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저장고는 산소 농도가 3도 미만입니다. 그냥 들어가면 바로 기절합니다.”

경기 이천에 있는 이마트 후레쉬센터의 마늘 저장고 앞. 산소 마스크를 쓰고 무거운 산소통을 등에 맸다. 안전팀 직원들이 산소가 새는지 수 차례 확인을 거친 후 냉장창고 문을 넘어 들어갔다. 지난해 5월 수확한 마늘 100여t이 창고 가득 보관돼 있었다. 며칠 전 수확한 것처럼 단단해 보였다.

비결은 저장 상태였다. 영하의 온도, 3도 미만의 산소 농도와 1도 이상의 이산화탄소 농도로 마늘의 신진대사를 0에 가깝게 늦춘 것이다. 이마트 후레쉬센터의 첨단 저장 기술 CA(Controlled Atmosphere) 기법이다. 후레쉬센터 관계자는 “이런 CA창고가 19개 정도 있다”며 “사과, 양파, 포도 등 농산물마다 온도와 습도, 산소 농도를 맞춤형으로 설정해 최대 일 년까지 싱싱하게 보관한다”고 설명했다.
후레쉬센터는 이마트가 사시사철 신선한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원천이다. 이마트 과일 및 채소의 35%가 이곳을 거쳐간다. 연 면적이 4만6535㎡(4만4077평)로 축구장 6개 넓이다. 사과, 배 등 과일과 고구마, 마늘, 대파 등 채소를 수확철에 대량 매입해 최대 일 년간 판매한다. 지난해 기준 후레쉬센터가 저장한 농산물은 총 58가지다.

핵심 기술인 CA기법은 저장고 내부의 산소 농도를 줄이고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여 농산물의 ‘시간’을 멈추는 기술이다. 대기중 산소 농도는 일반적으로 19% 수준으로, 저장고 내 산소 농도는 2~3%까지 줄이고 이산화탄소 농도는 1%대까지 높인다. 대기 중 산소 농도가 적으면 농작물이 호흡을 적게 해 노화가 느려지는 것을 이용했다.

후레쉬센터는 겨울철과 장마 등 농산물 가격이 높을 때 물량을 풀어 가격을 안정시키는 역할도 담당한다. 대표적으로 ‘국민 과일’이 된 샤인머스캣은 가을 과일이다. 9~10월 수확한 샤인머스캣을 유통업체들과 농가가 저장해서 겨우내 판다. 보유량이 소진되는 2월은 샤인머스캣이 비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샤인머스캣 소매가격은 2kg당 4만9809원으로 지난해 10월(3만3435원)보다 49% 높다.

그러나 이마트에서 샤인머스캣 가격은 1송이(약 600g) 기준 9980원이다. aT 가격은 물론 다른 마트나 e커머스보다 20~30% 싸다. 이마트는 지난해 10월 샤인머스캣 160t을 후레쉬센터로 들여왔다. 이마트 관계자는 “먼저 곰팡이균을 막는 유황 패드를 깔고 CA기술을 적용해 신선도를 끌어올리고, 이후 저온저장을 하는 방식으로 신선도를 높이고 저장 비용은 줄였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2012년 후레쉬센터를 열었다. CA기술을 도입한 건 국내 최초다. 당시 1000억원을 투자해 이탈리아 등 CA 기술이 발달한 유럽 국가들에서 최신 설비를 들여왔다. 이마트 직원들도 한 달간 이탈리아 현지에서 CA기술 교육을 받았고, 석·박사 연구 인력이 총동원돼 현지화했다. 이후 롯데마트 등 경쟁사들도 CA저장고를 세웠다.

이전에 국내 농산물은 농가나 중간 도매업체 등에서 산발적으로 보관됐다. 바이어들이 전국에서 제각기 매입을 하다 보니 마트에 들어오는 농산물의 신선도도 들쑥날쑥했다. ‘농산물의 신선도를 균일화하고, 싱싱한 농산물을 오래 보관하는 거대한 시설을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후레쉬센터의 발단이 됐다.
올해로 설립 10년째지만 후레쉬센터는 기술개발과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유럽과 기후도 특성도 다른 한국 농산물의 최적의 보관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이수영 후레쉬센터장은 “정부와 협업도 하며 농산물 각각에 맞춘 저장기술을 적용하고 있다”며 “제철이 아닌 농산물도 수확 당시에 가까운 품질로 소비자들이 맛볼 수 있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천=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