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쟁 이후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했던 국제 유가가 10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미국이 사상 최대 규모의 비축유 방출을 발표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1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1% 하락한 배럴당 99.27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31일에는 7% 급락했다. WTI가 100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올 3월 17일 후 처음이다.

국제 유가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전 거래일보다 0.3% 하락한 배럴당 104.39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브렌트유는 지난주 주간 기준으로 11% 하락해 2011년 5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WTI도 주간 기준 13%가량 급락했다.

지난달 31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통해 “사상 최대 규모의 비축유를 방출하겠다”고 발표한 뒤 유가에 하방 압력이 가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시장에 쏟아내겠다고 공언한 원유 규모는 향후 6개월간 하루 100만 배럴로 총 1억8000만 배럴 수준이다. 이는 세계 원유 수요의 이틀분에 해당한다.

미국이 비축유 방출을 결정한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에 따른 유가 폭등세를 잡기 위해서다. 다른 국가들도 미국의 비축유 방출에 동참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시행하는 전략비축유 방출에 30여 개국이 동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가적 비상시국에도 유전에서 원유를 생산하지 않는 업체들에 과태료를 물리는 방안을 미 의회에 요청하기로 했다.

다만 일각에선 미국의 일회성 비축유 방출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다음달 하루평균 43만 배럴을 증산하는 데 합의했다. 서방의 대폭 증산 요구에도 불구하고 기존 40만 배럴에서 증산 규모를 찔끔 늘리는 데 그쳤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