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을 맡은 박선호 감독은 8일 “대중적으로 익숙한 클리셰를 바탕으로 한 편안한 이야기, 판타지와 리얼리티가 적절하게 섞인 이야기 구조, 답답함 없는 빠른 전개,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훌륭하게 소화해낸 배우들의 좋은 연기 등이 시청자분들에게 어필이 된 것 같습니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종영된 SBS 월화드라마 ‘사내맞선’는 얼굴 천재 사장 강태무(안효섭 분)와 정체를 속인 맞선녀 직원 신하리(김세정 분)의 ‘퇴사 방지’ 오피스 로맨스다.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된 동명의 인기 웹툰,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아는 맛이 가장 무섭다”라는 입소문을 타고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이는 시청률로 나타났다. ‘사내맞선’은 1회 시청률 4.9%에서 2배 이상 뛴 수치로 최종회 11.4%(전국, 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 월화드라마 1위를 차지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넷플릭스를 통해 서비스된 ‘사내맞선’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인기까지 누리며, ‘K-로코’의 저력을 과시했다.
다음은 박선호 감독과의 일문일답.
▶ 시청률 상승세에 현장 분위기도 좋았을 것 같은데, 드라마 현장과 배우들의 반응은 어땠는지?응원해 주고 사랑해 주신 시청자분들에게 너무 감사드리며 즐겁게 촬영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촬영장 분위기 자체가 굉장히 좋았는데, 드라마도 많은 사랑을 받으니 더 힘내서 마지막 촬영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사내맞선'은 웹툰,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데요. 연출을 제안받으셨을 때 고민을 한 지점과 각색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지?
웹소설, 웹툰과 드라마는 접근하는 플랫폼과 주 이용층의 특성이 다소 다르기 때문에 조금 더 드라마 문법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 골격을 어떻게 만드냐가 초기 드라마화의 관건이었습니다. 코믹한 터치의 로맨스에 그치지 않고, 조금 더 현실적인 캐릭터성과 인물간 관계성을 부여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시청자들이 캐릭터들에게 몰입하기 위한 고민의 여지였다고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원작을 각색하면서 가장 신경 쓴 장면이 있는지?
원작과 차별화되게 흐름을 잡되 원작의 매력을 놓치지 않은 방향성을 유지하도록 노력했습니다. 예를 들어 태무와 하리의 첫 맞선 장면은 시청자들이 과하게 여겨지지 않을 선을 지키면서도 원작의 재미를 유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상황에 알맞은 대사와 지문뿐만 아니라 적절한 연기톤과 스타일링까지 논의하고 각색하며 촬영했습니다.
▶ 로맨스와 코믹의 밸런스 조절은 어떻게 하셨는지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로맨스와 코믹이라는 두 가지 장르가 사실 자연스럽게 섞이기가 생각보다 힘듭니다. 둘 중의 하나라도 튀려고 하는 순간 균형이 무너지는 경우들이 있어서, 사실 로코를 연출하는 게 참 힘듭니다. 그래서 촬영할 때마다 모든 배우에게 부탁을 했던 것이 ‘텐션은 유지하되 선을 넘으면서 웃기려고 하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배우들이 너무나 자신의 캐릭터들을 잘 살려줬고, 대본상의 자연스러운 감정선을 놓치지 않고 연기해줘서 밸런스 조절이 잘 됐던 것 같습니다. ▶ 만화적인 연출과 시조새가 날아다니는 CG 등이 색다른 재미를 완성했다고 생각합니다. 연출 의도가 궁금합니다.
원작 웹툰이 인기가 많았던 작품이라 그 색깔을 지울 수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럴 바에야 아예 시청자분들에게 솔직하게 다가가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이 작품은 온갖 로코 클리셰를 바탕으로 한 즐거운 작품입니다’, ‘원작 웹툰이 있는 만화같이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라고요. ‘한 시간 동안 시청자분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웠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으로 다가가기로 했습니다. 만화적인 CG 연출은 이런 의도의 일환이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배우들의 연기와 케미가 드라마의 매력을 끌어올렸다고도 생각하는데요.
모든 배우분에게 공통으로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모두 좋은 자세와 마인드를 가지고 열심히 연기해 주셨습니다.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훌륭한 캐릭터 분석을 보여줬고, 그 분석에 걸맞은 디테일한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또한 현장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데 배우분들이 앞장 서준 것도 감사합니다. 좋은 연기가 있었기에 좋은 작품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여과 없이 보여줬습니다.
▶ 태무와 하리가 서로에게 언제 반했을지도 시청자들 사이 화두인데요. 감독님의 생각은 어떤지?
저는 사실 특정한 계기가 있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어느 순간 자기도 모르게 태무와 하리가 스며들 듯 사랑의 감정을 느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첫눈에 반하는 극적인 감정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물드는 사랑이었기 때문에 시청자분들이 편안하게 좋아해 주신 것 같습니다. 작가님들도 그런 감정선을 너무 자연스럽게 잘 만들어 주셨고, 배우들도 그런 감정선을 놓치지 않고 잘 표현해 줬습니다. 굳이 한 장면을 꼽자면, 놀이터에서 취한 하리가 태무에게 자신의 비밀을 고백하는 시퀀스를 촬영할 때 이 장면이 극의 중요한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한다고 배우들에게 얘기한 적은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사내맞선'을 애정해준 시청자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시청자분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다가가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즐겁고 재미있는 한 시간을 선물하자’라는 목표가 어느 정도는 이루어진 것 같아서 너무 안도가 됩니다. 이 작품을 보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기쁨을 드려 연출자로서 만족스럽습니다. 드라마라는 대중예술이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은 시청자들의 사랑이라는 따뜻한 햇볕과 물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너무 감사드립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