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성장으로 美 시장 겨냥 음반 '속속'…유통사가 요일 조정하기도
월요일 6시? 금요일 1시? 신곡 발매일 '흥행 방정식'
# 월요일이던 지난 4일 엑소 수호, 아이즈원 출신 가수 권은비, 신인 걸그룹 아일리원 등 무려 K팝 스타 세 팀이 신보를 냈다.

이날은 더구나 '제64회 그래미 어워즈'가 열려 가요계의 이목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쏠린 날이었기에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 그룹 세븐틴은 금요일이던 지난 15일 오후 1시 첫 영어 싱글 '달링'(Darl+ing)을 내놨다.

다음 달 발매 예정인 정규 4집의 선공개 곡으로 전 세계 캐럿(세븐틴 팬)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아냈다.

K팝 시장이 성장하면서 음반 발매일 공식도 다양화하고 있다.

17일 가요계에 따르면 가장 일반화된 신보 발매 시기는 평일 오후 6시다.

대부분의 가수가 실물 음반은 당일 오전부터 오프라인 매장에 풀지만, 음원은 오후 6시에 공개한다.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 관계자는 이를 두고 "과거에는 주로 자정 공개가 많았지만 지난 2017년 2월 문화체육관광부의 음원 유통 질서 확립을 위한 권고에 따라 실시간 차트 집계 기준이 바뀌면서 오후 6시 발매로 바뀌게 됐다"며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 발매된 음원만 실시간 차트에 즉시 집계되도록 하면서 오후 6시 발매가 정착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는 실시간 차트가 폐지됐지만 오후 6시 발매 관행은 이어져 오고 있다"며 "오후 6시는 학생이나 직장인 등이 귀가하면서 음원을 주로 소비하는 시간대라 새로운 음반·음원에 대한 주목도도 높일 수 있는 때"라고 부연했다.

그렇다면 지난 4일처럼 왜 매주 월요일에 컴백하는 가수들이 유독 많을까.

이는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 순위에 유리해서다.

KBS 2TV '뮤직뱅크'는 월요일부터 그다음 주 일요일까지, MBC TV '쇼! 음악중심'과 SBS TV '인기가요'는 월요일부터 그다음 주 월요일까지 음반·음원을 각각 집계한다.

따라서 월요일에 신보를 내야 집계 기간에 있어 손해 없이 온전히 성적을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북미 시장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스타들이 늘어나면서 금요일 오후 1시라는 발매 패턴도 등장했다.

방탄소년단·세븐틴을 비롯해 최근 스트레이키즈·트와이스·슈퍼엠 등 소위 '잘 나간다'는 팀들은 모두 금요일 오후 1시를 택했다.

가요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한국 시각 금요일 오후 1시는 미국 동부 시각 기준 금요일 0시"라며 "미국 빌보드 차트가 매주 금요일부터 차주 목요일까지 집계하기 때문에 빌보드 차트 진입을 염두에 두고 음반·음원 판매량을 최대한 반영시키려는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막대한 인기를 토대로 최대 100만장 이상까지 음반을 팔아치우는 팀들인 만큼 국내 순위에 연연하기보다는 미국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금요일 오후 1시를 골랐다는 것이다.

월요일 6시? 금요일 1시? 신곡 발매일 '흥행 방정식'
실제로 금요일이었던 지난달 18일 오후 1시 미니음반 '오디너리'(ODDINARY)를 발표한 그룹 스트레이키즈는 방탄소년단과 슈퍼엠에 이어 K팝 사상 세 번째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한 가수가 됐다.

이와는 반대로 상대적으로 얼굴을 대중에게 많이 알려야 하는 신인 그룹의 경우 발매가 몰리는 월요일을 피해 화∼금요일에 신보를 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유통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이때가 좋을 것 같다'는 식으로 발매 요일을 조정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한 신인 그룹 관계자는 "홍보가 필요한 신인들이 발매일을 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는 멜론 '최신 음악' 코너에 우리 앨범이 노출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유명 가수들이 컴백하는 날은 우리가 이 코너에 들어갈 수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러한 시기는 피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편,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 중량감 있는 가수의 경우 과감하게 자정 발매를 택하기도 한다.

어느 때 신곡을 내놓든지 어차피 1위가 확실시되는 '음원 강자'의 경우도 그렇다.

자정에 신곡을 내면 멜론 '톱 100' 차트에서 최근 24시간 누적 이용량이 쌓인 기존 곡들과의 경쟁을 뚫고 진입하기 어렸지만, 이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빅뱅은 지난 5일 0시 4년 만의 신곡 '봄여름가을겨울'을 발표해 음원 차트 정상을 휩쓸었다.

아이유 역시 지난해 10월 '스트로베리 문'(strawberry moon)을 자정에 내놔 발매 이튿날 결국 음원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