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단계로 나눠 추진…이르면 다음주 중대본 회의서 확정
항공업계, 운항 확대 '절실'…"외항사에 뒤처질까 우려"
국토부, 올해 국제선 50%까지 복원 계획…방역당국은 '신중모드'
국토교통부가 연말까지 국제선 운항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의 50% 수준까지 복원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3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국토부는 질병관리청 등 방역 당국과 국제선 운항 복원 계획에 대한 실무 협의를 마쳤으며, 이르면 다음주 안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안건으로 상정해 보고할 예정이다.

정부가 이달 4일부터 2주간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를 소폭 완화하는 등 점차 방역 조치를 완화하고 있어서 국토부 계획도 5월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만 방역 당국은 '하늘길'의 단계적 확대에 대해 여전히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 국토부, 5월부터 국제선 운항 재개 '본격화'
2019년 우리나라의 국제선 정기편 운항은 주 4천770편가량에 달했지만, 지난달에는 406편만 운항했다.

이달에는 정부의 입국자 격리 면제 조치에 힘입어 420편으로 다소 늘었지만, 2019년 대비 8.8% 수준에 불과하다.

인천국제공항의 시간당 국제선 도착 편수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40편가량이었지만, 현재는 10편으로 제한되고 있다.

국토부의 국제선 운항 복원 계획 초안에 따르면 국토부는 국제선 운항 증편을 3단계로 나눠 추진할 방침이다.

5월부터 1단계 계획을 시행해 해당 기간 매달 100편씩 국제선을 증편하고, 인천공항 도착 편수 제한도 시간당 20회로 늘릴 예정이다.

이후 7~8월께 2단계에 돌입해 매달 300편씩 국제선을 증편하고, 인천공항 도착 슬롯(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 제한도 시간당 30회로 확대한다.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지는 감염병)으로 전환되면 3단계를 시행해 최종적으로 국제선 운항을 50%까지 회복시킨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이르면 올해 10월 3단계 계획을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3단계에서는 미국과 유럽 항공편이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운항 제한 정책이 계속 이어진다면 전체 노선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선 운항 재개를 차질없이 추진하기 위해 국토부는 항공사 운항 허가를 국토부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해달라고 방역 당국에 요청했다.

국토부는 직접 운항 허가를 내리고, 결과를 방역 당국에 공유하겠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항공사들은 국토부에 하계·동계 단위로 운항 신청을 하고 허가를 받았지만, 지금은 사실상 방역 당국이 매월 항공사 신규 운항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방역 당국이 그동안 국제선 신규 운항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항공사들은 운항 확대와 증편 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는 장기적으로는 입국 시 PCR(유전자 증폭) 검사 의무도 해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국제선이 증편될 경우 인천공항에서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PCR 검사를 시행할 인력과 공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토부, 올해 국제선 50%까지 복원 계획…방역당국은 '신중모드'
◇ 국제선 회복 늦으면 경쟁력 약화 우려…항공권 가격 인상 가능성
국토부가 국제선 운항 재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국가 항공 경쟁력 확보와 외교적 이슈를 동시에 고려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유럽 등 각국이 빗장을 풀었지만, 한국의 국제선 운항은 여전히 작년 초와 비슷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국제선 운항 제한 조치에 국적 항공사들은 해외 공항 슬롯을 반납해야 할 위기에 놓였다.

일반적으로 항공사들은 배분받은 슬롯을 80% 사용해야만 권한을 유지할 수 있다.

국적 항공사들이 국제선 운항을 하지 못하면 미국, 유럽 등 주요 공항의 슬롯을 다른 외항사에 빼앗길 수 있다.

아울러 국제선 운항을 재개한 국가들도 외교 채널을 통해 한국 정부에 운항 재개를 요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非)자유화 노선의 경우 각국 정부가 운수권을 협상하고 주당 운항편 수를 동등하게 나눠 가진다.

우리나라의 제한 조치로 국제선 운항 재개가 안 될 경우 상대국에서 항공협정 위반으로 문제를 삼을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밖에 여행 수요가 늘어나는데 항공사들이 국제선 운항을 제때 확대하지 못하면 공급 부족으로 항공권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항공업계도 올해 국제선 운항 재개에 생존까지 달려 있다는 입장이다.

2년 연속 사상 최악의 적자를 낸 LCC(저비용항공사)는 올해 실적 반전을 이뤄내야 하는 상황이다.

유상증자 등 외부 자본 투입으로 코로나19 위기를 버텼지만, 올해는 국제선 운항을 통해 수익을 내야 부채를 상환할 수 있다.

화물 사업 호조에 힘입어 호실적을 기록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도 화물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2019년 대비 급등한 항공화물 운임이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화물 수익은 점차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항공 화물 운임지수인 TAC 지수의 홍콩∼북미 노선 항공 화물운임은 작년 12월 1㎏당 12.72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화물 비수기인 1월부터 하락해 올해 3월에는 8.18달러로 떨어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방역을 완화하는 추세 속에서 한국의 입국자 격리 면제 조치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 늦은 감이 있다"며 "정부가 국제선 운항 재개를 지원해주지 않는다면 국적 항공사들이 외항사와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