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중국의 '제로 코로나' 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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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구시'(實事求是·사실에 근거해 진리를 탐구한다), '흑묘백묘'(黑猫白猫·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
1978년 12월 중국공산당 11기 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11기 3중전회)에서 덩샤오핑이 중국의 문화대혁명으로 대표되는 이념적 굴레를 떨치고 개혁개방을 추구하겠다며 제시한 방법론이다.
이후 40여 년 동안 중국은 매년 놀라운 경제 발전을 거듭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다.
실사구시와 흑묘백묘는 지금도 중국에서 교조주의를 타파하고, 실용주의 노선을 추구하는 모든 정치·사회적 운동의 캐치프레이즈로 내걸린다.
최근 중국에는 또 하나의 교조주의가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를 혼돈에 빠뜨린 코로나19에 맞서는 중국 특색의 방역 정책인 '제로 코로나'가 그것이다.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면 엄격한 통제와 강력한 방역 조치로 다시 감염자 수를 '제로'(0)로 돌려놓는 전무후무한 방역 정책이다.
제로 코로나 정책 시행으로 중국에서는 2020년 우한, 2021년 시안, 2022년 선전이 '도시 봉쇄'를 경험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면 인구 1천만 이상의 1선 도시라도 전면 봉쇄를 감행하는 것이 제로 코로나의 핵심이다.
문제는 인구 1천만 이상의 대도시를 봉쇄하고, 봉쇄 지역 전 주민의 핵산(PCR) 검사 등 방역 조치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또 봉쇄 지역 내 기업과 공장이 멈춰서 막대한 경제적 손실도 발생한다.
중국이 주요 2개국(G2)으로서 막강한 경제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3년째 지속하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맞서 언제까지 제로 코로나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조기에 감염자를 파악하는 선제적 방역에 초점을 맞췄던 제로 코로나 정책은 전염성이 강하고, 증상이 가벼운 오미크론 변이에 속수무책으로 뚫리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달 2일부터 지역 감염이 확산하기 시작한 지린성은 한 달째 강도 높은 방역 조치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하루 2천명 가까이 감염자가 나오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런 상황에서도 '전가의 보도'처럼 제로 코로나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제로 코로나에 대한 집착은 성공적인 코로나19 방역을 체제 선전의 도구로 사용한 중국 당국의 책임이 크다.
그러나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고 그 하위 변이인 전염력이 더 강한 '스텔스 오미크론'(BA.2)이 유행하면서 제로 코로나 정책은 비용만 많이 들 뿐 더는 예전만큼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중국 당국은 2년 가까이 체제 선전의 도구로 활용하던 제로 코로나 정책을 인제 와서 헌신짝처럼 내던질 수도, 그대로 밀고 나갈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게 됐다.
중국 내부에서도 맹목적으로 제로 코로나 정책을 견지하는 행태에 반기를 드는 움직임이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 상하이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대응해 상하이 모델인 '정밀 방역'을 선보였다.
정밀 방역은 도시 전체를 봉쇄하는 대신 밀접 접촉자가 발견된 주거지역 위주로 여러 곳을 바둑판처럼 잘게 나눠 봉쇄하는 새로운 방식의 방역 모델이다.
비록 지난달 26일 상하이가 중국 내 최다 감염자 발생 지역이 되면서 정밀 방역을 포기했지만, 이러한 시도는 오늘날의 중국을 만든 실사구시의 모범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중국 내부에서는 실패로 끝난 상하이 모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후시진 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상하이시 당국이 도시 봉쇄 대신 정밀 방역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공개적으로 이를 비판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도 당일 '상하이는왜봉쇄하지않는가'라는 해시태그가 조회 수 4억 회를 돌파하며, 상하이 모델이 여론의 비난 대상이 됐다.
이런 양상은 중국 당국과 국민의 제로 코로나에 대한 맹신이 집착을 넘어 교조주의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른 국가들이 치명률을 낮추는 방식의 '위드 코로나' 정책을 펼치며 국가 간 교류를 정상화하는 것과 달리 중국이 제로 코로나에 집착한다면 중국은 홀로 '청정지대'에 머무는 코로나19 고립국이 될 것이다.
