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병동 특파원'의 두 번째 투병기…'다시 말해 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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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이겨낸 채널A 황승택 기자, 청력 상실·회복 담은 에세이 출간
수년간의 백혈병 투병기를 '저는 암병동 특파원입니다'라는 독특한 에세이로 풀어냈던 채널A의 황승택 기자가 또 한 번의 투병 에세이 '다시 말해 줄래요?'로 돌아왔다.
너무나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인생 42년 만에 급작스럽게 찾아온 청력상실에 관한 이야기다.
암 투병만도 끔찍한데, 더는 들을 수 없는 현실을 맞은 저자는 두 번째 역경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혈액암에서 벗어나 회사로 복직한 지 1년 남짓 됐던 2020년 8월. 황 기자는 고열이 계속되자 병원을 찾았고, 급성중이염으로 청력을 잃었다는 선고를 받는다.
여러 차례 암 재발에도 기자정신을 발휘해 르포 쓰듯 투병기를 남기고, 인세를 소아암 어린이에게 전액 기부했던 그는 정말이지 예상치 못한 시련에 좌절하고 만다.
'왜 하필 나입니까'라며 억울해하기도, 한탄하기도 했던 그는 마땅한 답을 얻지 못하자 과거 암 투병을 앞뒀던 때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간다.
"차라리 현실을 받아들이고 절망에서 재빨리 빠져나오는 게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이라는 건 그동안 긴 투병 생활을 통해 몸으로 깨달은 원리였다.
"(12쪽)
저자는 청력 상실의 선고부터 수술을 받기 전까지 200일 동안 겪은 '소리 없는 세상'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없이 추락하는듯한 절망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특유의 낙관과 긍정에 기대어 한 줄기 빛을 따라가는 여정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소리를 그리워하면서도 청인 중심의 사회가 청각 장애인을 소외하고 배제했던, 비장애인 중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다.
저자는 소리 없는 세상에서 200일을 버틴 후 인공와우 수술을 받고서 장치의 도움을 받아 청력을 회복해가는 과정도 풀어놓는다.
생애 첫 '듣기 훈련' 과정을 접하는 건 세상의 소리가 아닌 차별의 소리였다.
그로 인한 소외감은 황 기자의 마음을 그늘지게 한다.
듣기에 어려움을 겪으며 점점 더 커지는 목소리, 제대로 듣지 못해 이해하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다시 말해 주겠어?'라는 말이 입안에서만 맴돌았던 기억을 털어놓기도 한다.
물론 저자는 또 한 번의 시련을 이겨내고 병상에서 일어나 다시 회사로 복귀했다.
그는 두 번째 투병기에서 고난을 견뎌낸 강한 의지만을 말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병마와 싸우며 내면에 들어선 슬픔을 마주하고, 괜찮은 척, 강한 척하며 투병과 상실의 고통을 숨기는 일은 이제 내려놓는다.
"이제는 무조건 긍정적 사고로 미래만을 생각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슬픔과 공포는 있는 그대로 직면하고, 그럼에도 찾아오는 좌절은 마음이 이겨 낼 충분한 시간을 줘야겠다.
인생이라는 긴 페이스를, 아픈 몸을 살아가는 나에게 필요한 건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솔직함과 감정의 파고가 잦아들 때까지 조급해하지 않는 여유인 것 같다.
"(219쪽)
민음사. 236쪽. 1만5천원.
/연합뉴스
너무나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인생 42년 만에 급작스럽게 찾아온 청력상실에 관한 이야기다.
암 투병만도 끔찍한데, 더는 들을 수 없는 현실을 맞은 저자는 두 번째 역경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혈액암에서 벗어나 회사로 복직한 지 1년 남짓 됐던 2020년 8월. 황 기자는 고열이 계속되자 병원을 찾았고, 급성중이염으로 청력을 잃었다는 선고를 받는다.
여러 차례 암 재발에도 기자정신을 발휘해 르포 쓰듯 투병기를 남기고, 인세를 소아암 어린이에게 전액 기부했던 그는 정말이지 예상치 못한 시련에 좌절하고 만다.
'왜 하필 나입니까'라며 억울해하기도, 한탄하기도 했던 그는 마땅한 답을 얻지 못하자 과거 암 투병을 앞뒀던 때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간다.
"차라리 현실을 받아들이고 절망에서 재빨리 빠져나오는 게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이라는 건 그동안 긴 투병 생활을 통해 몸으로 깨달은 원리였다.
"(12쪽)
저자는 청력 상실의 선고부터 수술을 받기 전까지 200일 동안 겪은 '소리 없는 세상'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없이 추락하는듯한 절망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특유의 낙관과 긍정에 기대어 한 줄기 빛을 따라가는 여정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소리를 그리워하면서도 청인 중심의 사회가 청각 장애인을 소외하고 배제했던, 비장애인 중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다.
저자는 소리 없는 세상에서 200일을 버틴 후 인공와우 수술을 받고서 장치의 도움을 받아 청력을 회복해가는 과정도 풀어놓는다.
생애 첫 '듣기 훈련' 과정을 접하는 건 세상의 소리가 아닌 차별의 소리였다.
그로 인한 소외감은 황 기자의 마음을 그늘지게 한다.
듣기에 어려움을 겪으며 점점 더 커지는 목소리, 제대로 듣지 못해 이해하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다시 말해 주겠어?'라는 말이 입안에서만 맴돌았던 기억을 털어놓기도 한다.
물론 저자는 또 한 번의 시련을 이겨내고 병상에서 일어나 다시 회사로 복귀했다.
그는 두 번째 투병기에서 고난을 견뎌낸 강한 의지만을 말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병마와 싸우며 내면에 들어선 슬픔을 마주하고, 괜찮은 척, 강한 척하며 투병과 상실의 고통을 숨기는 일은 이제 내려놓는다.
"이제는 무조건 긍정적 사고로 미래만을 생각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슬픔과 공포는 있는 그대로 직면하고, 그럼에도 찾아오는 좌절은 마음이 이겨 낼 충분한 시간을 줘야겠다.
인생이라는 긴 페이스를, 아픈 몸을 살아가는 나에게 필요한 건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솔직함과 감정의 파고가 잦아들 때까지 조급해하지 않는 여유인 것 같다.
"(219쪽)
민음사. 236쪽. 1만5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