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최대 20년·여성 최대 30년 가까이 일반 성인보다 평균 수명 짧아"
2기 진실화해위원회 연구용역 결과…수도권·강원 11곳 수용시설 조사
"권위주의 시절 집단수용시설 입소자 사망률 최대 30배 높아"
권위주의 정부 시절 집단수용시설 입소자에 대한 구조적이고 일상적인 인권침해가 발생했다는 국가 기관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당시 시설 입소자들은 열악한 보건 환경이나 폭력 등에 노출되면서 평균 성인 수명보다 짧게 생을 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연구 용역을 의뢰한 집단시설 인권침해 실태조사 결과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사는 광복 이후부터 1993년까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과 강원권의 11개 집단수용시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해당 시설은 서울시립아동상담소·서울시립아동보호소·서울시립갱생원·서울시립부녀보호지도소·서울시립영보자애원·성혜원·성경원·삼영원·춘천시립갱생원·강릉시립갱생원·원주시립갱생원 등이다.

연구진은 정부 기록물 등 문헌을 비롯해 수용자 입·퇴소 기록 및 집단수용시설 내 사망자 관련 기록 등을 분석하고 수용자 등을 구술 인터뷰하기도 했다.

조사 결과 공공과 민간위탁 방식의 모든 수용시설에서 입소부터 수용, 퇴소까지 전 단계에 걸쳐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연구진은 결론 내렸다.

특히 집단수용시설 수용자들은 당시 성인 일반 사망률보다 훨씬 높은 사망률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이 입수한 수도권 3곳과 강원권 2곳의 시설 자료에 따르면, 1986년 기준 입소자 사망률은 8.2∼12.0%로, 국가통계포털(KOSIS) 상 확인되는 같은 해 당시 한국 성인(15∼64세) 사망률(0.41%)과 비교했을 때 20∼30배가량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집단수용시설 내 자료의 정확도와 시설 안팎의 사망을 단순비교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으나 그 규모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1988년부터 1998년까지 조사된 호주의 노숙 상태 조현병 환자 사례와 비교해도 한국의 사망률은 지나치게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5개 시설의 사망자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집단수용시설 내 사망자들의 평균 연령을 보면, 사망자 수가 적은 시설 1곳을 제외했을 때 남성은 당시 성인 평균 수명과 비교해 10∼18년 수명이 짧아졌고 여성은 16∼30년 가까이 수명이 짧았다.

시설 입소자의 경우 같은 시기 일반 성인과 비교할 때 수명이 13∼23년까지 짧아진 것이다.

연구진은 "부랑인이 집단수용시설에 의뢰되는 근본적인 이유가 안전한 관리였다는 점에서 보면 시설에 입소할 경우 기본적으로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고 외상과 음주 등 문제에서 벗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조기사망이 당연시될 수 없다"고 했다.

집단수용시설 내 사망자들의 사인은 결핵과 뇌졸중이 많았다.

아울러 연도별 사망자 수 변동 및 사망원인을 분석한 결과, 2년 미만 단기 거주 후 사망한 사례의 원인을 보면 관리능력을 초과해 수용인원을 급증시켰을 때 결핵에 의한 사망률이 높아졌고 정신병원 개설 이후 정신질환자 수용을 늘렸을 때도 정신질환을 동반한 단기 거주 사망자가 증가했다.

이는 일반 집단수용시설이나 정신병원이 적절한 관리 범위를 벗어난 운영을 할 때 입소 후 단기간 내 사망자가 생긴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집단수용시설 관련 법률은 구호와 사회복지를 목적으로 제정됐지만, 부랑 집단에 대한 대책은 도시 질서 유지에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이들을 제거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며 "관련 법률과 실제 행정의 목적과 괴리는 국가가 의도적이고 계획적으로 장기간 법률을 어긴 채 인권침해가 발생하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집단수용시설에서 발생한 인권침해는 국가의 책임이 명백하다며, 수도권과 강원권을 비롯해 다른 지역의 시설에서도 비슷한 인권침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에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