽힌다.

2019년 연간 조강(crude steel·미가공 강철) 생산량이 400만t에 달했다.

우크라이나 전체 생산량의 약 3분의 1이었다.

마리우폴 주민 상당수가 이 제철소를 통해 생계를 유지했다.

당초 옛 소련 시절 초기에 건설됐다가 나치 치하이던 1941∼1943년 파괴된 뒤 재건된 이 시설의 전체 면적은 10.4㎢로, 우리나라 여의도 전체 면적(8.9㎢)을 뛰어넘는다.

제철소 경내에는 수많은 건물이 촘촘하게 들어 차 있다.

건물 상당수는 두께 수m짜리 벽체를 지녀 철통 방어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굴뚝, 용광로는 물론 생산된 강철 코과 철판 등도 쌓여 있다.

범위가 넓고 복잡한 만큼 우크라이나군의 매복 공격에 유리한 환경이다.

제철소 지하에 설치된 터널 망은 현재 우크라이나군의 마지막 거점이다.

마리우폴 항전을 이끄는 '아조우 연대'뿐 아니라 민간인 약 1천 명도 이 터널에 은신 중이다.

제철소 소유주 메틴베스트에 따르면 이 터널은 원래 제철소 건물 사이에 장비나 원자재 등을 쉽게 옮기려는 목적으로 설치됐다고 한다.

친러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군의 얀 가긴 보좌관은 최근 러시아 국영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 터널에 대해 "핵전쟁을 버틸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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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쟁에 대비해 식량이 다량 비축돼 있어 장기간 '버티기'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관측도 있다.

가긴 보좌관은 "제철소 지하에 아예 다른 도시가 하나 더 있는 셈"이라며 "폭격을 견뎌내고 침입을 차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했다.

NYT 등은 아조우스탈 내에 통신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점도 우크라이나군의 방어에 유리한 점이라고 설명했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싱크탱크 벨퍼센터의 마리아나 부제린 연구원은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대해 "작은 요새나 마찬가지"라며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대형 산업시설에 숨어드는 것이 전략적으로나 보안상 이점이 있다"고 NYT에 말했다.

아조우스탈에 숨어든 우크라이나군은 '무기를 내려 놓으면 목숨은 보장하겠다'는 러시아 측의 이날 마지막 투항 권고에도 응하지 않은 상황이다.

약 2달째 집중 공세를 퍼붓고도 마리우폴을 확보하지 못한 러시아 측은 마지막 물량 공세에 나선 모습이다.

우크라이나 군사 전문가인 세르기이 즈구레츠는 로이터통신에 "러시아군이 아조우스탈 지역에 '고중량 폭탄'을 사용하고 있다"며 "워낙 넓고 건물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데니스 프로코펜코 아조우 연대 사령관은 트위터에서 러시아 측이 "유도 기능이 없는 재래식 폭탄, 벙커 버스터 등 온갖 폭탄을 다 쏟아붓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마리우폴은 이미 러시아 측이 상당 부분 통제권을 확보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과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를 잇는 길목에 있어 최대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마리우폴이 함락되면 우크라이나로서는 주요 항구이자 귀중한 산업 자산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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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