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방송 대국민 연설 통해 우크라 동부 군 파병 정당성 설파
[우크라 일촉즉발] 푸틴 "우크라는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일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자신의 인식을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선포한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독립을 승인하겠다고 밝히면서 우크라이나 자체는 원래 옛 소련의 일부였으며 독립국으로서의 기반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영방송을 통해 "우크라이나는 우리에게 단순히 이웃 국가가 아니라 러시아 자체 역사와 문화, 정신세계의 분리될 수 없는 일부"라고 강조했다.

또 "현대 우크라이나는 전적으로 러시아, 더 구체적으로는 볼셰비키, 공산주의 러시아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은 사실상 1917년 (사회주의)혁명 이후 곧바로 시작됐다.

레닌과 그의 동지들은 러시아의 역사적인 영토 일부를 분리하고 떼어주는, 러시아에는 아주 거친 방식으로 이 과정을 추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조국전쟁(제2차 세계대전) 전후에는 스탈린이 폴란드, 루마니아, 헝가리에 속했던 일부 땅을 우크라이나에 넘겼고, 1954년에는 흐루쇼프가 왠지 모르게 러시아에서 크림반도를 떼어내 우크라이나에 선물했다"면서 "실제 우크라이나 영토는 이렇게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또 '우크라이나 독립 신화'가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에 의해 강화됐다며 당시 정부는 우크라이나가 모스크바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것을 허락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에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볼셰비키 혁명 지도자 레닌의 '발명품'이며 레닌이 당시 자주권을 부여함으로써 실수로 우크라이나에 국가 지위를 인정한 것으로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이 신문은 이런 푸틴 대통령의 인식은 역사를 오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소련 붕괴를 20세기 최대의 지정학적 재앙이라고 보는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의 푸틴 대통령의 기준으로 봐도 가장 극단적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9세기 슬라브족이 처음 세운 '키예프 루스'에서 뻗어나갔다는 점에서 뿌리가 같다는 게 정설이며 이후 우크라이나는 1천 년간 종교와 국경, 구성 민족 등이 계속해 변하면서 복잡한 역사를 지니게 됐다는 것이다.

수도 키예프는 러시아 형성 수백 년 전에 세워졌지만,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 모두 키예프를 현대 문화와 종교, 언어의 태생지로 여기고 두 국가의 역사와 문화는 뒤엉켜 있는데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동생 국가'로 보고 이에 맞게 행동해야 하는 것으로 여긴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클리프 쿠프찬 미국 유라시아그룹 정치적 위기관리 자문연구소장은 "우크라이나가 역사적으로 러시아에 포함된다는 푸틴의 주장은 사실과 맞지 않는다"며 "푸틴의 연설은 러시아 지도자에게서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NYT는 또 소련이 해체된 1991년 우크라이나에 독립 국가의 지위를 부여한 것은 모스크바가 아니라, 우크라이나 국민이었다며 우크라이나인은 국민투표를 통해 소비에트 연방을 떠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전문가인 조슈아 터커 뉴욕대 교수는 "분명 푸틴이 뒤엉킨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역사를 논쟁하지 않을 것"이라며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다른 주권국들이 가진 그런 권리를 가질 자격이 없다는 주장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고 해설했다.

[우크라 일촉즉발] 푸틴 "우크라는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