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 1억 가까이 쌓여…거리두기 완화됐지만 아직 체감 못 해" "대출을 갚기 위해 반강제로 버텼습니다.
폐업하는 순간 대출을 상환해야 하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운영한 겁니다.
"
13일 오후 3시께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있는 한 호프집. 이곳을 5년간 운영해온 문영태(44) 씨는 스무 개의 테이블 사이를 오가며 홀로 손님을 맞이할 준비에 한창이었다.
문씨는 "직원이 있었지만, 코로나가 터진 뒤 1년 정도 지나고부터는 혼자 일했다"며 "(직원) 몇 명을 내보내고 나니 남은 사람들의 일 강도도 높아졌고, 급여를 올려주지 못하니 나중에는 알아서들 나갔다"고 했다.
2년 전 이곳은 월 3천여만원씩 매출을 올리는 가게였지만, 코로나19로 강력한 거리두기 조치가 시행되면서 매출이 90% 가까이 떨어진 적도 있다고 했다.
그는 "기존에 갖고 있던 현금을 다 소진하고, 추가로 8천만원 정도 대출을 받았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거리두기를 시작할 때는) '2주 연장', '3주 연장' 이런 상황이었잖아요.
그래서 '이것만 버티면 괜찮아지겠지, 보상해주든 영업을 할 수 있게 해주든 둘 중의 하나는 하겠지' 하고 믿은 거죠. 그런데 그렇게 믿으면 안 되는 거였어요.
차라리 집을 팔든 전세금을 빼든 해서 대출 상환하고 가게를 접었다면 1억 가까이 되는 빚을 질 필요 없었겠죠."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되새기며 그는 "10여 년 동안 요식업에 종사했는데 처음으로 자영업에 뛰어든 걸 후회했다"고 털어놨다.
또 "작년 가을께부터는 가게 월세를 못 낼 정도였다"며 "원래 이 업종이 7∼8월과 연말에 매출이 오르는데 그런 특수가 전혀 없었다"고 했다.
문씨의 아내는 코로나19 이후 생활비를 보태려고 중학교에서 급식 배식·운반 일을 시작했다.
그는 "아내가 일을 안 했으면 좋겠다.
밤마다 아파하는데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문씨는 부업으로 택배와 배달 알바를 전전하다 최근에는 생필품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자신의 가게인 호프집에서도 하루 평균 12시간 정도 일해야 해 결국 잠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퇴근해도 부업을 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또 늦게 자고…악순환이죠. 새벽에 수산시장에 가야 하는 날은 가게에서 쪽잠을 자기도 하고요.
여행 같은 건 못 간 지 오래예요.
" 그는 최근 인원 제한이 완화된 뒤에도 경기가 살아나는 분위기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지역이 '오피스 상권'이어서 코로나19에 예민하고, 아직은 조심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그는 "거리두기가 완전히 해제된다고 해도 장사가 바로 잘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지난 2년 동안 (정부에서) 돈은 많이 풀었지만, 서민들 삶 속엔 돈이 없었다.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가지 않았나"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제가 정치는 잘 모르지만, 바라는 건 한 가지예요.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거죠. (국가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먹고사는 것을 방해했다면 대비책은 갖춰 놓고 해야 했다고 봐요.
그렇지 않으면 버리는 거죠. 나라에서 국민을 버린 거죠. 저는 그렇게밖에 생각이 안 들어요.
" 그래도 그는 오랫동안 삶을 바쳐온 이 가게에서 애착을 떼기 어렵다며 미소 지었다.
"제 손때가 묻은 공간이니 가게 안 구석구석 다 애착이 가죠. 메뉴 중에는 치킨, 떡볶이가 제일 잘 나간답니다.
"
그는 힘겨웠던 지난 2년을 버틸 수 있게 해준 존재로 "단골손님들"을 꼽았다.
"그분들도 위험할 땐 못 오셨지만, 그래도 어쩌다 한 번 오시면 '힘내라'고 꼭 얘기해주셨어요.
그분들께 정말 감사합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