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배용 한지살리기재단 이사장 "한지, 민족의 얼이고 자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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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추진단장' 맡아 학술포럼 열어 여론 조성
"한지 장인 예우·한지 활성화 차원서 훈장·표창장 등 한지로 제작해야"
한국 세계문화유산 총괄 관리 '국립세계문화유산센터' 설립도 건의 "한지는 포근하고 은은하며 따뜻해요.
한지를 붙인 창호지는 빛과 바람이 들어오는 소통 창구이자 향수이며, 기다림 속 설렘까지 있는 우리의 전통 문화유산입니다.
"
이배용 한지살리기재단 이사장은 "한지는 민족의 얼이고 자존심"이라며 이같이 극찬했다.
이화여대 총장을 지낸 그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특별고문으로 임명됐다.
사립대 총장협의회 회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한국여성사학회·한국사상사학회·조선시대사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이 이사장은 1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으로 있을 때 수장고에 있는 의궤와 동의보감 등 유네스코 기록문화 유산을 비롯한 17만 권의 고문서를 살펴볼 수 있었다"며 "기록물들이 오랜 시간 흘렀어도 뒤틀리거나 바래지 않고 지금 쓴 것처럼 살아있는 것은 한지 덕분"이라고 말했다.
한지의 가치를 눈으로 확인하면서 우리의 기록유산은 한지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체감했기에 전통한지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총대를 멨다는 얘기다.
이 이사장은 지난해 4월 출범한 '전통한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추진단' 단장을 맡았다.
등재 의지를 알리고 여론을 활성화하기 위해 경북 안동을 시작으로 경북 문경, 전북 전주, 서울 종로에서 학술 포럼을 열었다.
한국의 서원 9곳, 한국의 산사 7곳을 유네스코 인류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데 기여했던 이 이사장은 "한지를 등재하는 데 많은 사람의 기대가 있다.
그래서 더 열정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한지가 아직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지 않았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닙니까.
늦었지만 시작해야 한다는 중요성이 있습니다.
강한 추진력으로 서원과 산사를 등재했기에 같은 로드맵으로 2026년 한지를 반드시 세계유산에 등재시킬 것입니다.
" 재단 자문위원인 조계종 제15대 종정 성파스님의 한지 사랑도 전했다.
10여 년간 친분을 이어온 성파 스님은 추대 전날 서울 장충동에 있는 한지살리기재단과 종이나라박물관을 찾았다고 한다.
추대식에서는 전통문화의 중요성과 전통한지의 세계화에 대해 강조했다고 이 이사장은 전했다.
성파스님은 닥나무로 100m 크기의 한지를 직접 만든 뒤 '세계 제일 우리 종이'라고 추켜세운 바 있다.
한지는 'K'가 붙는 한류의 제일 앞자리에 있다고 역설한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이야기도 이 이사장에게는 큰 힘이 됐다고 한다.
"쌀은 생명의 양식, 한지는 영혼의 양식이라는 이 전 장관의 말이 생각납니다.
쌀의 공정은 88번이고, 한지는 99번의 공정을 거쳐 100번째에 나옵니다.
한지는 기록의 역사이기에 'K'의 앞자리에 놓여야 합니다.
"
재단은 오는 19일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와 국내외에 한지를 알리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다.
'MZ 세대'들이 한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필요성에 공감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이 이사장은 문화 발전에 대한 이해 속도가 빠른 MZ 세대들이 한지를 홍보하면 더 객관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이 우리 전통문화를 새롭게 해석해 내놓으니까 세계인이 열광하는 것이라며 "MZ 세대가 해외 송출력이 훨씬 더 역동적이기에 반크의 한지 홍보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7일 안동에서 한지 장인을 만나고 왔다는 그는 국가가 전통 장인의 귀중함을 알고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평생 연금을 주는데, 전통 장인은 그렇지 않다는 비교도 했다.
"한지 장인들은 모두 손으로 작업합니다.
아주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죠. 풀이 녹아서 여름에는 작업이 안 돼 겨울에만 진행하는 통에 손이 다 터졌습니다.
이처럼 디테일한 인간의 손길, 정성으로 태어나는 것입니다.
생업이 아닌 국가적 자존심이 걸린 창조의 작업을 한다는 인식을 갖고 인간적인, 경제적인 예우를 해줘야 합니다.
"
이 이사장은 그러기에 정부부터 한지의 수요를 늘려야 한다며 "훈장, 표창장, 협약식, 감사장, 발령장 등을 한지로 제작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또 초·중·고교 교과서 앞·뒷장 정도는 한지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이 한지를 만지게 해야 한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지 보전 정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화재청은 올해 탈춤, 2024년 장 담그기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를 추진하기로 했다.
