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단식 세계 랭킹 120위 다야나 야스트렘스카(22·우크라이나)는 지하 대피소에서 이틀 밤을 보내고, 보트를 타고 루마니아를 거쳐 프랑스까지 가는 과정을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개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야스트렘스카는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의 집 근처 지하 대피소로 몸을 피했다.
부모님, 16살인 여동생 이반나와 함께였다.
2000년생 야스트렘스카는 2019년 윔블던 16강까지 진출했고, 세계 랭킹도 2020년에 21위에 올랐던 선수다.
야스트렘스카는 28일 프랑스 리옹에서 개막하는 WTA 투어 리옹 메트로폴리스오픈(총상금 23만9천477 달러)에 출전하기로 되어 있었다.
비행기로 프랑스까지 가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야스트렘스카의 아버지는 배편을 이용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지하 대피소에서 이틀을 보낸 이들은 25일 새벽 동이 트기 전에 오데사에서 약 240㎞ 떨어진 이즈마일이라는 곳으로 차를 몰고 갔다.
그의 아버지가 몰도바로 넘어가는 국경이 막혔다는 소식을 듣고 딸들을 루마니아를 거쳐 프랑스로 보내기로 한 것이다.
4시간 넘게 운전해 이즈마일에 도착한 이들 가족은 루마니아로 넘어가는 보트를 앞에 두고 말 그대로 '생이별'을 했다.
그의 아버지는 딸들에게 작별 키스를 하며 "전쟁이 언제 어떻게 끝날지 모르지만 너희 둘은 서로 의지하며 꿈을 키워 가야 한다"고 인사했다.
짐가방 2개를 딸들의 손에 들려준 아버지는 "우리 걱정은 하지 마라. 다 잘 될 거다"라고 안심시켜줬다.
보트에 오른 딸들은 부모를 향해 손을 흔들며 큰 소리로 인사했지만 보트 엔진 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야스트렘스카는 가족과 함께 즐겁게 저녁을 먹으며 다음날 훈련을 하기 싫어하는 평범한 선수였지만 이제는 다시 아버지와 만날 수 있을지 기약하기 어려운 이산가족이 됐다.
야스트렘스카는 "주목받고 싶지 않지만 전쟁이 빚어낸 일들을 알리기 위해 소셜 미디어에 제 상황을 올리려고 한다"고 밝혔다.
야스트렘스카 자매는 무사히 프랑스에 도착했고, 우크라이나에 남은 부모님과도 연락해 안전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는 "리옹오픈이 시작되면 당당한 우크라이나 선수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대회가 끝나면 정해진 계획은 없지만 동생을 돌보면서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우크라이나 선수인 엘리나 스비톨리나(15위) 역시 소셜 미디어에 "내 심장에 피가 흐른다"고 고통스러워했고, 마르타 코스튜크(54위)는 "러시아가 싸움을 멈추면 전쟁이 사라지지만, 우크라이나가 싸움을 멈추면 우크라이나가 사라진다"고 결사 항전을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