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치료로 시작, 상 휩쓴 김성찬 작가…22일까지 동료들과 전시회
팝아트와 같은 강렬한 색조에 감각적으로 왜곡된 원근감이 먼저 눈에 띈다.

조금 더 들여다보면 창의적으로 과장된 직선과 곡선의 표현 속에 견고히 자리 잡은 피사체의 섬세한 디테일을 발견할 수 있다.

살펴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모두 김성찬(25) 작가의 작품이다.

밀알복지재단 소속 예술단 '브릿지온 아르떼(Bridge on Arte)'에서 활동하는 작가인 그는 자폐장애 1급의 발달장애인이다.

타인들과 소통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김 작가에게 예술은 장애로 인해 온전히 표현하지 못하는 자신의 언어를 그려내는 방법이다.

그의 어머니 김소희(49)씨는 18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어렸을 때부터 (김 작가가) 그림을 좋아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뒤늦게 고등학교 때부터 제대로 그림을 시작했는데 시작한 해부터 상을 받기 시작해 본격적으로 미술을 시작했다"며 웃었다.

그는 '장애가 오히려 예술에 강점이 되는 부분이 있는가'는 질문에 "기술적인 부분을 쌓아 올리며 완성되는 비장애인의 예술과 달리 그런 과정을 무시하고 개성과 본인의 표현이 중심이 되는 그림을 그리다 보니 투박하면서도 재밌는 작품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작가가 미술을 처음 접한 것은 그가 세살 때 미술치료를 받으면서였다고 한다.

처음부터 그림에 남다른 집중력과 재능을 보여 주변에서 "그림을 전문적으로 가르쳐보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지만 김 작가의 어머니는 장애 아이를 가르칠 선생님을 찾는 문제와 경제적 이유 등의 이유로 망설였다고 한다.

용기를 내 동네 미술학원에도 보내봤지만, 학원에서 가르침을 받기보단 돌봄과 보호를 받으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에 곧 그만두게 됐다고 한다.

그러다가 김 작가가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던 해 장애인 아이들도 가르치는 선생님을 만나게 됐고, 그때부터 김 작가의 재능이 꽃피우기 시작했다.

김 작가는 2016년 전국 장애 청소년 미술대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2017년에는 서울 발달장애인 사생대회 일반부 금상, 전국 장애 청소년 미술대전 대상 등을 받으며 각종 대회를 휩쓸었다.

2019년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지하철을 주제로 한 '남극으로 가는 지하철'이라는 그림책을 출간하고 북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이후 주변인의 소개로 밀알복지재단 예술단인 브릿지온 아르떼에 면접을 통해 합류했고, 브릿지온 아르떼를 지원하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고용돼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김 작가도 이에 의욕적이다.

어머니 김씨는 "(김 작가에게) '동네 복지관에 갈래, 출근할래?' 물어보면 1초도 고민을 안 하고 1시간도 더 떨어진 화실로 출근한다고 그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모든 장애인 부모들의 꿈은 부모 없는 세상에서도 자식이 혼자 잘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통해 지금처럼 직업과 경제적 능력을 갖추고 살면서 전시회도 계속한다면 이상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작가는 이날부터 22일까지 서울 강남구에 있는 '마롱197' 전시관에서 또 다른 발달장애 작가 6명과 함께 그의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