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포스코와 포항시 등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12월 1일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뒤 12월 10일 이사회 의결, 올해 1월 28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지주사 전환 절차를 밟았다.
애초 이주사 체제 전환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지 않아 포항시나 시민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포스코그룹 최정점인 포스코홀딩스가 본사를 서울에 둔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포항지역 투자 축소, 인력 유출, 세수 감소 등을 우려하는 의견이 차츰 나왔다.
포항시의회가 1월 24일 임시회를 열어 포스코홀딩스 포항 설립을 촉구한 데 이어 다음날 이강덕 포항시장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개적으로 지주사 본사와 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설립을 요청했다.
이후 이철우 도지사를 비롯해 국민의힘 김정재(포항 북구)·김병욱(포항 남구·울릉) 국회의원 등이 연이어 성명을 내는 등 포항·경북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나서기 시작했다.
포항 각계는 2월 8일 간담회를 열어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고 지주사 포항 유치를 위한 홍보를 본격화했다.
임시 주총이 마무리돼 지주사 설립에 필요한 모든 절차가 끝난 만큼 포스코는 1월 말까지만 해도 느긋한 상황이었다.
포스코 측은 "포스코 본사는 여전히 포항이고 포스코의 지주사 출범으로 인해 포항, 광양 인력의 유출이나 지역 세수 감소 없다"며 포항시민이 오해하고 있다는 견해였다.
그러나 범대위가 포스코홀딩스 포항 유치 서명운동에 나서고 최정우 회장 퇴출을 위한 여론전에 나선 데 이어 대선 주자들마저 포스코홀딩스 서울 설립에 반대하자 포스코도 다급해졌다.
2월 초 포항시내 곳곳에 포항지역 여러 단체가 현수막 수백장을 내걸어 포스코와 최정우 회장을 비판하자 포스코도 "포스코는 포항을 떠나지 않는다"란 내용의 현수막 수백장을 내걸었다.
시민 사이에선 "양측 다툼에 현수막 제작업체만 신났다"란 말이 나돌았다.
다른 지역에선 대대적으로 걸린 대선 후보 현수막이 양측 현수막에 가려 눈에 띄지 않을 정도였다.
포항시와 시의회가 1월 27일 대구·경북 지방신문에 "수도권 집중 및 지방소멸을 앞당기는 일방적 지주사 전환을 결사 반대한다"고 지면광고를 내자 포스코는 2월 16일과 23일에 마찬가지로 대구·경북 지방신문에 "포스코의 본사는 포항입니다"란 광고를 내며 맞섰다.
포스코 직원 상당수가 카카오톡 프로필을 지주사 관련 홍보 문구로 바꾸자 포항시는 행정전화 대기 안내문을 지주사 관련 내용으로 바꿨다.
포스코가 영상과 전단지를 제작해 인터넷카페 등에 지주사 서울 설치 당위성을 알리자 범대위는 반박하는 영상을 만들어 부당성을 알렸다.
지주사 관련 내용 홍보를 위해 언론사를 돌아다니던 포항시와 포스코 직원들이 같은 언론사에서 마주치는 어색한 일도 벌어졌다.
이렇게 양측 마찰이 날카로워지면서 양측에 소속된 직원들 사이마저 한동안 멀어졌다.
그러나 25일 포스코가 포항시민 요구를 긍정적으로 수용하기로 함에 따라 양측 갈등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포스코와 범대위는 26일부터 포항 곳곳에 걸어놓은 현수막을 치우기 시작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지난 한 달 동안 여러 일이 많았는데 포스코가 전향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여론전이 일단락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