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의원에 제주지사 연임으로 충분한 정무·행정능력 갖춰"
'실세 장관'으로 어수선한 조직 수습하고 발언권 강화 기대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로 원희룡 전 제주지사를 내정하자 국토부 직원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사"라면서도 '실세 장관'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당초 관가에서는 초대 국토부 장관으로 김경환 전 국토부 1차관(서강대 교수)이나 심교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동산 태스크포스(TF) 팀장(건국대 교수) 등이 하마평에 올랐었다.

원 후보자의 이름은 한 번도 거론된 적이 없었다.

원희룡 장관 내정에…국토부 "의외의 인사" 반응 속 기대감도
다소 의외의 인선이라는 평가 속에 일각에서는 원 후보자가 국토부 관련 경력이 전혀 없어 전문성 부족하다는 우려를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국토부 내부의 평가는 큰 틀에서 "충분한 능력을 갖췄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3선 국회의원에 이어 7년간 제주지사를 지내면서 정무 감각과 행정 경험을 충분히 쌓았다는 것이다.

국토부 한 고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의외의 인물이 장관으로 임명됐지만, 환영한다"면서 "원 후보자가 제주지사를 연임하면서 국토·교통과 관련해서도 풍부한 행정 경험을 쌓은 만큼 장관직 수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도 이날 초대 내각 8개 부처의 장관 후보자 인선을 발표하면서 "두 번의 제주지사를 지내며 혁신적 행정을 펼쳤고 대선 선대위 정책본부장으로서 주요 정책·공약을 설계했다"며 "특히 공정과 상식이 회복돼야 할 민생 핵심 분야인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이해가 높은 분"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국토부에서는 실세 장관 지명에 대한 고무된 분위기도 감지됐다.

국토부 국장급 관계자는 "국토부 입장에서는 원 후보자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반겼다.

사실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폭등하면서 국토부는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됐고, 또 작년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건으로 변창흠 전 장관이 낙마하는 등 안팎의 여러 이슈로 인해 사기가 크게 떨어진 상태다.

실제로 국토부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일은 밤새워가며 열심히 하는데 성과를 인정받기는커녕 욕만 먹는다'는 불만이 상당한 현실이다.

원희룡 장관 내정에…국토부 "의외의 인사" 반응 속 기대감도
이런 상황에서 윤 당선인과 가까운 실세 장관이 국토부에 오면 조직에 힘이 실리고 어수선한 조직 분위기도 다 잡힐 것이라는 기대감이 국토부 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실세 장관 임명으로 국회나 다른 부처와의 관계에서 국토부의 발언권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국토부 한 직원은 "정책을 추진하려면 국회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과거 교수 출신 장관들의 경우 국회와의 소통 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중진급 의원 출신이 수장으로 온다는 측면에서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획재정부 등 정통 관료 출신 장관이 있는 부처와 부동산 정책을 놓고 조율하는 경우에도 국토부 장관이 힘이 있는 경우 국토부 의견이 반영될 가능성이 커지기 마련"이라며 "직원들 입장에선 힘 있는 장관을 모시는 게 일하기 수월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