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히 걸어 다니다 간호사에게 발각…법원 "죄질 매우 나빠"
10년간 전신마비 행세로 보험금 2억원 타낸 모녀 징역 3년
10년간 전신마비 환자인 척 행세하며 허위로 보험금 2억여원을 타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모녀에게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고소영 판사는 지난 15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고모(70)씨와 정모(41)씨에게 각각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모녀 관계인 두 사람은 2011년 무렵부터 약 10년간 증상을 허위로 꾸며내 보험사 3곳으로부터 2억1천여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딸인 정씨가 전신마비 환자 역할을 맡았고, 보험설계사 경력이 있는 고씨가 보험금을 청구해 돈을 타냈다.

정씨는 2007년 4월 가벼운 교통사고를 당한 뒤 2011년 사지마비 증세를 호소하며 후유장해진단서를 발급받고 보험금을 청구했다.

2014년부터 3년간은 병원에서 입원 생활을 하면서 환자 연기를 했는데, 밤에 혼자 목욕하거나 돌아다닌 것이 간호사들에게 발각돼 병원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조사 결과 정씨는 교통사고 이후 척수공동증 증상이 있긴 했지만 가벼운 수준이어서 거동에 어려움은 없었고, 남자친구와 여행을 다녀오는 등 일상생활을 즐기기도 했다.

모녀는 재판에서 실제로 전신마비 증상이 있었고 최근에 호전된 것일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몇 년간 지속된 전신마비가 호전되는 경우가 거의 없고, 호전되더라도 정씨처럼 정밀한 동작을 수행하기는 어렵다는 전문가 의견이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고씨는 보험설계사로 근무했던 점을 악용해 부당한 보험금을 편취하려 했고, 정씨는 실제 전신마비 증상이 있지도 않으면서 약 10년 이상 전신마비 행세를 해 보험금을 편취하려 했다"며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범행을 눈치챈 간호사에게 뒷돈을 챙겨주려 한 정씨의 전 남자친구에게도 벌금형 500만원을 선고했다.

세 사람은 모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