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발리예바 사건이 던진 화두…"만 15세의 올림픽 출전,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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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시니어 무대 나이 제한 '만 15세'에서 '만 18세 이상'으로 올리자는 주장 나와
"만 25세 여자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하는 게 충격적이지 않으려면 나이 제한 기준을 높여야죠."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 싱글에 출전한 머라이어 벨(26·미국)은 17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연령 제한 기준 상향'의 필요성을 단호하게 옹호했다.
1996년 4월생인 벨은 17일 열리는 베이징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 프로그램에 출전하는 25명 중 엘리스카 브르지노바(26·체코)에 이어 두 번째로 나이가 많다.
브르지노바는 1996년 2월생이다.
여자 피겨스케이팅에서 '20대 중반'은 노장으로 분류된다.
'2006년 4월생'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는 10살 많은 선배보다 더 높이 뛰고, 더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다.
발리예바는 도핑 문제까지 얽혀, 이번 올림픽에서 이래저래 가장 주목받는 선수가 됐다.
동시에 '나이'에 관한 논쟁도 불렀다.
AP통신은 17일 "발리예바 사태는 '만 15세 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해도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라며 여러 관계자의 의견을 전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해당연도의 7월 1일 기준으로, 만 15세가 되면 시니어 대회 출전 자격을 준다.
발리예바는 지난해 7월 1일 만 15세가 돼 시니어 대회에 출전한 뒤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했다.
ISU 기준으로 발리예바는 현재도 '만 15세'로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피겨 선수 중 가장 어리다.
'신기록 제조기'로 불리던 발리예바는 이번 올림픽 직전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이고도 도핑 규정을 위반했는지 규명되지 않았다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어정쩡한 결정 덕에 피겨 여자 싱글 경기에 출전했고, 쇼트프로그램 1위를 차지했다.
17일에는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한다.
기량으로는 다른 선수들을 압도했지만, 발리예바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벨은 만 15세 이상이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ISU 규정이 발리예바 사건을 조장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이 제한 기준을 높인다면 1년만 바라보고 뛰는 현재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다.
선수들이 더 오래 선수 생활을 하기 위해 고민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피겨스케이팅 올림픽 출전 제한 기준을 만 18세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알렉시아 파가니니(22·스위스)도 "시니어 대회 출전 연령을 높이면 '장수 스케이터'가 탄생할 수 있다.
10대 소녀가 당장 4회전 점프를 뛰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성인이 된 후 경력을 오래 이어갈 수 있는 기술을 배우고자 할 것"이라며 벨의 주장에 동의했다.
1984년 사라예보 대회, 1988년 캘거리 대회에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전설' 카타리나 비트(독일) 또한 "15∼16세의 재능있는 러시아 선수들이 단 한 번의 올림픽만 치르고 빙판을 떠난다"며 "15세 선수들은 유스올림픽에 출전해야 한다.
어린 선수들에게 성장할 기회를 줘야 한다.
올림픽 출전에 적절한 나이는 만 18세 이상"이라고 제안했다.
여자 피겨스케이팅을 러시아가 지배하면서, 이 종목 챔피언의 나이는 '10대 중후반'으로 고정됐다.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는 당시 18세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 논란 속에 우승했고, 소트니코바보다 두 살 어린 율리아 리프니츠카야(당시 16세)가 단체전 우승을 이끌었다.
알리나 자기토바는 만 16세이던 2018년 평창에서 여자 싱글 금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10대 후반 또는 20대 초반에 은퇴했다.
러시아의 '10대 초반 선수'들은 4회전 점프를 시도한다.
몸이 가벼운 10대 초반 선수들은 빠르게 점프를 배우고, 당장은 부상 위험도 덜하다.
그러나 너무 일찍 '위험한 점프'를 배우면, 그만큼 부상 위험도 늘어난다.
신체 변화를 겪으며 어릴 때 성공했던 4회전 점프에 부담을 느끼면 상실감도 커진다.
피겨에 나이 제한을 도입한 이유도 이런 위험성 때문이었다.
타라 리핀스키(미국)는 현역 시절 뛰어난 점프기술을 앞세워 15세 8개월의 나이로 1998년 나가노 올림픽 여자 싱글에서 역대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로 등극했다.
하지만 리핀스키는 올림픽 직후 어린 나이에도 부상 여파로 은반을 떠나야만 했다.
너무 어린 선수들이 고난도 점프에 노출돼 부상 우려가 제기되면서 리핀스키 이후 피겨는 시니어 무대에 나이 제한을 도입했다.
여자 피겨에 '러시아 시대'가 도래하면서 "나이 제한을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피겨계에서는 "러시아 피겨는 10대 후반의 선수를 너무 쉽게 버리고, 다시 '더 어린 챔피언'을 찾아 나선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고 꼬집는다.
만 15세 선수가 혼자 결정할 수 없는 '도핑 문제'가 발리예바를 통해 불거지면서 '나이 제한 기준 상향'을 제안하는 관계자들이 늘었다.
AP통신은 "ISU에서는 현재 만 15세인 시니어 대회 출전 나이 제한을 만 17세로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며 "러시아는 이를 반대한다.
다른 선수와 관계자들은 오히려 '18세로 높이자'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모나 아돌프센 노르웨이 빙상연맹 회장은 "이번 발리예바 사건으로 '나이 제한 상한'에 동의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돌프센 회장은 "점프 위주의 채점 방식도 바꿔야 한다.
