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건설 사실 숨기고, 대리업체 내세워 필지 매입 의혹
수사본부, 시행사 등 4곳에서 증거확보 나서…토지 강제매수·입찰비위 의혹도 확인
붕괴사고 화정아이파크 시행사 '미등기전매'…경찰 압수수색(종합2보)
광주 HDC현대산업개발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관련 계약 비위를 수사 중인 경찰이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의 계열사의 '미등기전매' 혐의를 포착하고 강제 수사에 나섰다.

광주 서구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수사본부(광주경찰청)는 24일 부동산 등기 특별조치법 위반(미등기 전매) 혐의로 HDC아이앤콘스, 토지 대리 매입 업체, 철거업체 등 4곳에 대한 압수 수색에 착수했다.

HDC아이앤콘스는 현산의 계열사로,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붕괴사고가 난 화정아이파크 현장의 시행사다.

경찰은 HDC아이앤콘스 측이 지역 중소업체 A사를 내세워 화정아이파크 신축 대상 부지 23개 필지(약 2만㎡)를 사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 결과 A사는 원부지 소유자들에게 HDC아이앤콘스 측이 아파트를 건설한다는 사실을 숨기고, 주변 시세대로 부지를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매도자들은 브랜드 가치가 있는 현산 측이 아파트를 세운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더 비싼 값에 땅을 팔 수 있었지만, 현산이 아파트를 세운다는 사실을 모른 채 부지를 매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A사는 이 과정에서 매매계약서에 매수인의 명의를 공란으로 한 채 계약서를 작성하고, 이후에 HDC아이앤콘스 명의를 적어넣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또 A사가 부지를 사들인 뒤에 등기 변경 절차도 밟지 않고, 원소유주가 바로 HDC아이앤콘스 측에 토지를 매도한 것처럼 등기를 변경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역 중소 업체가 HDC아이앤콘스 대신 토지를 매입해, 브랜드 아파트 건설 사실을 숨겨 시세 정도로 땅값을 매입한 후 비싼 가격으로 아파트를 분양해 막대한 개발 이익을 얻으려 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등기 전매 과정에서 양도세와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에 관해서도 확인할 예정이다.

이번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경찰은 HDC아이앤콘스 관계자 1명을 추가 입건해 압수수색 영장을 받았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철거업체도 포함됐는데, 경찰은 A사와 철거업체가 거액의 금품을 주고받고 지명경쟁방식으로 철거업체를 선정한 혐의를 의심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입찰방해 혐의자로는 3명이 입건된 상태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토지 매수 과정에서 외부세력이 개입한 강제 매수 행위가 있었는지도 향후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며 "입찰 방해 혐의는 압수물 분석을 통해 상세한 혐의를 규명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기우식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은 "이러한 행태는 시민의 이익과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국내 굴지의 회사가 시민들에게 불이익을 주면서까지 탈법·불법을 동원해 사업을 진행했다는 것 자체가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이윤을 최우선시하는 기업의 운영이 이번 화정동 참사의 진정한 숨은 원인일 것"이라며 "그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광주 화정아이파크 신축 현장에서는 지난 1월 11일 16개 층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붕괴사고가 발생,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경찰 수사본부는 붕괴 원인과 책임자 규명(강력범죄수사대)과 관련 총 14명을 입건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불법 재하도급과 계약 비위(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와 관련해서는 총 7명을 입건한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