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 추진시 전기요금 연 4∼6% 인상, 2050년엔 5배 이상 오를 수도"
"연평균 GDP 0.5∼0.7%p 감소 영향도…온실가스, 지난해 오히려 늘어"
"재생에너지·원전 조화 등 5대 정책방향, 윤당선인에 보고할 것"
인수위 "文정부 탄소중립, 대대적 수정"…탈원전 폐기 공식화(종합2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2일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을 대대적으로 수정하겠다고 밝히면서 탈원전 정책 폐기를 공식화했다.

인수위는 현 정부 정책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오히려 늘었으며, 이 정책을 앞으로 계속 추진할 경우엔 전기요금이 크게 오르고 연평균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하는 등 물가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탄소중립 정책 근간 유지 필요성을 강조해, 탈원전 폐기를 두고 인수위와 현 정부 간 긴장 수위가 높아질지 주목된다.

◇ 인수위 "탄소중립, 가야 할 길…현실성·책임 있는 계획 다시 세울 것"
인수위 원희룡 기획위원장은 이날 인수위 사무실 브리핑에서 "민주당 정권은 탄소중립을 외쳐왔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이 작년 4% 이상 늘었고 올해도 늘어날 예정"이라며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매년 4∼6% 쌓아놓고 있고 미래에도 그 부담을 그대로 유지시킨 채 다음 정권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원 위원장은 "이미 국제사회에 약속한 탄소중립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탄소중립에 관한 정직하고 현실성 있고 책임 있는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것이 기후·에너지팀의 잠정적 결론"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우리가 멋대로 바꾸는 것은 대한민국의 국격이나 국제사회 기후변화 체계에 비춰봤을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이게 절대불변이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상황과 변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상황에 따라 조정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김상협 기획위 기후·에너지 팀장은 "지난 정부에서 '기술중립'이라는 원칙을 깨고 탈원전을 전제로 한 에너지 정책을 펴왔기 때문에 새 정부에서는 탈원전이라는 금기를 해체해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실질적인, 책임 있는 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 "文정부 정책 그대로 추진하면 전기요금 오르고 GDP 하락"
인수위는 관계 당국 보고를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을 그대로 추진할 경우 월평균 350kwh(킬로와트시)의 전기를 사용해 현재 4만7천원을 내는 4인 가구가 2025년 5만3천∼5만6천원, 2030년 6만4천∼7만5천원, 2035년 7만8천∼10만원의 전기요금을 내야 한다는 추산을 공개했다.

인수위는 "추세가 계속되면 2050년의 경우 전기료는 물가 상승분을 제외하더라도 지금보다 5배 이상 오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고 언급했다.

인수위는 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21년 비공개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2050년 탄소중립 달성' 때는 2030년까지 연평균 0.7%포인트, 2050년까지 연평균 0.5%포인트의 GDP 감소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됐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지난 5년간 원자력발전 발전량이 줄면서 전기요금 총괄원가의 80%를 차지하는 한국전력(한전)의 전력구매비가 문재인 정부 5년간 13조원 늘었다고도 지적했다.

실제 온실가스 배출이 문재인 정부 목표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도 내놨다.

원전은 감소했지만 석탄발전이 소폭 증가하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은 16% 급증해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 대비 4.16%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는 것이다.

인수위 "文정부 탄소중립, 대대적 수정"…탈원전 폐기 공식화(종합2보)
◇ 인수위, 재생에너지·원전 조화 등 5대 정책방향 보고 계획
인수위는 "부정적인 경제적 파급 효과와 민생 압박을 상쇄하기 위해서 정책 조합(policy mix)은 대대적으로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잠정 결론"이라며 5대 정책방향을 담은 '국민을 위한 탄소중립 전략보고서'를 작성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2주 뒤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조화, 녹색기술 발전 연구개발(R&D) 체계 고도화, 탄소배출권 제3자 시장 참여 확대, 주요국과의 기후에너지동맹 글로벌 협력체제 강화 등을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올해 상반기, 늦어도 8월까지는 '그린 택소노미(친환경 에너지원을 구분하는 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하는 등 관련 제도를 정비해 12월 10차 전력수급계획에 새로운 정책방향을 반영하는 것이 인수위의 목표다.

인수위는 또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 전문가보다 시민단체 출신이 많아 위원 구성의 편향성과 효율성 결여 문제가 모든 관련 부처에서 제기됐다며 '탄소중립·녹색성장 거버넌스 전략적 재구성'을 정책방향에 포함했다.

태양광 에너지와 관련해서는 원 위원장이 "태양광이 당장 손쉬운 돈벌이 수단으로 진행돼 여기서 나오는 폐기물이나 토지 용도 전환 개발이익을 노린다든지 하는 게 많이 섞여 있다"며 "태양광 에너지가 순수한 탄소중립, 여러 친환경 분야 미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려면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는 전환 과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 문대통령 "탄소중립 근간 유지돼야"…인수위 "뜻 같지만 방향 달라"
전날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탄소중립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피할 수 없는 길이자 가야만 하는 길"이라면서 "다음 정부에서 에너지 믹스 정책은 바뀔 수 있지만, 탄소중립 정책의 근간은 변함없이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언급에 반박하기 위해 이날 탄소중립 정책 수정 방침을 밝힌 것이냐는 질문에 원 위원장은 "어제 발언이 나왔다고 해 오늘 발표 (장소) 예약이 되겠느냐. 그렇게 운영되지 않는다"며 부인했다.

원 위원장은 "현 정부에서 '우리는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인수위가) 왜 이렇게 하느냐'고 하는 부분에 대해 그 정치적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런데 이것이 인수위와 마무리하는 정부의 공방으로 비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도 "탄소중립이라는 세계적인 목표에 대해 윤석열 정부도 뜻을 같이한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다만 어떻게 할지에 대해선 방향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