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의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 /사진=한경DB
HMM의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 /사진=한경DB
HMM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달 역대급 실적을 내놓은데 이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의 수혜 기대감이 보태진 영향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9분 현재 HMM은 전일 대비 1100원(3.11%) 오른 3만6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4일 HMM은 14.19% 오른 3만5400원에 거래를 마쳤고, 장중 3만7650원(+21.45%)까지 치솟기도 했었다.

HMM이 러시아 노선의 운항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이미 HMM이 소속된 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를 구성하는 일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과 독일 하팍로이드는 극동노선 운항 중단을 선언했다. 글로벌 1·2위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와 스위스 MSC, 4위 선사인 프랑스 CMA-CGM도 마찬가지다.

운항을 중단하면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HMM이 러시아 노선에 투입하는 선복(컨테이너를 실을 선박 내 공간) 비중이 미미한 데다, 해상 화물 운송 노선의 어느 한 곳이 막힌 파급효과로 전체 운임이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

HMM은 이달 들어서면 지난 4일까지 사흘동안 22.70%가 올랐다. HMM 뿐만 아니라 대한해운(11.15%), 팬오션(8.07%) 등 벌크선사들의 주가도 강세였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전쟁이라는 이슈는 운송시장에서 할증료를 부과할 수 있는 이유가 되지, 운임이 하락하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며 “선박들이 마음 놓고 돌아다니지 못하면 얼마나 무섭게 운임이 상승하는지 무려 2년 동안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질리도록 경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MM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 3만3000원에서 4만2000원으로 올렸다.

컨테이너선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 평균으로 958.57을 기록했다가 2020년에는 2783.03, 작년에는 5046.66으로 치솟았다.

특히 작년 1분기에는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수에즈운하에서 선박이 좌초하며 운하를 막아 해상 운임 상승세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안 그래도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선복이 부족한 상황에서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빠른 길이 막히면서다. 선사들이 아프리카 대륙 최남단의 희망봉을 돌아 유럽으로 향하면서 운송시간이 길어졌고, 이는 선복의 추가 감소로 이어졌다.

해상운임의 고공행진으로 HMM은 작년 연간으로 7조377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 중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POSCO)에 이어 네 번째로 큰 영업이익 규모였다. 팬오션과 대한해운도 증권시장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을 웃도는 실적을 내놨다.

이 같은 역대급 호실적은 해운섹터의 주가를 밀어 올렸다. 지난달 월간 기준으로 HMM은 31.74%가, 대한해운은 29.91%가, 팬오션은 33.67%가 각각 상승했다.

선사들의 러시아 항로 운항이 중단되면 수에즈운하 사고 때와 같은 물류 대란이 재차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럽 노선의 병목현상의 대안으로 부상한 육·해상 복합노선을 이용하는 기업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 유럽을 향하는 화물을 일단 러시아로 보내 시베리아횡단철도(TSR)에 실어 유럽으로 보내는 방식이다.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올해 1월 부산항과 러시아 사이의 물동량은 1년 전보다 58% 늘었다. 2020년 이후 연평균 증가율은 35%에 달한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