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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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0일 단일화 결렬을 선언하면서 대선판은 다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 들어섰다. 후보 단일화를 통해 승부의 무게추가 야권으로 기울어질 수 있었으나 현재 4자 구도가 그대로 유지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간 박빙 양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답 없는 尹…安, 협상 의지 의문

안 후보가 이날 단일화 결렬을 선언한 것은 윤 후보에게 단일화 협상 의지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안 후보는 지난 13일 여론조사 방식의 ‘국민경선’을 제안한 이후 꾸준히 윤 후보의 답변을 촉구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지난 14일 “아무리 길어도 2~3일 안에 (단일화를) 할지 안 할지를 결정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밝혔고 안 후보는 15일 “대통령 후보가 제안했으니 그 쪽에서도 후보가 하겠다 하지 않겠다 답변해주셔야 한다”고 했다.

윤 후보는 이후에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안 후보가 제안한 13일 “고민해보겠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고 말한 게 전부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이 “지금은 통 큰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등 사실상 여론조사 방식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만 간접적으로 전했다. 두 후보는 16일 저녁 손평오 국민의당 금천·논산·계룡 지역위원장 빈소에서 20여분간 독대했으나 이때도 단일화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경기지사 공천’ ‘대권 로드맵 제안’ 등 단일화 이후 안 후보의 거취에 대한 루머만 무성했고 실무 협상은 없었다는 게 안 후보 측 설명이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 측에서 책임 있는 사람이 오간 적이 없다”고 전했다.

◆협상 재개 가능성 낮아

국민의힘에서는 안 후보의 완주 선언에 대한 아쉬움이 터져나왔다. 야권 단일화라는 확실한 ‘승리 카드’를 놓쳤다는 반응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안 후보가 원하는 방법이 관철되지 않았다고 1주일 만에 단일화 제안을 거둬들이다니 매우 안타깝다”며 “국민의 정권교체 열망에 화답하는 결단이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안 후보가 중도 진보 표를 흡수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 출마 여파가 작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신나리 국민의당 부대변인은 안 후보의 단일화 결렬 선언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안 후보가 유세 버스 사고로 사망한 선거운동원의 유지를 받들어 완주 의지를 내비친 데 대해서는 “말이 안 된다. 고인이 불시에 돌아가셨는데, 고인의 유지를 어디서 확인하냐”고 말했다. 신 부대변인은 “이 대표의 망언은 국민의당의 더 나은 정권 교체를 위해 힘쓰신 분에 대한 모독일 뿐만 아니라 유가족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천인공노할 발언”이라고 반발했다.

정치권에서도 단일화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말씀드린 경선에 대한 답이 없는데 또 어떤 제안을 하겠느냐”며 논의 재개 가능성을 일축했다. 국민의힘 관계자 역시 “안 후보가 제안한 국민경선 방식을 받아들일 의사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민주당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두 후보가 단일화하면서 확실한 정권교체 프레임이 만들어지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기 때문이다.

◆李·尹 다시 ‘박빙’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가 독자 노선을 걷기로 결정한 상황이 1997년 치러진 15대 대선과 비슷하다는 시각도 있다. 여당 소속의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 제3 정당인 국민신당의 이인제 후보가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상황이 연상된다는 얘기다. 당시 이회창 후보는 38.74%를 득표하며 분전했으나 이인제 후보가 19.2%의 표를 가져가며 40.27%를 얻은 김대중 후보에게 정권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