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디펜스가 호주 현지에서 자주포와 보병전투장갑차 등을 제조할 수 있는 대규모 생산시설 부지(조감도)를 확보했다고 23일 발표했다. 국내 방산업체가 해외에 생산 거점을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화디펜스는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 중심가에서 서쪽으로 60㎞ 떨어진 질롱시에 3만2000㎡(약 9600평) 규모의 최신 전투차량 공장을 짓는다. 이르면 다음달 말 착공해 약 2년 후 완공할 예정이다. 호주 정부는 300여 개의 현지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호주 내의 협력회사들도 필요할 경우 이곳에 입주하도록 할 계획이다. 한화 관계자는 “현지 업체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한국과 유럽 자주포 및 장갑차 수출의 생산기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질롱시 공장에서는 자주포 생산이 이뤄질 예정이다. 한화디펜스는 세계 자주포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K-9 자주포는 화력과 기동성, 생존성 측면에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호주 육군의 ‘미래 궤도형 장갑차 도입 사업’ 입찰 결과에 따라 레드백 장갑차도 생산할 수 있도록 시설 설계를 검토하고 있다. 레드백은 한화디펜스가 이스라엘, 호주, 캐나다 등과 함께 개발한 5세대 보병전투장갑차다. 한화디펜스는 독일 라인메탈디펜스와 최종 경합 중이며, 이 사업 규모는 5조원에 달한다.

한화디펜스는 지난해 12월 호주에 K-9 자주포 30문과 K-10 탄약 운반 장갑차 15대를 공급하고, 이를 현지에서 생산하는 1조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K-9 자주포를 영미권 기밀정보 공유동맹인 ‘파이브아이즈’ 국가에 수출하는 것은 한화디펜스가 처음이다. 리처드 조 한화디펜스 호주법인장은 “전략적 요충지에 생산시설 부지가 선정된 것은 호주에서 한화디펜스의 방산사업을 확고히 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