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압력·글로벌 긴축 등에 불가피"
"최근 인플레, 공급 탓인 만큼 기준금리 인상 효과 미지수" 지적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14일 총재 공석 상태에서도 급하게 기준금리를 1.50%까지 끌어올렸지만, 전문가와 시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연말까지 두 차례 이상 더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거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과 미국의 예상보다 빠른 기준금리 인상에 대응하려면 기준금리가 연내 최소 2.00% 정도까지는 높아져야 한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너무 빨리 오르면 가뜩이나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불안한 경기에 충격을 주고 자영업자 등 취약 계층의 이자 부담이 빠르게 불어나 금융 전반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기준금리, 올해 두 차례 이상 더 오를 듯…"연말 2.00∼2.25%"
◇ 한은 "여전히 완화적"…이창용 "금리로 가계부채 관리 유도"
한은과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 0.25%포인트(p) 인상에도 불구, 통화정책이 '긴축' 기조로 돌아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주열 전 한은 총재는 지난 2월 금통위 통화정책 방향 회의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린다고 해도 긴축으로 볼 수 없다"며 "중립 금리와 준칙금리 수준 등 정책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여러 지표를 봤을 때 여전히 완화적이다.

물가가 올랐기 때문에 더 완화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금통위 다수의 의견은 성장 흐름이 예상대로 간다면 물가 오름세도 높고 금융 불균형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완화 정도를 지속해서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말 기준금리가 1.75∼2.00%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시장 전망에 대해서도 "시장의 기대는 합리적 경제 전망을 토대로 하고 있다"며 금통위의 현실 인식이 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의 가계대출 문제 해결 의지가 기준금리 인상에 더 힘을 실을 가능성도 있다.

이 후보자는 최근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보낸 가계부채 관련 서면질의에 "가계부채는 부동산 문제와 깊이 연결돼 있고 성장률 둔화 요인이 될 수 있어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안정화하는 것은 시급한 정책과제"라며 "한은이 금리 시그널(신호)을 통해 경제 주체들이 스스로 가계부채 관리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가계부채 등 금융 불균형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앞으로 기준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 전문가·시장 "올해 두∼세 차례 추가 인상…"연말 2.00∼2.25%"
전문가들도 올해 말까지 최소 두 차례, 많게는 세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당초 올해 기준금리가 세 번 정도 인상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최근 금융시장과 대외환경이 빠르게 변해 인상 압력이 커진 만큼 (금통위가) 세 번 이상 올릴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연말 기준금리가 최소 2.00%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연말 기준금리 수준을 2.00%로 전망했다.

그는 "정치권에서도 물가 상승을 민감하게 바라보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데다, 미국 외 유럽, 호주 등 주요국 중앙은행마저 긴축을 고려하는 상황"이라며 "이번 인상 외 7월과 10월 중 두 차례 추가 인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재성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경기 둔화 부담에도 불구하고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이 예상보다 거세 금리 인상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현재 선도금리계약(FRA)에 반영된 금리 수준 등을 근거로 현재 시장의 기준금리 전망치 상단을 2.00∼2.25%로 분석했다.

2.00%까지는 앞으로 연내 0.25%포인트씩 두 차례, 2.25%까지는 세 차례 추가 기준금리 인상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기준금리, 올해 두 차례 이상 더 오를 듯…"연말 2.00∼2.25%"
◇ "경기 둔화·취약층 이자 부담 등 고려해 인상속도 조절해야" 조언도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경기 불안이 어느 때보다 고조된 만큼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금통위 회의에 앞서 "경제적 요인만 보면 동결 결정을 내려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너무 커졌는데,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물가 안정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 확실하지 않은 반면 분명히 경기에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물가 상승이 금리로 조절할 수 있는 수요 측 요인이 아니라 전쟁, 공급 차질, 임금 등 비용과 생산 측 요인의 인플레이션인 만큼 성급한 기준금리 인상이 물가는 잡지 못하고 자칫 경기 하강만 부추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도 "특히 올해 하반기 경기둔화 요인이 물가 상승 요인보다 많은 만큼, 거시정책의 방향도 물가 상승에 대한 단기 대응 이후 점차 성장률 하방 리스크(위험)에 대응하는 쪽으로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지난 2월 내놓은 수정 경기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3.0%로 유지했지만, 이 예상의 전제에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면 무력 충돌 사태가 반영되지 않았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와 대출금리 상승 속도가 빨라지면 자영업자나 다중채무자 등 취약계층의 이자 상환액이 불어난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은 역시 최근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앞으로 완화적 금융 여건이 정상화되는 과정(금리 인상 등)에서 대내외 여건까지 악화할 경우, 취약차주의 상환능력이 떨어지고 그동안 대출을 크게 늘린 청년층과 자영업자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신용 위험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