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드라마, 중국·동남아 저가 공세에 위협받아…콘텐츠 현지화 노력" JTBC스튜디오가 사명을 SLL(Studio LulluLala)로 변경하고, 글로벌 스튜디오로 거듭나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다.
SLL은 1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미디어데이 행사를 열고 제작비와 제작에 필요한 재원 마련 등을 위한 펀드 결성, 핵심 리소스 확보 등에 향후 3년간 3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최근 원천 IP(지식재산)의 드라마, 영화, 예능 등 장르 확장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신선하고 차별화된 IP 기획과 개발,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정경문 SLL 대표이사는 2024년에는 2조원 이상의 매출 규모를 확보할 예정"이라며 "2019년 기준 BBC 연매출이 2조원인데 우리가 그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보다 글로벌 매출이 더 높은, 드라마뿐만 아니라 영화, 예능, 디지털 장르를 커버하는 스튜디오로 (다른) 글로벌 스튜디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투자 목표를 설명했다.
투자 자금은 사전투자유치(프리IPO)를 통해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SLL 설명이다.
최재혁 SLL 전략실장은 자금 조달 방법 관련 질문에 "현재 프리IPO를 유치했고, 지속적으로 저희와 함께 하려는 파트너사가 있다"며 "자금 조달을 당장 급하게 할 상황은 아니고, 일부 차입으로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LL은 사명 변경 이유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 대표이사는 "JTBC스튜디오는 안정적이고, 고마운 회사명이지만, 우리는 JTBC 채널만의 드라마를 만드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앞으로 글로벌 톱티어(Top-tier) 제작사가 되기 위해 사명을 바꿨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는 K드라마의 더 큰 성취를 위한 과감한 의지가 담겨있다"며 "다양한 크리에이터가 모여 언어의 경계를 넘나들며 글로벌로 확대해가는 스튜디오가 SLL의 미래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SLL 산하에는 '지옥', 'D.P.' 등을 제작한 클라이맥스스튜디오, '스카이 캐슬', '부부의 세계'를 만든 드라마하우스, 할리우드 베테랑들이 모인 wiip(윕), '이태원클라쓰'를 만든 콘텐츠지음, '지금 우리 학교는'을 제작한 필름몬스터, 디즈니+ 시리즈 '카지노' 제작을 맡은 BA엔터테인먼트 등 15개 제작사가 있다.
최 전략실장은 "SLL은 각각의 레이블(제작사)이 가진 창의성이 가장 잘 발휘되고, 이들이 독립성을 갖고 활동할 수 있도록 '머더 컴퍼니'(모회사) 역할을 한다"며 "그래서 SLL에서 나오는 콘텐츠가 다채롭고, (여러 제작사가) 뭉쳤을 때는 시너지를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이사는 "최고 수준의 레이블(제작사)과 세계 시장에서 새로운 (제작) 생태계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재벌집 막내아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수리남', '카지노' 등 35편 이상의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SLL은 해외 제작사 설립을 추진하며 글로벌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나선다.
K-콘텐츠 수요가 높은 일본과 동남아시아가 1차 타깃으로 올해는 일본에 제작사를 설립하는 것이 목표다.
싱가포르에도 현지 법인을 설립해 K-콘텐츠 수출을 넘어 현지 언어와 문화에 기반한 콘텐츠를 직접 제작할 예정이다.
미국 법인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정 대표이사는 "일본은 전통적인 콘텐츠 강국이자 K 콘텐츠를 사랑하는 매력적인 시장이고, Z세대의 인구 비중이 높은 동남아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K드라마는 위험에 빠져있다.
동남아, 중국 등이 저가 공세를 하며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며 "K드라마의 부가가치 창출만으로는 제작 원가를 충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콘텐츠를) 현지화해 제작하는 방식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SLL은 영상 콘텐츠 외에도 IP 기반의 대체불가토큰(NFT), 메타버스 등 다양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