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토너먼트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셔널GC은 기상 상황만 괜찮으면 오전 7시에 문을 연다. 마라톤 주자들처럼 정문에 대기하는 패트론(갤러리)들의 행렬은 이내 두 갈래로 나뉜다. 200m쯤 들어와 계속 직진하는 사람은 코스로, 우측으로 가는 사람은 마스터스 기념품을 파는 ‘머천다이즈’로 향한다는 뜻이다. 물건이 거의 없는 주말을 제외하면 머천다이즈 줄이 더 길다. 대회 2라운드가 열린 8일(현지시간) 머천다이즈에 있는 대부분의 인기 상품이 동이 났다.

마스터스 관련 기념품은 이 대회의 주요 수입원이다. 미국 스포츠전문 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에 따르면 오거스타내셔널이 대회 주간 총 5000만달러(2019년 기준)의 매출을 올린다고 전했다. 한 시간마다 85만달러, 분당 1만4166달러(약 1730만원)어치를 판다는 뜻이다. 머천다이즈 효자 상품은 주로 모자다. 선물하기도 쉽고, 그해에만 판매되는 ‘한정판’ 모자들을 수집하는 사람들도 있다.

올해는 모자를 밀어내고 ‘놈’(gnome) 모형이 최고 효자 상품으로 등극했다. 미국 AP통신은 “놈 대란이 일어났다”고 적었다. 놈은 뾰족한 모자를 쓴 작은 남자 모습의 땅속 요정을 뜻한다. 이른바 ‘땅귀신’으로도 불린다. 오거스타내셔널은 2016년부터 여러 복장의 놈을 팔고 있다. 2020년 처음 11월에 마스터스를 열었을 땐 산타클로스 복장을 놈에 입혔다.

놈은 출시 후 꾸준히 팔렸으나 올해만큼 인기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49.50달러라는 가격이 구매를 망설이게 했다. 재고가 많지는 않아도 원하면 쇼핑백에 담을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놈들이 보이지 않는다. ‘오픈런’이 시작되면 놈이 가장 먼저 동나고 있다. 골프장 측이 준비한 놈은 대회 연습일이 열린 4~6일(현지시간)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머천다이즈를 찾은 짐 풀러 씨는 “기념품, 그중에서도 놈을 찾기 위해 연습일 티켓을 샀다”고 말했다. 놈은 인터넷 거래 사이트에서 150달러 이상으로 팔리고 있다.

놈의 갑작스러운 인기를 두고 현장에선 여러 추측이 나온다. 첫 번째는 놈이 출시된 지 7년 차가 되면서 놈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마스터스 관련 기념품을 사서 모으는 패트론들에게 수집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해마다 다른 옷을 입고 ‘한정판’으로 나타난다는 점도 놈의 가치를 높였다는 분석이다.

올해 출시한 놈이 유독 귀엽다는 얘기도 있다. 2022년 버전의 놈은 노란 모자를 쓰고, 마스터스를 상징 하는 초록 셔츠에 면바지를 입었다. 놈을 어렵게 구했다는 해나 스미스 씨는 “올해 놈은 이웃 아저씨처럼 유독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오거스타(미국 조지아주)=조희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