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책임론 걸고 1주일만 단일화 카드 철회…이준석 '유지 발언' 기름 부은듯
결기 보이며 지지층 결집 시도…정권교체 실패시 책임론 부담, 지지율 관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20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결렬을 선언하며 다시 한번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13일 윤 후보를 향해 '여론조사 단일화'를 공개 제안한 지 일주일 만에 독자 완주를 천명한 셈이다.

대선을 불과 17일 앞둔 시점에서 안 후보의 이날 '마이웨이' 선언이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역으로 '독'이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 회견에서 우선 일주일 전 단일화 제안에 대해 '고육지책'이었다고 밝히며 "여러 차례 완주 의사를 분명히 밝혔음에도 제게 단일화 꼬리표를 붙이고 어떻게든 단일화 프레임에 가두려는 정치 환경과 구도를 극복해보려 했다"고 말했다.

단일화 제안 이후 1주일 지났음에도 국민의힘 측에서 이렇다 할 입장 변화가 없고, 오히려 안 후보 측의 유세버스 사망사고를 계기로 국민의힘 일각에서 중도 사퇴설까지 거론하는 등 지지부진한 상황이 계속되자 '결기'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독자 완주' 승부수 띄운 安…마이웨이 행보 득실은
특히 자신의 '여론조사 단일화' 제안에 대해 윤 후보가 명시적으로 수락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점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 전에 윤 후보와 전화 통화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날 통화가 안 후보의 최종 결심의 배경이 됐을 수도 있다.

안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윤 후보는 일주일이 지나도록 가타부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윤 후보의 책임 있는 답변은 오지 않았다"며 단일화 결렬의 화살을 윤 후보에게로 돌렸다.

여기에 안 후보 주변에선 유세차량 사고로 숨진 지역 선대위원장과 관련,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방송 인터뷰에도 격한 반응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안 후보가 고인의 유지를 들어 완주 의지를 내비친 데 대해 이 대표가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고인이 불시에 돌아가셨는데, 고인의 유지를 어디서 확인하나", "국민의당 유세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들어가기 전에 유서 써놓고 가시나"라고 발언한 대목이다.

국민의당은 대변인 논평에서 "금수와 다를 바 없다"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독자 완주' 승부수 띄운 安…마이웨이 행보 득실은
대선을 보름 남짓 앞두고 박빙의 양강 구도가 펼쳐진 상황에서 안 후보의 '마이웨이' 선언은 대선판에 작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의 정치적 득실은 당장 가늠하기 힘들다.

우선은 2011년 '안철수 현상', '안풍'(安風) 등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정치권에 혜성처럼 등장했지만, 스스로도 '꼬리표'라고 밝혔던 '철수정치'의 이미지를 걷어낼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번 대선에서 과학기술 강국, 더 좋은 정권교체 등 구호를 앞세워 독자 완주로 의미 있는 득표를 한다면 집권하지 못하더라도 향후 정치적 공간을 모색해볼 수도 있다.

단일화 가능성을 접고 완주 의지를 분명히 한 만큼, 지지층 결집을 통해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당내에서는 감지된다.

그러나 역으로 대선일이 가까워져 올수록 유권자들 사이에서 사표 방지 심리가 작동해 안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되거나 현재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단일화 결렬과 이에 따른 야권 표심 분열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승리로 이어질 경우 정권교체 불발에 따른 책임론에 직면할 수도 있다.

안 후보의 최종 득표율이 미미하거나 단일화 불발로 인한 정권교체 불발 시 안 후보의 정치적 미래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독자 완주' 승부수 띄운 安…마이웨이 행보 득실은
이에 따라 안 후보의 단일화 결렬 선언에도 불구하고, 대선일까지 남은 기간 단일화의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나온다.

남은 기간 요동치는 지지율과 판세 변화에 따라 단일화 기류도 급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후보의 완주 또는 막판 단일화 여부는 향후 안 후보의 지지율 추이가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의 향후 행보와 관련,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분열하는 것보단 합치는 게 정권교체 대의에 더 맞기 때문에 그런 취지로 계속 노력하고 안 후보도 대의를 끝까지 놓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