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정책연구원 '난임부부 지원정책 분석·개선 과제' 보고서
응답자 68%, 시술 과정서 불안 경험…'극단 선택' 생각도 25%

난임치료를 받은 여성 임금노동자 10명 중 4명은 난임 시술 과정에서 퇴사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난임 치료를 받은 10명 중 8명은 '난임치료휴가'를 사용한 적이 없으며, 대부분 여성이 난임치료휴가를 쓰기 위해 회사에 보고하는 것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17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난임부부 지원정책에 대한 성인지적 분석과 개선 과제' 연구보고서에서 연구진은 지난해 8월 17∼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50세 미만 기혼 여성 중 최근 5년 이내 난임시술을 받은 적이 있는 65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 응답자 36% '치료비용 1천만 원 이상 지출'…1억원 이상 1%
우선 중앙정부와 지자체 지원을 제외하고 난임 치료를 위해 지출한 총 의료비를 질문한 결과, 본인부담금이 1천만 원 이상이라는 응답자가 35.9%를 차지했다.

이어 100만 원 이상 300만 원 미만(19.9%), 500만 원 이상 1천만 원 미만(18.4%), 300만 원 이상 500만 원 미만(16.8%) 등 순이었다.

1억 원 이상도 1.2%였다.

처음 난임시술 기관을 선택하는 경로를 보면 '블로그·카페·유튜브'가 32.0%로 가장 많았다.

이어 '친구나 동료 등 지인의 추천'(29.4%), '스스로 혹은 배우자가 인터넷으로 찾은 정보'(25.4%) 등의 순이었다.

의료인이 추천하거나 정보를 줬다는 응답자는 11.3%에 불과했다.

난임치료를 받는 여성들은 시술 과정에서 다양한 부작용을 겪고 있었다.

시술 과정에서의 신체적 변화 과정을 묻자 응답자의 55.8%가 만성 피로감을 자주 또는 항상 겪었다고 답했다.

이어 복통 및 복부팽만(52.3%), 체중변화(49.6%), 월경장애(36.6%), 두통(34.6%) 등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의 68.3%는 난임시술 과정에서 자주 또는 항상 불안감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또 분노·짜증(61.0%), 우울감(60.2%), 무력감(56.5%), 절망감(55.5%) 등 부정적 감정 변화를 겪었으며, 죽고 싶은 생각을 했다는 응답자도 24.6%에 달했다.

난임치료 기간이 길어지고 시술 횟수가 늘어날수록 건강관리와 스트레스 관리 등을 위한 정보 제공이 중요하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 10명 중 2명 "난임치료휴가 있지만 주변에 알리기 싫어 미사용"
또 응답자의 상당수가 눈치가 보인다는 등의 이유로 난임치료휴가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조사 참여자 653명 중 난임 진단을 받기 전 일을 했다는 응답자는 562명(86.1%)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임금노동자(527명)에게 난임치료휴가를 사용해 본 적이 있는지 묻자 '난임치료휴가가 있었고 실제 사용했다'는 응답자는 21.3%에 불과했다.

'난임치료휴가는 있었지만, 주변에 알리기 싫어 사용하지 않았다'는 응답자는 21.6%, '난임치료휴가는 있었지만, 주변에서 사용한 케이스가 없어서 사용하지 않았다'는 응답자도 8.9%였다.

응답자의 35.9%는 '난임치료휴가가 없었다', 12.3%는 '난임치료휴가가 있는지 몰랐다'고 답했다.

또 난임치료휴가가 있다 해도 회사에 자신을 상황을 알리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다는 응답자가 많았다.

응답자의 86.1%가 '난임치료휴가를 사용하기 위해 상사에게 매번 보고하는 것이 싫었다'고 답했다.

'상사와 직장동료가 나의 난임치료와 결과에 대해 물어보는 것이 싫었다'는 응답자 비율도 82.1%에 달했다.

◇ 응답자 10명 중 9명 "난임치료휴가 기간 연장…난임 휴직 필요"
임금노동자 중 난임시술 과정에서 퇴사를 했다는 응답자도 39.7%에 달했다.

퇴사를 결심한 이유로는 '임신 성공을 위해 안정이 필요해서'(65.6%), '난임시술을 위해 계속 개인 휴가를 사용하기 어렵거나 사용할 수 있는 휴가제도가 없어서'(59.3%), '난임시술 때마다 상사나 동료의 눈치가 보여서'(47.8%) 등의 순이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근로자가 인공수정 또는 체외수정 등 난임치료를 받기 위해 휴가를 청구하는 경우 3일 이내의 휴가를 주게 돼 있는데, 기간 3일에 대해 '충분하다'는 응답자 비율은 6.1%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연장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는데, 기간을 '1주일까지'라고 응답한 경우가 31.9%로 가장 많았다.

또 응답자의 92.7%는 난임시술을 준비하고 건강 관리 등을 위해 난임 휴직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연구진은 난임치료휴가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전 산업 분야의 난임치료휴가 사용실태를 파악하고 근로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난임치료휴가 기간 연장 및 임금 보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