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해 옛 남친 의문사 의혹 조사도 급물살 탈 듯
'계곡살인' 이은해·조현수 인천지검 압송…수사 본격화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조현수(30)씨가 검거돼 인천지검으로 압송되면서 이들의 혐의 입증과 도피 과정 등에 관한 검찰 조사도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아울러 이씨의 옛 남자친구가 태국에서 의문사한 의혹 등에 대한 수사도 병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 남편 살인·살인미수 혐의 수사 본격화
이씨의 남편인 A(사망 당시 39세)씨가 숨진 것은 2년 10개월 전인 2019년 6월 30일이다.

당일 오후 8시 24분께 A씨는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의 절벽에서 웅덩이로 다이빙했다가 숨졌다.

A씨가 사망한 뒤 경기 가평경찰서는 타살 혐의점이 없는 변사 사건으로 내사 종결했으나, 2019년 10월 유족의 지인이 경기 일산 서부경찰서에 제보해 재수사가 진행됐다.

이씨와 공범인 조씨는 2020년 12월 살인·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미수 혐의로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 불구속 송치됐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피의자들 주거지 관할인 인천지검으로 사건을 이송했고 인천지검은 작년 2월 재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이씨 등이 수영을 전혀 할 줄 모르는 A씨에게 계곡에서 다이빙하도록 한 뒤 구조하지 않아 살해한 것으로 봤다.

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이씨와 내연남 조씨는 A씨 명의로 든 생명 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범행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검찰은 이날 인천지검으로 압송된 이씨 등의 구속영장을 17일이나 늦어도 18일에는 청구하고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수사를 이어갈 전망이다.

검찰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이씨 등에게 A씨를 구조할 의무가 있었고 이들이 범행을 사전에 계획했다는 점 등을 증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씨 등의 살인미수 혐의에 관한 조사도 이뤄질 예정이다.

검찰은 앞서 이씨 등이 2019년 2월 강원도 양양군 한 펜션에서 A씨에게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여 살해하려고 했으나 독성이 치사량에 못 미쳐 미수에 그친 정황을 포착하고 살인미수 혐의로 입건한 바 있다.

이들이 3개월 뒤인 2019년 5월 경기도 용인시 한 낚시터에서 A씨를 물에 빠뜨려 살해하려다가 잠에서 깬 지인에게 발각된 정황도 발견했다.

◇ 이은해 옛 남친 의문사 의혹도 수사
경찰은 이씨의 옛 남자친구가 태국에서 의문사한 의혹 등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이씨의 전 남자친구는 지난 2014년 7월 이씨와 함께 태국 파타야 인근 산호섬에서 스노클링을 하다가 사망했다.

당시 현지에서 단순 사고사로 처리된 부검기록 등을 확보한 경찰은 사건기록 등도 태국 당국으로부터 넘겨받아 계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현지에서 이미 익사로 처리된 건이라 수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이씨를 검거하는 대로 남자친구 의문사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태국에서 숨진 사망자의 친형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앞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제가 이씨를 통해 들었던 사고 당시 내용과 비교했을 때 실제 상황과 다르거나 저한테 얘기하지 않았던 내용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게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분명 제 동생도 타살 가능성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다만 그는 "제 동생과 관련한 사망보험금은 전부 저희 아버지께서 수령했다"며 "아마 이씨가 별도로 수령한 돈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잠적 뒤 검거까지 4개월…부친 통해 자수한 이은해
이씨와 조씨는 검찰의 2차 조사를 잡혀 있던 지난해 12월 14일 잠적해 4개월 넘게 도피 생활을 이어오다가 검거됐다.

이들은 도주하기 전날 검찰에 출석해 피의자 신분으로 첫 조사를 받으면서 확보된 증거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하고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지검은 지난해 2월 전면 재수사에 나선 뒤 9개월간 이씨와 조씨의 집을 압수수색하고 3차례 현장검증을 했다.

관련자 30명가량을 조사하고 이씨 등의 계좌를 추적하고 통화 내역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들이 잠적하자 곧바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뒤 자체 검거팀을 꾸리고 이들의 행방을 쫓았다.

지난달 30일에는 이들 피의자의 얼굴 사진 등을 언론에 제공하고 공개 수사로 전환했고 지난 6일에는 검·경 합동 검거팀도 구성했다.

경찰은 추적 전담팀 인원을 42명까지 확대하는 등 검거망을 좁혀갔고, 이씨는 이날 오전 아버지에게 자수 의사를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 아버지는 "딸이 자수하려고 한다"며 오피스텔 주소를 경찰에 알려줬고, 경찰은 이씨 아버지와 함께 해당 오피스텔을 찾아가 이씨와 조씨를 체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