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카본은 화석연료나 나무 등이 불완전 연소할 때 생기는 그을음으로 햇빛을 흡수하고 대기 온도를 높이는 작용을 한다.
눈 위에 쌓이면 열을 가둬 눈을 녹게 만드는데 매년 23㎜ 두께의 눈을 사라지게 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칠레 산티아고대학 물리학 부교수 라울 코르데로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최근 수십년간 인간 활동이 지속해서 증가해온 남극 대륙에서 블랙카본이 늘어나는 데 따른 영향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네이처에 따르면 연구팀은 남극대륙 서북단으로 꼬리처럼 나와있는 남극반도 2천㎞를 따라 관광객과 과학자 활동이 많은 곳과 오지 등의 눈 시료를 채집해 블랙카본 집적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과학기지 시설과 유명 관광객 도착지 주변의 눈에서 블랙카본이 더 많이 검출됐으며 심한 곳에서는 매년 여름 최대 23㎜까지 눈이 녹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지난 2016∼2020년 관광철에 남극대륙을 찾아온 관광객이 연평균 5만3천여명에 달한 것으로 추산하면서, 매년 여름 약 83t의 눈이 관광객 탓에 형성된 블랙카본으로 녹고 있다고 제시했다.
특히 남극 관광객은 최근 들어 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국제남극관광운영사협회(IAATO)에 따르면 2019∼2020년 여름에만 약 7만4천여명이 방문해 직전 여름보다 32%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년 전 대비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연구팀은 관광객 등이 가장 많이 찾는 곳에서 인간 활동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청정에너지나 하이브리드 또는 전기 선박 등을 이용하고 관광객 수를 제한하는 등 블랙카본이 쌓이는 것을 줄일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연구진은 지난 1월 남극을 오가는 선박이 늘어나면서 남극 바다의 청정 해양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는 현실을 조명한 바 있다.
연구진은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관광선과 연구선, 어선 등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다 남극 수역에 진입하는 각종 선박에 달라붙은 홍합이나 따개비, 게 등이 지난 1천500만∼3천만년 간 고립된 채 서식하며 내성을 키우지 못한 남극 생물에는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