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업자들 "희망고문…갈팡질팡 거리두기 대책 별도움 안될 것"

'거리두기 완화' 검토 소식에 대구 자영업자 기대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 자영업자들의 기대감이 높아가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현행 '6명·오후 9시'로 돼있는 사적모임 제한이 '8명·오후 10시' 정도로만 완화돼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인원이나 영업시간 제한 2가지 가운데 1가지만이라도 완화되기를 기대한다.

대구 황금동에서 대형 일식집을 운영하는 조모(51)씨는 "살아있는 생선을 요리해야 하는 일식집은 인원 제한이 있을 때 손님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회의 종류가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는데 인원 제한이 완화되면 영업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황금동의 한 주점 관계자는 "영업시간 제한이 완화되더라도 얼어붙은 경기 때문에 당장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지만 소비심리를 진작시키는 데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치킨 가게에 소스 등 재료를 공급하는 이모씨도 "배달 주문이 늘었다고 하지만 대부분 영업시간 제한으로 일찍 문을 닫는 가게가 늘면서 매출이 코로나 이전과 비교도 못 할 정도로 줄고, 재고는 늘어났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 저녁 장사를 하는 대부분 자영업자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일부 자영업자들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는 코로나19 대책이 어려움을 더 키울 뿐 실질적 도움이 없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수성구 복개천 식당 골목에서 음식점을 경영하는 최모(50)씨는 "작년 말 '위드코로나'를 내세워 영업시간 제한을 완화했다가 얼마 가지 못해 다시 강화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코로나 대책은 자영업자들 기대감만 키웠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업시간 제한을 1시간 정도 완화해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오후 10시는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통상 2차 술자리가 시작되는 시간이었는데 그 시간에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에 2차 술자리 손님을 받을 수 없는 만큼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최씨는 "식당 영업시간을 업주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서 수시로 정하고, 그것도 들쭉날쭉해 직원을 채용하는데도 어려움이 있다"며 "근무 시간이 정해져야 임금도 책정할 수 있는데 언제 바뀔지 모르는 영업시간 제한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오후 9시나 10시 이후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성이 높아지는 것도 아닌 만큼 방역당국은 소상공인들에게 '이번만 참으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고문을 하지 말고 과학적 근거를 갖고 합리적인 거리두기 조정안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오는 18일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 발표를 목표로 사회 각계의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리두기 완화' 검토 소식에 대구 자영업자 기대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