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등 정치 이벤트에 방역규제 완화까지…대통령 집무실 용산이전도 변수
인수위, '불법에 엄정대응' 주문…경찰 '갈등관리' 역량 시험대
새 정부 초기 집회·시위 봇물 전망…경찰 '안정적 관리' 숙제
대선에 이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도 두 달여 남은 가운데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각계각층의 집회·시위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최근 경찰청 업무보고에서 집회·시위와 관련해 일관되고 엄정한 대응을 주문하면서 경찰의 집회·시위 대응 방향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 코로나19에도 집회 12% 늘어…"이슈도 강도도 변화"
28일 경찰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에도 집회·시위는 2020년 7만7천453건에서 지난해 8만6천552건으로 11.7% 증가했다.

올해는 대선과 지방선거가 겹치고 최근에는 날씨도 풀리면서 주말 집회·시위가 눈에 띄게 늘어난 분위기다.

가장 가깝게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측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과 전문가들도 새 정부 초기 집회·시위가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눌렸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며 "또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등 기존에 집회를 계속해오던 측과의 악화한 관계는 고착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단순하게 집회·시위의 개최 건수가 늘어나는 것을 넘어 양상과 강도가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 초기 광우병 이슈가 종국적으로 정부 운영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했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있기도 하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위 득표자와 1%포인트도 안 되는 차이로 당선됐다는 점에서 정권 초기부터 지지 기반에 대한 리스크를 안고 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광우병 사태 때처럼 집단으로 여러 명분을 들고나와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부연했다.

정치·사회적 갈등이 심화한 상황에서 각 사회계층의 응집된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법 중 하나가 헌법상 권리인 집회·시위이기 때문에 코로나19로 그나마 억제돼왔던 집회·시위 수요는 더 늘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 방역 완화·용산 이전에 인수위 당부까지…'갈등관리' 무게
정치 이슈가 여론 형성에 민감한 영향을 주는 시기일 뿐 아니라 점차 방역 규제가 완화하는 점 역시 집회·시위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한다.

2주 후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전히 풀릴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경찰이 염두에 둬야 할 중대 변수가 하나 더 있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이 불러올 집회·시위 장소의 중심 이동이다.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하면 현재 광화문 일대에서 빈번한 집회·시위 역시 장소를 용산으로 옮겨올 가능성이 크다.

지금과 같은 인수위 활동 시기에 인수위 사무실이 있는 통의동 일대가 집회나 각종 기자회견으로 북새통을 이루는 상황에 비춰 보면 용산이 집회 1번지가 될 가능성은 넉넉히 짐작할 수 있다.

이런 변수를 치밀하게 고려하며 집회·시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과제가 경찰에게 주어진 것이다.

이웅혁 교수는 "광화문은 60년 축적된 노하우가 있지만 용산은 경찰도 낯선 곳이라 집회·시위 관리 방식을 새롭게 해야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약간의 불안정은 예상된다"면서 "다만 큰틀의 지형 구조만 봐서는 광화문보다 오히려 관리가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집시법상 대통령 관저는 관저 근처 100m가 집회 금지 구역으로 정해져 있지만, 집무실은 제한금지구역에 해당하지 않아 그에 대한 정리도 필요한 상황이다.

새로 들어설 정부의 국정기조를 구체화하고 있는 인수위가 엄정한 집회 관리를 주문한 점도 경찰로서는 의식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인수위는 최근 경찰청 업무보고에서 경찰이 민주노총 집회 시위에 미온적으로 대응했다며 "불법에 대해 일관되고 엄정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원론적 주문일 수 있으나 향후 수개월간 집회·시위가 봇물 터지듯 증가할 상황을 고려하면 불법과 혼란에 사후 대응하기보다 미연에 막도록 '갈등 관리'를 해야 하는 과제를 경찰이 풀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학경 성신여대 융합보안공학과 교수는 "독일에서는 경찰에게 '협력의 의무'를 부과한다.

집회 시위 금지 통보나 해산 명령을 하기 전 대화를 통해 갈등 관리를 하게 돼 있다"며 "다만 이 대화가 통하지 않으면 경찰 조치의 문턱도 낮아진다.

물리적 통제는 보충성의 원칙의 의거한 최후의 수단"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