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먹을것도 위생용품도"…상하이 봉쇄에 힘든 유학생·교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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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째 기숙사 격리…"우리 자녀들 데려올 수 있게" 청원도
먹을것 아끼려 한끼 건너뛰고 장기 복용약 떨어져 노심초사 "한 달 봉쇄된 동안 물건을 주문하게 해 준 게 딱 한 번이에요.
생수 작은 것 5병, 컵라면 3개, 샴푸 1개, 여성용품 1개요.
휴지가 떨어졌을 땐 물티슈를 빨아서 쓰기도 했어요.
"
중국 상하이의 한 대학에서 교환 학생으로 유학 중인 A씨는 1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상하이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달 13일부터 이 대학 봉쇄가 시작되면서 A씨는 벌써 한 달 가까이 기숙사 방에서 격리 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된 중국 최대 도시 상하이의 전면 봉쇄가 보름째에 접어들면서 3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교민과 유학생들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A씨처럼 상하이 도시 봉쇄 이전부터 격리 생활을 시작한 한국 유학생들이 많다.
중국 대학은 원칙적으로 모든 학생이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어 집단 감염 사태를 막기 위해 지역 내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되면 선제적으로 자체 봉쇄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A씨는 "학교에서 밥과 물은 제공해 따로 먹을 것까지 바라는 건 아니지만 휴지 같은 생필품이라도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며 "봉쇄가 길어질 것 같은데 어떻게 된다는 공지가 없어 불안한 마음이 크다"고 토로했다.
기숙사 방에서 장기간 격리 생활을 하는 유학생을 둔 부모들의 걱정도 크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중국 상하이 봉쇄로 갇힌 우리 자녀들을 구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을 올린 이는 "온라인 구매도 어려운 봉쇄 기간이 기약 없이 연장돼 우리 자녀들이 불안감에 힘들어한다"며 "하루하루 고통 속에서 사는 우리 자녀들을 한국으로 데려올 수 있게 노력해주시길 간곡하게 부탁한다"고 말했다.
봉쇄 장기화로 상하이 교민들의 어려움도 많다.
많은 교민이 공통으로 겪는 어려움은 '식량난'이다.
당초 4일로 예고된 봉쇄 기간이 기약 없이 길어지고 있어 식료품과 생필품을 충분히 마련해놓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부인, 딸과 사는 교민 장모씨는 "쌀 10㎏짜리를 하나 사 놓았는데 일주일 이상 봉쇄가 더 가면 힘들다"며 "원래는 아침도 늘 먹었는데 봉쇄 시작하고 나서는 먹을 것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에 아침 안 먹고 두 끼만 먹는다"고 말했다.
아기를 키우는 가정은 더욱 걱정거리가 많다.
비인도적이라는 안팎의 강한 비판에 이젠 바뀌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하이는 6세 미만 어린이가 코로나에 걸리면 부모와 격리 수용하는 정책을 펴 어린이를 둔 가정의 불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15개월 된 딸이 있는 교민 B씨는 "우리 집은 미리 챙겨두는 걸 좋아해서 그나마 상황이 넉넉한 편인데 주변에 분유나 기저귀가 떨어져 부족한 집들도 적지 않다"며 "어른들은 냉동식품 데워 먹거나 라면 끓여 먹어도 되지만 아기들 이유식 먹일 신선한 고기나 야채를 구하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지병으로 약을 장기간 복용하는 교민도 불안에 시달린다.
교민 최모(69)씨는 "원래 한국에 있는 딸이 3개월마다 약을 보내줘 먹고 있는데 지금 약이 한 달 치 정도는 남았지만 봉쇄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며 걱정했다.
회사 업무를 계속하기 위해 봉쇄 기간 사무실에서 숙식을 하는 한국 주재원도 힘겨운 날들을 보내고 있다.
주재원 B씨는 자기 지역이 봉쇄에 들어간 지난 1일부터 11일째 동료직원들과 사무실에서만 머무르며 업무를 보고 있다.
잠은 바닥에 놓인 침낭에서 자고 식사는 전자레인지에 데워먹는 즉석밥과 레토르트 식품으로 해결한다.
B씨의 '퇴근'이 언제가 될지 기약이 없다.
B씨는 "처음 발표된 대로 4일 격리를 생각하고 왔는데 봉쇄가 길어지고 있다"며 "집 단지에서 코로나 양성 반응 사례가 나와서 사무실 빌딩의 격리가 풀려도 돌아갈 수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상하이에서 연일 신규 감염자가 2만명을 넘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교민은 감염돼 환경이 좋지 못한 격리시설로 보내지는 것을 걱정한다.
'제로 코로나'를 고수하는 중국은 코로나19 감염자는 물론 1차, 2차 접촉자까지 원칙적으로 모두 체육관, 컨벤션 센터 등을 개조한 격리 시설로 보내고 있다.
상하이에서 3월 이후 이렇게 격리시설로 보내진 사람은 감염자 20만여명을 포함, 최소 30만명 이상이다.
교민사회에 따르면 실제 우리 교민 중에서도 양성 판정을 받고 격리시설로 보내진 사례가 나오고 있다.
