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도 예비후보 등록률 저조…정치신인 답답·유권자 혼란
"거대 양당 참정권 실현보다 당리당략 유지…책임 물어야"
대선 올인·선거구 미정 탓 전국이 '깜깜이 지방선거' 우려
석 달여 앞으로 다가온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깜깜이 선거'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묻혀 예비후보 등록이 저조해 유권자가 알아야 할 후보들의 면면을 알 수 있는 기간이 짧아졌기 때문이다.

또 대통령 선거운동으로 일손을 놓은 국회가 선거구 획정을 미루면서 예비후보들이 선거구도 모른 채 등록해야 할 상황이 이번에도 재연됐다.

국회 정개특위는 당초 선거구 획정 법정시한인 지난해 12월 1일을 거의 3개월가량 넘긴 지금까지 정하지 못했다.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2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전국 시·도별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은 제7회 지방선거 때보다 확연히 저조한 상황이다.

'동남권 메가시티'를 추진 중인 부산·울산·경남의 경우 시·도지사 출마 예정자들이 예비후보로 등록한 사례는 아직 한 명도 없다.

정수가 42명인 부산시의원은 지금까지 2명만 예비후보로 등록했고, 정수가 52명인 경남도의원도 예비후보 등록은 4명에 그치고 있다.

경남의 경우 지난 18일 시장과 도·시의원 예비후보 등록 첫날 29명이 등록해 제7회 지방선거 시장, 도·시의원 등록 첫날 182명의 16% 수준에 불과했다.

수도권도 비슷한 상황이다.

경기도지사 선거에 3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했으나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없고, 129개 도의원 선거에도 4명이 등록하는 데 그쳤다.

인천시장 예비후보와 33명을 뽑는 인천시의원 선거 예비후보 등록자도 아직 1명도 없다.

충청권과 호남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전시장 1명을 제외하면 세종시장, 충남지사, 충북지사는 예비후보 등록자가 1명도 없는 상태다.

그나마 광주시장 선거에 3명, 전남도지사 선거에 1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한 호남권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등록자가 없다.

대선 올인·선거구 미정 탓 전국이 '깜깜이 지방선거' 우려
이처럼 예비후보 등록이 저조한 것은 대선과 선거구 획정이 마무리되지 않은 탓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주요 정당은 대선일까지 지방선거 출마자들은 개인 선거운동을 금지한다는 지침을 정했다.

교육감 선거를 제외하고 무소속 출마예정자가 아니라면 소속 정당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전국 시·도에서 17명을 뽑는 교육감 선거에 이날 현재 50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예비후보 등록에 정당 눈치를 봐야 하고 선거구 획정도 지연되면서 정치신인이나 광역의원 출마 예정자들은 선거 일정이 올스톱된 상황이다.

강원도청 고위직 출신의 정치신인 A씨는 난생처음 정당에 가입했지만, 소속 정당 눈치를 보느라 예비후보 등록은 고사하고 대선 선거운동에 동원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그는 "대선 전까지는 발이 묶일 수밖에 없어 얼굴을 알리는 데 어려움이 크다"며 "대선이 끝나면 곧바로 소속 정당 후보들끼리 단일화 움직임이 있을 텐데 인지도를 끌어 올리지 못해 무척 난감한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부산시의원에 도전할 예정인 정치신인 B씨도 "경쟁할 후보는 재선이어서 지역구에서 인지도가 높지만, 저는 첫 출마인데다 예비후보 등록도 못 해 어려움이 많다"며 "예비후보에 등록하면 제한적으로나마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데 그럴 수 없어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헌법재판소가 정한 인구 편차 상하한 기준에 맞게 선거구를 다시 획정해야 하는 제주지역도 의원정수 확대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고, 전국 유일의 교육의원 존폐도 결정되지 않아 출마예정자들의 혼선과 주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의원 선거 입후보예정자들은 "예비후보 등록을 한 달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사전예고도 없이 (교육의원) 폐지 법안이 독단적으로 발의돼 당황스러움과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다"며 "당장의 도의원 선거구 분구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도민사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로 기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변과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정치개혁공동행동'은 최근 성명을 내 "국회 정개특위는 지방의회 선거구 획정에 필요한 공직선거법을 개정하지 않아 수많은 지방선거 예비후보자들과 유권자들의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거대 양당이 시민의 참정권 실현보다 당리당략에 기초한 협상 전술을 유지해 선거법 개정 논의가 공전하고 있다"며 "자신이 출마할 선거구가 어딘지 모르고 유권자는 후보가 누군지 알기 어렵게 만든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상현 이재현 박재천 양영석 최찬흥 오수희 변지철 강종구 장덕종 김도윤 김용민 황봉규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