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따라 산불 확산 속도 최대 78배 빨라져
국립산림과학원 "봄바람 타고 나는 도깨비불, 2㎞까지 날아간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바람 세기에 따라 산불 확산 속도가 최대 78배 빨라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자체 개발한 '수평 풍동 장비'로 실험한 결과 무풍·무경사 조건에서 발화된 불은 1분에 0.19m의 속도로 이동했지만, 초속 6m의 풍속과 경사 30도 조건에서는 1분당 최대 15m까지 확산했다.

2000년 동해안, 2005년 양양, 2019년 고성 등 피해가 컸던 대형산불은 대부분 4월에 집중됐다.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강한 편서풍의 영향으로 산불이 빨리 확산했기 때문이다.

특히, 바짝 마른 낙엽과 바람에 의해 산불 확산이 빨라지면 불이 나무의 줄기뿐만 아니라 잎과 가지까지 태우는 '수관화'(樹冠火)로 변한다.

산림의 위쪽이 타기 때문에 바람 영향을 더욱 크게 받아 산불 확산이 가속화하고 불똥이 날아가 새로운 산불을 만드는 '비화'(飛火)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날아가는 불똥으로 인한 시설물 피해 현상을 확인하기 위해 '비화 생성 장비'를 개발해 실험을 진행했다.

낙엽에 불을 붙이고 초속 0∼10m의 바람으로 불똥을 만들어 날려본 결과, 작은 불씨로도 시설물에 쉽게 불이 붙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지난달 울진·삼척 산불 당시에도 순간 최대 초속 25m의 바람에 의해 불똥이 산과 하천을 뛰어넘어 2㎞까지 날아가 빠르게 확산했다.

이로 인해 시설물 643채가 불에 타고 이재민 337명이 발생했으며, 서울시 3분의 1에 해당하는 면적의 산림이 피해를 봤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산사태연구과 서경원 박사는 "건조한 날이 지속하고 강한 편서풍이 불기 때문에 사소한 불씨로도 대형산불이 날 수 있다"며 "산림 인접 지역에서 논·밭두렁을 태우거나 성묘객들이 산소 주변에서 쓰레기를 태우는 것은 정말 위험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