김승호 주상하이 총영사는 10일 밤 홈페이지에 올린 '상하이 재외국민 여러분께 올리는 글'에서 "저를 포함한 영사관 모든 직원도 격리되어 실질적 도움을 즉시 드리지 못해 송구스럽다"며 "교민 여러분의 고충을 다소나마 덜 방안을 상하이시 정부 측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먹을것 아끼려 한끼 건너뛰고 장기 복용약 떨어져 노심초사 "한 달 봉쇄된 동안 물건을 주문하게 해 준 게 딱 한 번이에요.
생수 작은 것 5병, 컵라면 3개, 샴푸 1개, 여성용품 1개요.
휴지가 떨어졌을 땐 물티슈를 빨아서 쓰기도 했어요.
"
중국 상하이의 한 대학에서 교환 학생으로 유학 중인 A씨는 1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상하이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달 13일부터 이 대학 봉쇄가 시작되면서 A씨는 벌써 한 달 가까이 기숙사 방에서 격리 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된 중국 최대 도시 상하이의 전면 봉쇄가 보름째에 접어들면서 3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교민과 유학생들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A씨처럼 상하이 도시 봉쇄 이전부터 격리 생활을 시작한 한국 유학생들이 많다.
중국 대학은 원칙적으로 모든 학생이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어 집단 감염 사태를 막기 위해 지역 내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되면 선제적으로 자체 봉쇄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A씨는 "학교에서 밥과 물은 제공해 따로 먹을 것까지 바라는 건 아니지만 휴지 같은 생필품이라도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며 "봉쇄가 길어질 것 같은데 어떻게 된다는 공지가 없어 불안한 마음이 크다"고 토로했다.
기숙사 방에서 장기간 격리 생활을 하는 유학생을 둔 부모들의 걱정도 크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중국 상하이 봉쇄로 갇힌 우리 자녀들을 구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을 올린 이는 "온라인 구매도 어려운 봉쇄 기간이 기약 없이 연장돼 우리 자녀들이 불안감에 힘들어한다"며 "하루하루 고통 속에서 사는 우리 자녀들을 한국으로 데려올 수 있게 노력해주시길 간곡하게 부탁한다"고 말했다.
봉쇄 장기화로 상하이 교민들의 어려움도 많다.
많은 교민이 공통으로 겪는 어려움은 '식량난'이다.
당초 4일로 예고된 봉쇄 기간이 기약 없이 길어지고 있어 식료품과 생필품을 충분히 마련해놓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부인, 딸과 사는 교민 장모씨는 "쌀 10㎏짜리를 하나 사 놓았는데 일주일 이상 봉쇄가 더 가면 힘들다"며 "원래는 아침도 늘 먹었는데 봉쇄 시작하고 나서는 먹을 것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에 아침 안 먹고 두 끼만 먹는다"고 말했다.
아기를 키우는 가정은 더욱 걱정거리가 많다.
비인도적이라는 안팎의 강한 비판에 이젠 바뀌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하이는 6세 미만 어린이가 코로나에 걸리면 부모와 격리 수용하는 정책을 펴 어린이를 둔 가정의 불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15개월 된 딸이 있는 교민 B씨는 "우리 집은 미리 챙겨두는 걸 좋아해서 그나마 상황이 넉넉한 편인데 주변에 분유나 기저귀가 떨어져 부족한 집들도 적지 않다"며 "어른들은 냉동식품 데워 먹거나 라면 끓여 먹어도 되지만 아기들 이유식 먹일 신선한 고기나 야채를 구하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지병으로 약을 장기간 복용하는 교민도 불안에 시달린다.
교민 최모(69)씨는 "원래 한국에 있는 딸이 3개월마다 약을 보내줘 먹고 있는데 지금 약이 한 달 치 정도는 남았지만 봉쇄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며 걱정했다.
회사 업무를 계속하기 위해 봉쇄 기간 사무실에서 숙식을 하는 한국 주재원도 힘겨운 날들을 보내고 있다.
주재원 B씨는 자기 지역이 봉쇄에 들어간 지난 1일부터 11일째 동료직원들과 사무실에서만 머무르며 업무를 보고 있다.
잠은 바닥에 놓인 침낭에서 자고 식사는 전자레인지에 데워먹는 즉석밥과 레토르트 식품으로 해결한다.
B씨의 '퇴근'이 언제가 될지 기약이 없다.
B씨는 "처음 발표된 대로 4일 격리를 생각하고 왔는데 봉쇄가 길어지고 있다"며 "집 단지에서 코로나 양성 반응 사례가 나와서 사무실 빌딩의 격리가 풀려도 돌아갈 수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상하이에서 연일 신규 감염자가 2만명을 넘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교민은 감염돼 환경이 좋지 못한 격리시설로 보내지는 것을 걱정한다.
'제로 코로나'를 고수하는 중국은 코로나19 감염자는 물론 1차, 2차 접촉자까지 원칙적으로 모두 체육관, 컨벤션 센터 등을 개조한 격리 시설로 보내고 있다.
상하이에서 3월 이후 이렇게 격리시설로 보내진 사람은 감염자 20만여명을 포함, 최소 30만명 이상이다.
교민사회에 따르면 실제 우리 교민 중에서도 양성 판정을 받고 격리시설로 보내진 사례가 나오고 있다.
김승호 주상하이 총영사는 10일 밤 홈페이지에 올린 '상하이 재외국민 여러분께 올리는 글'에서 "저를 포함한 영사관 모든 직원도 격리되어 실질적 도움을 즉시 드리지 못해 송구스럽다"며 "교민 여러분의 고충을 다소나마 덜 방안을 상하이시 정부 측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