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C 긴급상임위 '도발' 표현 없이 '대화 제의 호응' 촉구
비판 여론에 적극 대응…외교안보 정책주도권 상실 우려한듯
대선 앞둔 시점서 한층 더 민감…"강한 국방에 혼신 노력 다했다"
北미사일에 난감한 靑…대화 강조하며 '힘없는평화' 지적엔 반박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상이 임기 말로 갈수록 더욱 난관을 맞이하는 형국이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 잠잠했던 북한이 27일 무력시위를 재개하면서 한반도의 안보 정세가 다시금 냉각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런 흐름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여론을 확산시키면서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주도권 약화를 더욱 가속시키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北미사일에 난감한 靑…대화 강조하며 '힘없는평화' 지적엔 반박
청와대는 이날 오전 북한이 평양시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하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NSC는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세계 및 지역,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한미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화 제의에 북한이 조속히 호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평화적 해결에 역행하는 행동을 중단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회의 결과를 전하는 청와대의 보도자료에서 '엄중한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여전히 '도발'이라는 표현은 없었다.

이번 미사일 발사가 새해 들어서만 여덟 번째로 감행된 북한의 무력도발이지만 여전히 남북대화의 가능성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연합뉴스 및 세계 7대 통신사와 합동으로 진행한 서면인터뷰에서 "정상회담의 선결 조건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그러나 청와대 내부에서는 잇단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이 같은 구상의 당위성을 약화하는 데 대한 우려의 기류도 감지된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터진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방·안보 이슈에 대한 관심이 커진 상황에서 북한의 무력시위는 더욱 정교한 대응이 필요한 이슈라 할 수 있다.

이미 야권에서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등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고도 침공받은 상황을 고리로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 구상을 대대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도 지난 25일 중앙선관위 주관 2차 법정 TV토론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등과 체결한 평화협정이 전쟁을 막지 못한 점을 언급했다.

윤 후보는 토론 당시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종전선언을 강조하면 우크라이나와 동일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북한의 도발을 매개로 한 야권의 공세가 강해질 경우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성과 전반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강화시킬 수 있어 청와대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여기에 보수 언론까지 나서서 '강한 국방력을 바탕으로 한 억지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청와대는 직접 이를 반박하기도 했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SNS에 '브리핑에 없는 대통령 이야기'를 올리면서 "문재인 정부가 국방력 강화 노력을 게을리했나.

대답은 단호하게 'NO'(아니오)"라며 "문재인 정부는 평화를 뒷받침하는 강한 국방에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에서 5.8%, 박근혜 정부에서 4.6%였던 방위력 개선비 증가율이 현 정부에서 7.4%를 기록한 점을 들어 "민주당 정권은 안보에 취약하다는 것은 허구에 가까운 정치 공세적 프레임"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항변에 나선 데에는 임기 끝까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주도권을 살려가며 남북관계에 있어 작은 진전이라도 이뤄내겠다는 생각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또 공세에 대응하지 않고 그대로 둔다면 마치 비판을 인정하는 것 처럼 비쳐질 수 있다는 점도 청와대로서는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경우 문재인 정부 5년간의 대북정책 전반에 대한 평가는 물론 다가온 대선 판세까지도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