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대역과 입양아의 만남…"'쇼맨'은 주체성 회복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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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극장 창작 뮤지컬 프레스콜…"개인이 온전히 주체적일 순 없어"
국립정동극장이 선보이는 창작 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는 사회와 이데올로기 안에서 주체성을 상실한 개인의 삶과 회복을 그린 블랙코미디다.
이야기는 미국 뉴저지주 소도시에서 대형마트 직원으로 일하는 한국계 입양아 출신 수아와 수상한 노인 네불라가 유원지에서 만나며 시작된다.
수아를 사진작가로 오해한 네불라는 수아에게 자신의 인생에서 결정적인 순간들을 재현한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하고, 수아는 대충 찍고 공돈을 벌 생각에 흔쾌히 이를 받아들인다.
어느 독재자의 대역 배우였다는 네불라는 혼신의 힘을 다해 자신의 인생역정을 털어놓는다.
보수적인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다양한 금기에 맞서는 주체적인 여성상을 그렸던 뮤지컬 '레드북'의 한정석 작가, 이선영 작곡가, 박소영 연출이 다시 의기투합했다.
한정석 작가는 7일 오후 프레스콜에 이어 열린 간담회에서 "저희가 전작 '레드북'에서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주체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했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이 얼마나 어렵고 많은 노력과 수고가 드는지 알기에 안타까웠다"며 "나 역시도 사회 부조리에 하나하나 적절하게 대응하거나 저항하지 못한다고 반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마침 김민섭 작가가 쓴 책 '대리사회'를 읽으며 한 개인이 사회 안에서 온전히 주체적일 수는 없다는 자각이야말로 주체성을 회복하는 시작이라는 내용에 크게 공감했고, 그런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극 중 네불라는 남유럽 이베리아반도 주변에 있는 가상 국가 파라디수스 공화국 출신으로, 독재자 미토스의 여러 대역 중 한 명으로 살다가 시민혁명으로 공화국이 해체되자 미국으로 건너온 70대 노인이다.
한국에서 태어난 수아는 발달장애가 있는 딸을 둔 미국 백인 부부에게 입양돼 눈치껏 장애인 동생을 돌보며 착한 딸이자 모범생으로 자랐으나, 동생의 사고 이후 집을 나와 혼자 살아가는 냉소적인 20대 청년이다.
한 작가는 "자료 조사를 하다 보니 독재국가는 내가 아는 것보다 훨씬 많았고, 현존하는 독재국가도 많다는 게 인상적이었다"며 "다양한 독재국가와 독재자의 사례를 섞어 누구나 상식선에서 연상할 수 있는 가상 독재국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수아는 타인에게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야 하고, 잘 보여야 하고, 기대에 부응하려고 하는 성향을 자연스럽게 갖게 된 입양아로 설정했다"며 "한국보다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섞인 미국에서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선영 음악감독은 "연극적인 작품이어서 음악은 뒤에서 서포트하는 역할을 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펫은 잘 몰랐고 소리가 커서 소극장 무대에서 밸런스 잡기가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네불라가 과거에 누렸던 영광과 초라하고 씁쓸한 현실을 표현하는 데 딱 맞는 악기였다"며 "결과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악기가 됐다"고 말했다.
박소영 연출은 "작가와 작곡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분명했고, 작업하는 내내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려고 노력했다"며 "네불라의 이야기, 수아와 네불라의 이야기에서 확장한 모든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공연은 다음 달 15일까지 이어진다.
/연합뉴스
이야기는 미국 뉴저지주 소도시에서 대형마트 직원으로 일하는 한국계 입양아 출신 수아와 수상한 노인 네불라가 유원지에서 만나며 시작된다.
수아를 사진작가로 오해한 네불라는 수아에게 자신의 인생에서 결정적인 순간들을 재현한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하고, 수아는 대충 찍고 공돈을 벌 생각에 흔쾌히 이를 받아들인다.
어느 독재자의 대역 배우였다는 네불라는 혼신의 힘을 다해 자신의 인생역정을 털어놓는다.
보수적인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다양한 금기에 맞서는 주체적인 여성상을 그렸던 뮤지컬 '레드북'의 한정석 작가, 이선영 작곡가, 박소영 연출이 다시 의기투합했다.
한정석 작가는 7일 오후 프레스콜에 이어 열린 간담회에서 "저희가 전작 '레드북'에서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주체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했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이 얼마나 어렵고 많은 노력과 수고가 드는지 알기에 안타까웠다"며 "나 역시도 사회 부조리에 하나하나 적절하게 대응하거나 저항하지 못한다고 반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마침 김민섭 작가가 쓴 책 '대리사회'를 읽으며 한 개인이 사회 안에서 온전히 주체적일 수는 없다는 자각이야말로 주체성을 회복하는 시작이라는 내용에 크게 공감했고, 그런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극 중 네불라는 남유럽 이베리아반도 주변에 있는 가상 국가 파라디수스 공화국 출신으로, 독재자 미토스의 여러 대역 중 한 명으로 살다가 시민혁명으로 공화국이 해체되자 미국으로 건너온 70대 노인이다.
한국에서 태어난 수아는 발달장애가 있는 딸을 둔 미국 백인 부부에게 입양돼 눈치껏 장애인 동생을 돌보며 착한 딸이자 모범생으로 자랐으나, 동생의 사고 이후 집을 나와 혼자 살아가는 냉소적인 20대 청년이다.
한 작가는 "자료 조사를 하다 보니 독재국가는 내가 아는 것보다 훨씬 많았고, 현존하는 독재국가도 많다는 게 인상적이었다"며 "다양한 독재국가와 독재자의 사례를 섞어 누구나 상식선에서 연상할 수 있는 가상 독재국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수아는 타인에게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야 하고, 잘 보여야 하고, 기대에 부응하려고 하는 성향을 자연스럽게 갖게 된 입양아로 설정했다"며 "한국보다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섞인 미국에서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선영 음악감독은 "연극적인 작품이어서 음악은 뒤에서 서포트하는 역할을 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펫은 잘 몰랐고 소리가 커서 소극장 무대에서 밸런스 잡기가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네불라가 과거에 누렸던 영광과 초라하고 씁쓸한 현실을 표현하는 데 딱 맞는 악기였다"며 "결과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악기가 됐다"고 말했다.
박소영 연출은 "작가와 작곡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분명했고, 작업하는 내내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려고 노력했다"며 "네불라의 이야기, 수아와 네불라의 이야기에서 확장한 모든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공연은 다음 달 15일까지 이어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