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은 단순한 음식재료가 아니라 한국인의 ‘소울푸드’입니다. 미역에는 동해바다 전체가 담겨 있지요.”

16일 《미역인문학》이란 책을 출간한 김남일 경상북도 환동해지역본부장(55·사진)이 경상북도 공무원으로 둥지를 튼 건 1995년이었다. 1989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국무총리실 등을 거친 뒤 6년 만에 고향인 상주가 있는 경북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그는 환경해양산림국장, 일자리민생본부장, 문화관광체육국장 등을 거치면서 동해안과 마을을 주제로 꾸준히 책을 출간해왔다. 《독도, 대양을 꿈꾸다》(2017년) 《마을, 예술을 이야기하다》(2018년) 《독도 7시26분》(2018년) 등이 김 본부장이 펴낸 책이다. 그런 그가 다시 눈을 돌린 주제가 미역이다.

김 본부장은 ‘울진 울릉 돌미역 떼배채취어업’을 지난해 동해안에서 처음으로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등재시켰다. 이 과정에서 미역의 과거·현재·미래에 관심을 갖게 됐다. “미역, 김, 다시마 등을 비롯한 다양한 해조류의 활용과 섭취는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한국의 독특한 식문화이자 해양문화유산입니다. 미역 음식문화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고, 브랜딩 작업을 지속해야 합니다.”

《미역인문학》에 실린 ‘팔도 미역국 지도’에는 다양한 미역국이 소개돼 있다. 수도권에서는 양지머리·계란·사골곰탕 미역국, 강원도에서는 감자옹심이·황태미역국, 경북 울릉군에서는 오징어새우·꽁치완자·섭 미역국 등을 즐긴다.

전남 완도와 부산 기장 미역이 유명하지만 자연산 미역은 53%가 경북에서 생산된다. 강원·울산 등 동해안에서의 생산비율은 90%에 달한다.

울릉군 등 동해안의 5개 시·군, 152개 어촌계에서는 대대로 미역 짬(바위)을 주요 소득 기반으로삼아 기세작업(짬매기)과 같은 어촌 공동체 문화를 지켜오고 있다. 그는 이런 점을 들어 “동해바다는 ‘착취와 소비의 바다’가 아니라 ‘힐링과 창의의 바다’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태지표로서 미역의 가치도 재조명했다. 미역이 블루카본을 다량 흡수하는 ‘바다·지구 지킴이’라는 것이다. 블루카본은 갯벌과 잘피, 염생식물, 해조류 등 연안에 서식하는 식물이 흡수하는 탄소를 말한다.

김 본부장은 이 책에서 미역의 산업적 활용 방안도 소개했다. 미역은 헬스케어, 에코테크에 적용된다. “외국에서는 다시마로 만든 햄버거 패티가 나오는 등 산업적 가치가 높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경북 지역에서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IGIST)의 창업기업 씨위드 등이 미역 세포배양을 통해 대체육을 만들고 있다. 김 본부장은 “국제사회에서 미역이 일본어인 ‘와카메’가 아니라 미역(miyeok)으로 표기되도록 하는 등 미역종주권 확보를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