점프에 비중이 큰 현 채점 방식이 예술적 성과와 운동 능력을 모두 살피는 방향으로 바뀐다면 '경험 많은 선수'에게도 기회가 열릴 것"이라며 "우리가 비트를 최고의 선수로 기억하는 건, 점프가 아닌 예술성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 싱글에 출전한 머라이어 벨(26·미국)은 17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연령 제한 기준 상향'의 필요성을 단호하게 옹호했다.
1996년 4월생인 벨은 17일 열리는 베이징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 프로그램에 출전하는 25명 중 엘리스카 브르지노바(26·체코)에 이어 두 번째로 나이가 많다.
브르지노바는 1996년 2월생이다.
여자 피겨스케이팅에서 '20대 중반'은 노장으로 분류된다.
'2006년 4월생'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는 10살 많은 선배보다 더 높이 뛰고, 더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다.
발리예바는 도핑 문제까지 얽혀, 이번 올림픽에서 이래저래 가장 주목받는 선수가 됐다.
동시에 '나이'에 관한 논쟁도 불렀다.
AP통신은 17일 "발리예바 사태는 '만 15세 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해도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라며 여러 관계자의 의견을 전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해당연도의 7월 1일 기준으로, 만 15세가 되면 시니어 대회 출전 자격을 준다.
발리예바는 지난해 7월 1일 만 15세가 돼 시니어 대회에 출전한 뒤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했다.
ISU 기준으로 발리예바는 현재도 '만 15세'로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피겨 선수 중 가장 어리다.
'신기록 제조기'로 불리던 발리예바는 이번 올림픽 직전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이고도 도핑 규정을 위반했는지 규명되지 않았다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어정쩡한 결정 덕에 피겨 여자 싱글 경기에 출전했고, 쇼트프로그램 1위를 차지했다.
17일에는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한다.
기량으로는 다른 선수들을 압도했지만, 발리예바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벨은 만 15세 이상이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ISU 규정이 발리예바 사건을 조장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이 제한 기준을 높인다면 1년만 바라보고 뛰는 현재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다.
선수들이 더 오래 선수 생활을 하기 위해 고민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피겨스케이팅 올림픽 출전 제한 기준을 만 18세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알렉시아 파가니니(22·스위스)도 "시니어 대회 출전 연령을 높이면 '장수 스케이터'가 탄생할 수 있다.
10대 소녀가 당장 4회전 점프를 뛰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성인이 된 후 경력을 오래 이어갈 수 있는 기술을 배우고자 할 것"이라며 벨의 주장에 동의했다.
1984년 사라예보 대회, 1988년 캘거리 대회에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전설' 카타리나 비트(독일) 또한 "15∼16세의 재능있는 러시아 선수들이 단 한 번의 올림픽만 치르고 빙판을 떠난다"며 "15세 선수들은 유스올림픽에 출전해야 한다.
어린 선수들에게 성장할 기회를 줘야 한다.
올림픽 출전에 적절한 나이는 만 18세 이상"이라고 제안했다.
여자 피겨스케이팅을 러시아가 지배하면서, 이 종목 챔피언의 나이는 '10대 중후반'으로 고정됐다.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는 당시 18세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 논란 속에 우승했고, 소트니코바보다 두 살 어린 율리아 리프니츠카야(당시 16세)가 단체전 우승을 이끌었다.
알리나 자기토바는 만 16세이던 2018년 평창에서 여자 싱글 금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10대 후반 또는 20대 초반에 은퇴했다.
러시아의 '10대 초반 선수'들은 4회전 점프를 시도한다.
몸이 가벼운 10대 초반 선수들은 빠르게 점프를 배우고, 당장은 부상 위험도 덜하다.
그러나 너무 일찍 '위험한 점프'를 배우면, 그만큼 부상 위험도 늘어난다.
신체 변화를 겪으며 어릴 때 성공했던 4회전 점프에 부담을 느끼면 상실감도 커진다.
피겨에 나이 제한을 도입한 이유도 이런 위험성 때문이었다.
타라 리핀스키(미국)는 현역 시절 뛰어난 점프기술을 앞세워 15세 8개월의 나이로 1998년 나가노 올림픽 여자 싱글에서 역대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로 등극했다.
하지만 리핀스키는 올림픽 직후 어린 나이에도 부상 여파로 은반을 떠나야만 했다.
너무 어린 선수들이 고난도 점프에 노출돼 부상 우려가 제기되면서 리핀스키 이후 피겨는 시니어 무대에 나이 제한을 도입했다.
여자 피겨에 '러시아 시대'가 도래하면서 "나이 제한을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피겨계에서는 "러시아 피겨는 10대 후반의 선수를 너무 쉽게 버리고, 다시 '더 어린 챔피언'을 찾아 나선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고 꼬집는다.
만 15세 선수가 혼자 결정할 수 없는 '도핑 문제'가 발리예바를 통해 불거지면서 '나이 제한 기준 상향'을 제안하는 관계자들이 늘었다.
AP통신은 "ISU에서는 현재 만 15세인 시니어 대회 출전 나이 제한을 만 17세로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며 "러시아는 이를 반대한다.
다른 선수와 관계자들은 오히려 '18세로 높이자'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모나 아돌프센 노르웨이 빙상연맹 회장은 "이번 발리예바 사건으로 '나이 제한 상한'에 동의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돌프센 회장은 "점프 위주의 채점 방식도 바꿔야 한다.
점프에 비중이 큰 현 채점 방식이 예술적 성과와 운동 능력을 모두 살피는 방향으로 바뀐다면 '경험 많은 선수'에게도 기회가 열릴 것"이라며 "우리가 비트를 최고의 선수로 기억하는 건, 점프가 아닌 예술성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