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급락하면서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블라인드 주식 게시판을 보면 최소 수천만원에서 억대의 손실까지 내는 사례를 흔하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중에는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직장인도 많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대기업부터 카카오, 네이버 등 이과 엘리트가 가는 IT회사도 있습니다. 블라인드는 아이디가 익명이지만 직장명은 공개됩니다. 국내 1위 증권사 미래에셋증권에 다니는 한 직장인은 하루 만에 9369만원을 손절했습니다. 그는 손실 계좌를 인증해 직장인들에게 화제가 됐습니다. 그는 “겁나서 손절했는데 멘탈 관리법을 알려달라”고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SK하이닉스 직장인은 “5700만원을 투자해 6개월 만에 3900만원이 날아갔다”고 했습니다. 삼성전자 직장인은 주식으로 1300만원, 코인으로 2400만원을 잃었다고 댓글을 남겼습니다. 전문가들은 고학력자들이 오히려 주식을 못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주식 투자에서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때가 많은데,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은 실수를 받아들이지 못하며 손실을 키우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서울대학교 출신의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후배들에게 펀드매니저 취업을 말린다고 했습니다. 수익률로 승부하는 펀드매니저는 서울대라는 계급장을 떼고 경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자산운용사 임원은 “자신이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금방 퇴사하는 후배들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샐러리맨 신화’로 불리는 박현주 미래에셋증권 회장은 “성격이 급하거나 실패했을 때 분노가 큰 사람은 주식이 안 맞는 사람”이라고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사람은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간접투자가 적합하다는 분석입니다. 그럼에도 과거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주식으로 인생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삼성전자를 다니는 한 직장인(28세)은 “현금 3000만원과 주식 2억2000만원을 보유중인데 서른살에 6억원을 목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네이버 직장인은 몰래 주식하다 돈을 잃은 남편을 찾아냈습니다. 그는 “투자금이 2억원 좀 넘는 것 같은데 손실이 8000만원에 달한다”며 “왜 도박하냐고 구박했더니 자신의 연봉(3억원) 정도면 무리가 아니라고 화를 냈다”고 했습니다.
여의도 증권가 소식과 개미들 이야기를 다룬 <불개미 구조대>는 매주 토요일 연재됩니다. 아래 기자페이지를 구독하면 기사를 놓치지 않고 받아볼 수 있습니다.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