한지는 2026년 등재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6월 1일 지방선거가 끝난 뒤 경남 의령군, 강원 원주시에서 학술 포럼을 이어갈 것이며, 10월에는 문화부의 지원을 받아 국제 학술 포럼도 개최할 계획"이라며 "여론이 성숙하는 내년부터는 등재 신청 절차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우리 인류무형문화유산은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을 비롯해 판소리, 강릉단오제, 강강술래, 농악, 줄다리기, 씨름 등 21개이다.
유형문화유산은 서원과 산사 등 15개, 세계기록유산은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직지심체요절, 승정원일기, 조선왕조 의궤 등 16개다.
세계기록유산 중 13개가 한지로 이뤄졌다.
이 이사장은 이미 등재된 세계문화유산을 총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국립세계문화유산센터'를 설립해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이 센터는 '한복진흥원'과 비슷한 형태로 세계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정책을 컨트롤할 수 있는 타워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했다.
또 앞으로 세계유산에 등재를 추진할 우리나라 문화유산의 순서를 정하고, 절차를 밟아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 세계는 관광 유치 등을 위해 자국의 문화유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고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어요.
무형유산은 2년에 한 번밖에 기회가 없습니다.
이제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치밀한 계획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대책과 관리도 필요합니다.
"
센터는 국민에게 우리나라 세계유산에 대한 교육도 담당해야 한다고 했다.
2009년 왕릉 40개가 세계유산에 등재됐는데, 국민은 어디에 어느 왕릉이 있는지 잘 모를 뿐 아니라, 지하철 2호선 선릉역의 선릉에는 누가 잠들어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국민적인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선릉은 조선 성종의 세 번째 왕비인 정현왕후 윤씨의 능이다.
사람이 사람다운 역할을 하려면 '인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그는 "지식이 많고, 권력이 높아도 인성이 없으면 결국 망한다.
인성은 곧 양식인데, 이는 전통에서 배울 수 있다"고 역설했다.
"전통은 근원을 찾아줘야 합니다.
영원한 문화와 우리의 정신, 그 속에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있죠. 천년을 이어가는 친환경적인, 인간 친화적인 한지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해야 후손이 자랑스러워하고, 세계인이 우리의 품격을 알아줄 것입니다.
"
이 이사장은 "AI(인공지능)가 인간보다 똑똑할 수 있다.
그러나 따뜻한 가슴은 없다.
역사의 보고인 한지가 시대 변화로 사라져야 한다면 그것만큼 허망한 일은 없을 것"이라며 "정부가 사명감을 가지고 등재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연합뉴스
"한지 장인 예우·한지 활성화 차원서 훈장·표창장 등 한지로 제작해야"
한국 세계문화유산 총괄 관리 '국립세계문화유산센터' 설립도 건의 "한지는 포근하고 은은하며 따뜻해요.
한지를 붙인 창호지는 빛과 바람이 들어오는 소통 창구이자 향수이며, 기다림 속 설렘까지 있는 우리의 전통 문화유산입니다.
"
이배용 한지살리기재단 이사장은 "한지는 민족의 얼이고 자존심"이라며 이같이 극찬했다.
이화여대 총장을 지낸 그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특별고문으로 임명됐다.
사립대 총장협의회 회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한국여성사학회·한국사상사학회·조선시대사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이 이사장은 1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으로 있을 때 수장고에 있는 의궤와 동의보감 등 유네스코 기록문화 유산을 비롯한 17만 권의 고문서를 살펴볼 수 있었다"며 "기록물들이 오랜 시간 흘렀어도 뒤틀리거나 바래지 않고 지금 쓴 것처럼 살아있는 것은 한지 덕분"이라고 말했다.
한지의 가치를 눈으로 확인하면서 우리의 기록유산은 한지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체감했기에 전통한지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총대를 멨다는 얘기다.
이 이사장은 지난해 4월 출범한 '전통한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추진단' 단장을 맡았다.
등재 의지를 알리고 여론을 활성화하기 위해 경북 안동을 시작으로 경북 문경, 전북 전주, 서울 종로에서 학술 포럼을 열었다.
한국의 서원 9곳, 한국의 산사 7곳을 유네스코 인류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데 기여했던 이 이사장은 "한지를 등재하는 데 많은 사람의 기대가 있다.
그래서 더 열정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한지가 아직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지 않았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닙니까.
늦었지만 시작해야 한다는 중요성이 있습니다.
강한 추진력으로 서원과 산사를 등재했기에 같은 로드맵으로 2026년 한지를 반드시 세계유산에 등재시킬 것입니다.
" 재단 자문위원인 조계종 제15대 종정 성파스님의 한지 사랑도 전했다.
10여 년간 친분을 이어온 성파 스님은 추대 전날 서울 장충동에 있는 한지살리기재단과 종이나라박물관을 찾았다고 한다.
