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올해 상반기 백신, 반도체 등 원천기술 연구에 총 486억5000만원을 지원한다. 미래 신기술 개발을 위한 토대를 마련한다는 취지에서다.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과 삼성전자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을 통해 기초과학 12개, 소재 분야 8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7개 등 27개 연구 과제에 총 486억50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한다고 5일 발표했다.

지원할 연구 과제에는 차세대 반도체, 가상화 시스템 운영 체제, 세계 최고속 트랜지스터 등 미래 신기술이 대거 포함됐다. 노화 촉진 원인을 규명해 치료법을 개발하고, 리보핵산(RNA) 백신·치료제 생산 관련 기술을 연구하는 과제도 지원한다. 지원 대상 연구 책임자 가운데 12명(44%)은 43세 이하 신진이다. 황준호 서울대 교수, 김희권 성균관대 교수 등 6명은 30대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국내 기초과학 발전과 산업기술 혁신, 사회 문제 해결을 목표로 삼성전자가 1조5000억원을 출연해 2013년 8월부터 시행한 공익 연구 지원사업이다. 올 상반기까지 기초과학 분야 251개, 소재 분야 240개, ICT 분야 244개 등 총 735개 연구 과제에 연구비 9738억원을 지원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연구 과제로 선정되면 최대 5년간 수십억원의 연구비를 받을 수 있다. 연구 성과의 산업 활용도를 높이는 ‘연구개발(R&D) 교류회’, 활용도가 높은 특허 출원을 지원하는 ‘지식재산(IP) 멘토링’ 등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게 된다.

올 상반기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30대 연구 책임자 최영재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33)는 “5년 안에 감염병 백신·치료제 대량 생산을 위한 분자 정제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많은 비용이 필요한 대형 연구일수록 성과와 경력이 적은 30대 교수가 외부에서 지원받을 기회는 드물다”며 “삼성의 지원 덕분에 기술 개발에만 신경 쓸 수 있게 됐다”고 했다.

RNA는 코로나19 이후 수요가 가장 많이 증가한 바이오 소재로 꼽힌다. 그동안은 생산 단계에서 소재 신뢰성 문제가 많았다. 최 교수는 “기존 RNA 생산 방식에서 벗어나도록 새로운 분자 정제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며 “70%에 미치지 못하는 RNA 정제 수율을 99%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