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과 식사를 함께하며 스킨십과 소통을 강화하는 자리를 늘리고 있다.

여소야대의 국회 지형을 고려할 때 윤 당선인이 새 정부 출범 초반 강력한 국정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서는 당내 지지와 결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는 당선인으로서 '식사 정치'를 통해 단시간 내에 소속 의원들과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국정 기조와 철학을 공유하고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새 정부·여당의 첫 정치적 시험대로 여겨지는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운동의 최전선에서 뛰어야 하는 의원들을 격려하는 의미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윤 당선인은 최종 당선 이후 공개·비공개로 의원들과 여러 차례 식사 자리를 가졌다.

인수위원회에 합류한 의원들과는 수시로 통의동 사무실 인근에서 김치찌개 등을 메뉴로 번개 오찬을 하고 있고, 나머지 의원들과도 일주일에 한 차례 이상씩은 짬을 내어 자리를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과 가까운 한 의원은 5일 통화에서 "대선 과정의 노고에 감사함을 표시함과 동시에, 앞으로 당·정이 하나가 되어서 성공한 윤석열 정부, 국민의힘의 정부를 만들자고 다짐하는 자리"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가장 최근인 전날은 서울의 한 식당에서 김용판 백종헌 서범수 안병길 조은희 태영호 서정숙 이종성 지성호 의원 등 초선 9명이 참석한 가운데 소고기 전골을 메뉴로 오찬을 함께 했다.

윤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5월 10일까지 새 집무실이 완성되지 않으면 '천막 집무실'이라도 불사하겠다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용산시대'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지역균형발전과 관련해 "서울만 커서는 안 된다"며 "국가가 두 개의 축을 갖고 커나가는 데 그게 부산일 수 있다"고 했고, 산업은행과 함께 수출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 검토를 언급했다고도 전해진다.

산업은행 본점 이전은 윤 당선인의 선거기간 공약이다.

앞서 지난달 30일에도 초선 의원 7명과 점심을 먹으며 향후 여소야대 정국과 지방선거 국면에서 당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초선 위주로 식사 정치를 이어가는 배경에는 초선이 당내 절반 이상을 넘어서는 이유도 있지만, 사상 첫 '0선 출신' 대통령으로서 원내에 독자적인 지원 세력을 확보하기 위한 의도가 담긴 것으로도 해석된다.

윤 당선인은 측은 "식사 회동은 얼굴을 맞대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선수를 막론하고 다양한 의견과 제언을 수렴하고자 하는 게 윤 당선인의 뜻"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오는 8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 이후로 4선 이상 다선 의원들과 식사 자리를 가질 예정으로도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