중국이 코로나19가 종식되는 순간까지 세계 최고의 코로나19 방역국이 되고 싶다면 제로 코로나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제2, 제3의 상하이 모델이 시도될 수 있게 실사구시와 흑묘백묘의 지혜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연합뉴스
1978년 12월 중국공산당 11기 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11기 3중전회)에서 덩샤오핑이 중국의 문화대혁명으로 대표되는 이념적 굴레를 떨치고 개혁개방을 추구하겠다며 제시한 방법론이다.
이후 40여 년 동안 중국은 매년 놀라운 경제 발전을 거듭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다.
실사구시와 흑묘백묘는 지금도 중국에서 교조주의를 타파하고, 실용주의 노선을 추구하는 모든 정치·사회적 운동의 캐치프레이즈로 내걸린다.
최근 중국에는 또 하나의 교조주의가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를 혼돈에 빠뜨린 코로나19에 맞서는 중국 특색의 방역 정책인 '제로 코로나'가 그것이다.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면 엄격한 통제와 강력한 방역 조치로 다시 감염자 수를 '제로'(0)로 돌려놓는 전무후무한 방역 정책이다.
제로 코로나 정책 시행으로 중국에서는 2020년 우한, 2021년 시안, 2022년 선전이 '도시 봉쇄'를 경험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면 인구 1천만 이상의 1선 도시라도 전면 봉쇄를 감행하는 것이 제로 코로나의 핵심이다.
문제는 인구 1천만 이상의 대도시를 봉쇄하고, 봉쇄 지역 전 주민의 핵산(PCR) 검사 등 방역 조치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또 봉쇄 지역 내 기업과 공장이 멈춰서 막대한 경제적 손실도 발생한다.
중국이 주요 2개국(G2)으로서 막강한 경제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3년째 지속하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맞서 언제까지 제로 코로나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조기에 감염자를 파악하는 선제적 방역에 초점을 맞췄던 제로 코로나 정책은 전염성이 강하고, 증상이 가벼운 오미크론 변이에 속수무책으로 뚫리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달 2일부터 지역 감염이 확산하기 시작한 지린성은 한 달째 강도 높은 방역 조치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하루 2천명 가까이 감염자가 나오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런 상황에서도 '전가의 보도'처럼 제로 코로나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제로 코로나에 대한 집착은 성공적인 코로나19 방역을 체제 선전의 도구로 사용한 중국 당국의 책임이 크다.
그러나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고 그 하위 변이인 전염력이 더 강한 '스텔스 오미크론'(BA.2)이 유행하면서 제로 코로나 정책은 비용만 많이 들 뿐 더는 예전만큼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중국 당국은 2년 가까이 체제 선전의 도구로 활용하던 제로 코로나 정책을 인제 와서 헌신짝처럼 내던질 수도, 그대로 밀고 나갈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게 됐다.
중국 내부에서도 맹목적으로 제로 코로나 정책을 견지하는 행태에 반기를 드는 움직임이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 상하이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대응해 상하이 모델인 '정밀 방역'을 선보였다.
정밀 방역은 도시 전체를 봉쇄하는 대신 밀접 접촉자가 발견된 주거지역 위주로 여러 곳을 바둑판처럼 잘게 나눠 봉쇄하는 새로운 방식의 방역 모델이다.
비록 지난달 26일 상하이가 중국 내 최다 감염자 발생 지역이 되면서 정밀 방역을 포기했지만, 이러한 시도는 오늘날의 중국을 만든 실사구시의 모범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중국 내부에서는 실패로 끝난 상하이 모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후시진 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상하이시 당국이 도시 봉쇄 대신 정밀 방역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공개적으로 이를 비판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도 당일 '상하이는왜봉쇄하지않는가'라는 해시태그가 조회 수 4억 회를 돌파하며, 상하이 모델이 여론의 비난 대상이 됐다.
이런 양상은 중국 당국과 국민의 제로 코로나에 대한 맹신이 집착을 넘어 교조주의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른 국가들이 치명률을 낮추는 방식의 '위드 코로나' 정책을 펼치며 국가 간 교류를 정상화하는 것과 달리 중국이 제로 코로나에 집착한다면 중국은 홀로 '청정지대'에 머무는 코로나19 고립국이 될 것이다.
중국이 코로나19가 종식되는 순간까지 세계 최고의 코로나19 방역국이 되고 싶다면 제로 코로나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제2, 제3의 상하이 모델이 시도될 수 있게 실사구시와 흑묘백묘의 지혜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