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사회부 비중 높아…예방교육은 거의 못 받아 현직 기자 10명 중 8명가량이 일하는 동안 심리적 트라우마를 느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여성기자협회가 낸 현직 기자들의 트라우마 경험 관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현직 기자 544명 중 428명(78.7%)은 '기자로 근무하는 동안 심리적 트라우마를 느낀 적이 있느냐'는 질의에 '있다'고 답했다.
'가끔 있음'이 280명(51.5%)으로 가장 많았다.
'자주 있음' 105명(19.3%), '매우 빈번함' 43명(7.9%), '전혀 또는 거의 없음' 116명(21.3%)이었다.
응답자를 성별로 살펴보면 남성 기자 336명 중 260명(77.3%)이 트라우마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여성 기자의 경우 208명 중 168명(80.7%)이 있다고 답해 남성보다 여성 기자의 트라우마 경험 비율이 높았다.
트라우마 경험 당시 부서로는 사건팀과 법조, 정부 부처를 포함하는 사회부가 206명(48.1%)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지방자치단체(지역) 44명(10.3%), 경제·산업·금융 등 경제부(9.3%), 청와대·정당·외교 및 안보 등 정치부 26명(6.1%), 탐사보도 기획취재 25명(5.8%) 순이었다.
트라우마를 경험한 응답자들에게 트라우마를 겪게 하는 사건이 얼마나 자주 있는지 물어본 결과 '1년에 2∼3회 정도'가 59.3%, '월 2∼3회 느낀다'가 26.9%, '주 2∼3회 정도'가 9.6%였다.
트라우마 지속 기간으로는 '1∼30일 이내'가 46.9%, '한 달 이상'이 43.9%로 높은 비중을 보였다.
통상 트라우마 지속 기간이 한 달을 넘을 경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진단받는 점을 고려하면 의학적으로도 경고등이 켜진 이들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고 기자협회 측은 전했다.
트라우마를 어떤 상황에서 느끼는지에 대한 질의에 '취재 과정'이라고 응답한 이들이 61%로 가장 많았다.
'보도 이후 독자들의 반응' 58.4%, '내근 데스크나 조직 내부에서 겪는 갈등' 47.9%, '취재나 보도 전후 취재원과 관계' 43.7% 등이었다.
자연재난과 대형화재,성폭력 사건, 자살, 아동학대, 희생자 또는 가족, 정치인, 연예인, 온라인 커뮤니티 등 기자들이 취재 현장에서 접하는 사건·사고나 상황, 인물 등 15개 항목에 대해 트라우마 정도를 0∼4점(전혀없음∼매우 많음)으로 매겨 평균 점수를 낸 결과 '희생자 가족 및 관련 단체 취재'가 2.80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아동학대(2.63), 자살사건(2.52), 대형화재 및 폭발·침몰사고(2.43), 성범죄(2.38) 등의 순이었다.
성범죄 취재 중 트라우마를 겪었다고 답한 344명을 분석한 결과 트라우마를 '자주 또는 매우 많이 겪었다' 비율이 43.3%였다.
성별로는 여성 63.0%, 남성 30.1%였다.
성범죄 취재 과정에서 남성보다 여성 기자가 트라우마를 겪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자들은 업무 현장에서 일상적인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으나 예방교육은 거의 받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취재나 보도를 하기 전 트라우마 예방교육을 받았느냐는 질의에 81.8%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두 기자협회가 지난해 11월 8∼18일 구글 뉴스 이니셔티브와 미국 컬럼비아대 부설 저널리즘 및 트라우마 관련 비영리기관 '다트센터' 아시아 태평양지부 후원을 받아 여론조사 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실시했다.
한국기자협회와 여성기자협회는 트라우마와 관련해 현직 기자를 상대로 실시한 이번 첫 공식 조사를 시작으로 취재 중 트라우마 사례 및 대응방안 등을 정리해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방침이다.
또 관련 교육프로그램과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별도 기구 구성 등도 검토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