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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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바이오 기업들이 코로나19 백신·치료제에서 '롱 코비드(코로나19 후유증)'로 타깃을 넓히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후 만성적인 기침·호흡곤란 등을 겪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압타바이오는 최근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아이수지낙시브(APX-115)' 물질이 폐섬유증에 대한 국내 특허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폐섬유증은 대표적인 코로나19 후유증으로 꼽힌다. 폐에 섬유질 조직이 과다하게 쌓이는 '섬유화' 과정을 거쳐 폐벽이 두꺼워지고 딱딱하게 굳는 병이다. 이렇게 되면 혈액에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호흡곤란을 일으킨다.

아이수지낙시브는 당뇨병성신증, 간질환 등의 특허는 취득했지만 폐섬유증 특허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압타바이오는 해외에도 폐섬유증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회사 관계자는 "차기 파이프라인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이벡도 폐섬유증 치료제 'NIPEP-PF'의 호주 임상 1상을 앞두고 있다. NIPEP-PF가 폐 조직의 염증이 생길 때 발생하는 수용체에 직접 결합해 콜라겐 축적을 원천 차단하는 기전이다. 글로벌 제약사들과 기술 수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NIPEP-PF 개발은 오래 전부터 추진해왔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진 후 폐섬유증에 걸리는 사람이 늘면서 코로나19 후유증 치료제로도 각광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코로나19 후유증 치료제 개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GSK, 비어 바이오테크놀로지, 휴머니젠 등은 자사의 치료제 라인이 코로나19 후유증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자들과 논의 중이다. 화이자와 로슈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코로나19 후유증 치료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모더나는 영국에서 진행하는 연구에 자사 백신이 코로나19 후유증을 완화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연구에 백신을 기증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시장은 이미 글로벌 제약사가 선점했지만, 코로나19 후유증은 이제 막 연구가 시작된 단계라 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게 국내 바이오업체들의 판단이다.

영국 라이스터대 공동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란셋'에 게재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2020년 3월~11월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 5명 중 1명은 직장을 그만두거나 직업을 바꿀 정도로 코로나19 후유증을 앓았다. 호흡곤란, 심장 두근거림 등이 가장 흔했으며 이명, 신경통 등 심각한 질환도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후유증은 완전히 새로운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에 개발하고 있는 파이프라인을 잘 활용하면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후유증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지난달 머신러닝을 통해 코로나19 환자의 폐 조직에서 자가면역반응 유발 단백질이 많이 증가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단백질은 코로나19 완치 후 발생하는 호흡곤란, 기침, 기억력 저하 등과 관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연구 결과가 향후 코로나19 후유증 치료제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명지병원, 부산 온종합병원 등도 '코로나19 후유증 클리닉'을 열었다. 다학제 진료시스템을 통해 후유증의 원인과 치료법을 연구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코로나19 후유증에 대한 정밀 연구를 시행해 올 하반기 발표할 예정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