추대식에서는 전통문화의 중요성과 전통한지의 세계화에 대해 강조했다고 이 이사장은 전했다.
성파스님은 닥나무로 100m 크기의 한지를 직접 만든 뒤 '세계 제일 우리 종이'라고 추켜세운 바 있다.
한지는 'K'가 붙는 한류의 제일 앞자리에 있다고 역설한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이야기도 이 이사장에게는 큰 힘이 됐다고 한다.
"쌀은 생명의 양식, 한지는 영혼의 양식이라는 이 전 장관의 말이 생각납니다.
쌀의 공정은 88번이고, 한지는 99번의 공정을 거쳐 100번째에 나옵니다.
한지는 기록의 역사이기에 'K'의 앞자리에 놓여야 합니다.
"
재단은 오는 19일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와 국내외에 한지를 알리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다.
'MZ 세대'들이 한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필요성에 공감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이 이사장은 문화 발전에 대한 이해 속도가 빠른 MZ 세대들이 한지를 홍보하면 더 객관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이 우리 전통문화를 새롭게 해석해 내놓으니까 세계인이 열광하는 것이라며 "MZ 세대가 해외 송출력이 훨씬 더 역동적이기에 반크의 한지 홍보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7일 안동에서 한지 장인을 만나고 왔다는 그는 국가가 전통 장인의 귀중함을 알고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평생 연금을 주는데, 전통 장인은 그렇지 않다는 비교도 했다.
"한지 장인들은 모두 손으로 작업합니다.
아주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죠. 풀이 녹아서 여름에는 작업이 안 돼 겨울에만 진행하는 통에 손이 다 터졌습니다.
이처럼 디테일한 인간의 손길, 정성으로 태어나는 것입니다.
생업이 아닌 국가적 자존심이 걸린 창조의 작업을 한다는 인식을 갖고 인간적인, 경제적인 예우를 해줘야 합니다.
"
이 이사장은 그러기에 정부부터 한지의 수요를 늘려야 한다며 "훈장, 표창장, 협약식, 감사장, 발령장 등을 한지로 제작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또 초·중·고교 교과서 앞·뒷장 정도는 한지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이 한지를 만지게 해야 한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지 보전 정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화재청은 올해 탈춤, 2024년 장 담그기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를 추진하기로 했다.
한지는 2026년 등재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6월 1일 지방선거가 끝난 뒤 경남 의령군, 강원 원주시에서 학술 포럼을 이어갈 것이며, 10월에는 문화부의 지원을 받아 국제 학술 포럼도 개최할 계획"이라며 "여론이 성숙하는 내년부터는 등재 신청 절차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우리 인류무형문화유산은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을 비롯해 판소리, 강릉단오제, 강강술래, 농악, 줄다리기, 씨름 등 21개이다.
유형문화유산은 서원과 산사 등 15개, 세계기록유산은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직지심체요절, 승정원일기, 조선왕조 의궤 등 16개다.
세계기록유산 중 13개가 한지로 이뤄졌다.
이 이사장은 이미 등재된 세계문화유산을 총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국립세계문화유산센터'를 설립해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이 센터는 '한복진흥원'과 비슷한 형태로 세계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정책을 컨트롤할 수 있는 타워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했다.
또 앞으로 세계유산에 등재를 추진할 우리나라 문화유산의 순서를 정하고, 절차를 밟아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 세계는 관광 유치 등을 위해 자국의 문화유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고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어요.
무형유산은 2년에 한 번밖에 기회가 없습니다.
이제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치밀한 계획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대책과 관리도 필요합니다.
"
센터는 국민에게 우리나라 세계유산에 대한 교육도 담당해야 한다고 했다.
2009년 왕릉 40개가 세계유산에 등재됐는데, 국민은 어디에 어느 왕릉이 있는지 잘 모를 뿐 아니라, 지하철 2호선 선릉역의 선릉에는 누가 잠들어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국민적인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선릉은 조선 성종의 세 번째 왕비인 정현왕후 윤씨의 능이다.
사람이 사람다운 역할을 하려면 '인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그는 "지식이 많고, 권력이 높아도 인성이 없으면 결국 망한다.
인성은 곧 양식인데, 이는 전통에서 배울 수 있다"고 역설했다.
"전통은 근원을 찾아줘야 합니다.
영원한 문화와 우리의 정신, 그 속에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있죠. 천년을 이어가는 친환경적인, 인간 친화적인 한지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해야 후손이 자랑스러워하고, 세계인이 우리의 품격을 알아줄 것입니다.
"
이 이사장은 "AI(인공지능)가 인간보다 똑똑할 수 있다.
그러나 따뜻한 가슴은 없다.
역사의 보고인 한지가 시대 변화로 사라져야 한다면 그것만큼 허망한 일은 없을 것"이라며 "정부가 사명감을 가지고 등재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