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부활절로 이어지는 성주간(고난주간)을 맞아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을 제안했다.

교황은 10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된 '주님 수난 성지 주일'(성지 주일) 미사 말미에 "무기를 내려놓자"며 이같이 촉구했다.

교황은 "무기를 내려놓고 부활절 휴전에 들어가자"며 "이는 재무장과 전투 재개를 위한 휴전이 아니라 진정한 협상을 통해 평화를 이루기 위한 휴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잿더미 위에 승리의 깃발을 꽂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교황은 미사 강론에서도 "폭력에 의지하면 우리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를 잊고 무의미한 잔혹 행위까지 하게 된다.

우리는 어리석은 전쟁을 통해 이를 본다.

여기서 그리스도는 또다시 십자가에 못 박히신다"고 규탄했다.

성지 주일은 성주간의 첫날로 예수가 수난을 당하고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 예루살렘으로 입성할 때 군중의 환영을 받은 것을 기념한다.

이날 성베드로 광장에는 5만여 명의 신자들이 입추의 여지 없이 들어차 성황을 이뤘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평화의 상징인 올리브 나무 끝에 작은 우크라이나 국기를 달고 참석한 신자도 눈에 띄었다.

성지주일 미사가 성베드로 광장에서 정상적으로 거행된 것은 2019년 이래 3년 만이다.

2020∼2021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020∼2021년 2년간 신자가 없거나 소수 신자만 참례한 가운데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진행됐다.

성주간은 예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교회력 절기로, 기독교 신자들에게는 전례주년 가운데 가장 경건하고 엄숙한 시기로 받아들여진다.

교황은 부활절인 오는 17일 미사를 집전하고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로마와 온 세계에'라는 의미)를 통해 강복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