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계 의원들, '전국 순회' 건의…李 "논의해보자"
"소 잡는 칼로 닭을?" 조기등판 부정적 입장도…'사법 리스크'가 변수 될듯

지난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칩거를 깨고 서서히 기지개를 켜는 듯한 모양새다.

낙선 인사 형식의 전국 순회에 대한 주변 건의가 이어지는 데다 6·1 지방선거 국면에서 송영길 전 대표, 김동연 전 부총리의 출마를 놓고 '이심'(이 전 지사의 의중) 얘기가 심심치 않게 거론되는 상황이다.

다만 이 전 지사와 부인 김혜경 씨를 둘러싼 이른바 '사법 리스크'도 본격화하는 상황이라 등판 여부 및 시점을 둘러싼 이 전 지사의 고민은 깊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팬카페 '이장' 수락 이재명, 전국 낙선인사 고리로 기지개 켜나(종합)
이날 민주당 측에 따르면 일부 친이재명계 의원들은 지난 4일 이 전 지사에게 '전국 순회 낙선 인사'에 나서라고 건의했다.

호남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활동 재개를 위한 몸풀기에 나서야 한다는 제안이다.

이재명계 좌장으로 분류되는 정성호 의원은 이날 유튜브 채널 '오마이TV'에 나와 "민주당의 핵심 지지 기반은 지역적으로 호남"이라며 "그쪽 지지자들이 굉장히 울분하고 낙심하고 있어서 그분들을 위로하는 것이 시작되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이 전 지사에게 '조금 더 빨리 나오셔서 활동하시는 게 어떻겠냐'고 건의드렸다"며 "이 전 지사도 '같이 논의해보자'라고 답하셨다"고 말했다.

경기도 라인 한 관계자도 "의원들의 아이디어 차원에서 (전국 순회)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이 전 지사는 '얘기를 듣고 해야죠' 정도 수준으로 말했다"고 전했다.

측근들을 중심으로 한 이러한 제안의 배경에는 오는 6월 지방선거가 다가온다는 불안감이 깔려 있다.

민주당이 당장 후보자 물색부터 난항을 겪는 상황 속에 이 전 지사가 등판해 당의 구심점이 돼줘야 한다는 요구다.

지방선거 도전장을 내민 후보들도 저마다 이 전 지사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그의 활동 재개를 에둘러 요청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조정식 의원은 이날 경기지사 경선 룰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기도지사로서) 이재명의 성과를 계승·발전할 사람은 제가 적임자"라고 재차 강조했다.

안민석 의원은 지난 1일 라디오에서 "이 전 지사는 (지방선거에서) 어떤 역할이든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뒤 "이후 8월 당대표 선거에 나가야 할 것 같다.

이것은 운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전 지사 측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지방선거 선거운동이 본격화하는 순간 지역마다 지원 요청이 들어올 것 같다.

의원들이 벌써 그런 요구를 한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봐야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팬카페 '이장' 수락 이재명, 전국 낙선인사 고리로 기지개 켜나(종합)
일각에서는 이 전 지사가 지난 2일 회원수 18만여명에 달하는 자신의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 대표 격인 '이장'직을 수락한 것과 관련, 활동 재개의 시작점이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는다.

다만 경찰이 이 전 지사의 부인 김 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는 이른바 '사법 리스크'가 변수다.

경찰은 전날 해당 의혹과 관련해 경기도청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지난 3월 중순에도 해당 의혹을 고발한 장영하 변호사를 조사했다.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최초로 제보한 전 경기도청 공무원 A씨는 전날 저녁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 "참고인 조사를 준비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대장동 특검' 불씨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당장 민주당부터 특검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 전 지사 측은 사법 당국의 이러한 움직임을 이른바 '보복 수사'로 규정하는 분위기다.

정성호 의원은 유튜브 인터뷰에서 "(보복 수사는) 저도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라며 "특히 경기도청 압수수색을 보면서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당 일각에서는 송 전 대표 등판이 명-낙(이재명-이낙연) 계파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시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송 전 대표의 출마 결심에 이 전 지사의 의중도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팬카페 '이장' 수락 이재명, 전국 낙선인사 고리로 기지개 켜나(종합)
이 전 지사 측도 경찰의 압수수색 등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활동 재개 시점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지사가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다만 이와 관련, 정 의원은 유튜브 인터뷰에서 "이 전 지사는 이 부분(당대표 출마)과 관련해 일언반구 언급한 적이 없다"며 "대선이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당대표에 나오겠다고 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소 잡는 칼로 닭을 그렇게 막 잡을 수 없다"며 조기 등판론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는 "정치적인 자산을 너무 빨리 소진할 수 없다"며 "당 입장에서는 지방선거 과정에서 로스(loss)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