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로 인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 하향조정"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 악화, 경제성장 둔화, 불확실성 증폭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릴 처지에 놓였다.

벌써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의 성장률 전망을 낮추는 움직임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국제 유가를 비롯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주로 공급하는 원자재의 가격이 줄줄이 올랐다.

북해 브렌트유는 이날 장중 한때 배럴당 105.75달러까지 치솟아 2014년 이후 처음으로 100달러 고지에 올랐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 배럴당 96달러까지 오르며 올해 들어서만 28% 급등했다.

미국 시장에서 밀 가격도 2012년 7월 이후 최고치까지 올랐고, 알루미늄, 니켈 등의 가격도 강세를 보였다.

이는 러시아 경제 규모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자체는 작지만, 원유·천연가스를 비롯한 여러 원자재의 주요 공급국이기 때문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역시 밀, 옥수수 등 곡물의 주산지로, '유럽의 곡창지대'로 불린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세계 밀 수출의 30%가량을 담당한다.

이미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현상이 두드러진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양국이 생산하는 원자재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물가는 더 오르고 경제 성장세는 약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유가 상승으로 인해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지지는 않겠으나, 성장세는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100달러 시대가 이어지면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0.1%포인트, 3분기엔 0.5%포인트 각각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이 경우 미국의 전체 물가는 0.3%포인트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컨설팅 회사 EY-파르테논의 그레고리 대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유가로 인해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0.3%포인트 깎일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 소비 여력이 에너지 부문으로 더 많이 쏠리면서 다른 상품과 서비스의 수요가 감소해 전반전인 경제활동이 저해된다는 판단에서다.

민간 소비는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영국 경제연구소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에 이미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0%에서 3.8%로 내렸다.

특히 이번 사태로 유럽이 받는 충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됐다.

유럽연합(EU)은 천연가스의 절반가량을, 원유의 25%가량을 러시아산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투자은행 UBS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연료, 가스, 전기의 가격이 10% 오를 때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소비 지출 증가세가 0.4%포인트 둔화하고, 경제 성장률은 0.2%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UBS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가격이 더 오르고 에너지 배급제 도입으로 이어진다면 경제적 여파는 훨씬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필립 레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과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가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뿐만 아니라 투자자 신뢰, 소비자 신뢰, 교역 등등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중기적 전망에서 거시경제적 영향을 인플레이션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주식거래 플랫폼 이토로의 벤 레이들러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더 높은 인플레이선, 더 낮은 경제 성장, 더 큰 불확실성이 결합한 해로운 조합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삼중고를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 침공] 세계경제 '3중고'…인플레·성장둔화에 불확실성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