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주변에서 벌이던 군사훈련을 계획대로 끝내고 일부 군을 기지로 복귀시키고 있다고 발표하면서 15일(현지 시간) 미국 증시가 반등했습니다. 미국 동부 시간으로 새벽 3시께 이런 소식들이 전해지자 유가는 반락하고, 주가지수 선물과 금리는 올랐습니다.
뉴욕 증시는 1% 수준 상승세로 출발한 뒤 오름폭을 더 키웠고 이날 고점 수준에서 거래를 마쳤습니다. 다우는 1.22%, S&P500 지수는 1.58%, 나스닥은 2.54%나 급반등했습니다. 위기 속에 급등해온 서부텍사스원유(WTI)는 3.64% 떨어진 배럴당 91.99달러에 거래됐습니다. 금리는 올라서 미 국채 10년물은 2.04% 수준까지 상승했습니다. 전쟁 공포가 줄어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좀 감소한 것이죠. 비트코인도 오르는 등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졌습니다.
하지만 월가에서는 "희망적이긴 하지만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바이탈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발생한 비교적 중요한 발전이다. 아마도 이번 위기 전체에서 적어도 지난 몇 달 동안 발생한 가장 중요한 완화 조치일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이 움직임이 놀랄만한 것은 아니다. 또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도 아니다. 국경에는 여전히 10만 명 이상의 군대가 배치되어 있으며, 러시아군은 여전히 벨라루스에서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무슨 일이든지 일어날 수 있지만, 전체 위기 차원에서 보면 확실히 고무적인 발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네드데이비스의 에드 클리솔드 미국 주식 최고전략가는 한경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뭘 하려는 지는 푸틴만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군대를 최전선에서 철수시키는 것이 긍정적 신호라고 확언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단지 시늉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어떻게 전개되는지 보는 게 더 중요하다. 다만 기본적으로는 에너지가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계속 흐르도록 평화로운 해결책을 찾는 데 양측 모두에게 확실한 인센티브가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헨리 보이드 연구원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의미 있는 철수라면 탱크와 같은 중장비가 포함되어야 하며 상당한 규모 철수가 이뤄져야 한다. 군인을 이동하는 건 쉽다. 또 군대가 국경에 가까운 임시 기지가 아니라 원래 주둔하던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렇지 않다면 며칠 내 침공할 가능성을 일주일 내 침공할 가능성으로 바꾸는 것이다. 절반의 철수는 속임수의 일부일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러시아는 이전에도 군대를 교대로 배치해왔는데, 이런 작업의 일부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또 군대의 대규모 이동엔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전술적 책략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감시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유럽, 미국 서방 당국자들도 이러한 움직임을 조심스럽게 환영했지만, 실제 철수가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자회견을 하고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일부 군부대가 우크라이나 근처에서 퇴각하고 있다고 밝혔고 이는 좋은 소식이지만, 우리는 아직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군 부대가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 분석가들은 그들이 여전히 위협적 위치에 있다. 여전히 침공 가능성이 꽤 있으며 언제든 가능하다"라며 우크라이나에 있는 모든 미국인에게 더 늦기 전에 떠나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모스크바의 발표가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위한 이유"를 제공했지만 "지금까지 지상에서 축소의 징후를 보지 못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드미트리 쿨레바 외무장관도 "러시아의 성명을 믿기 전에 행동을 봐야 한다. 발표에 따라 진정한 철수가 이루어진다면 단계적 완화가 진행 중이라고 믿게 될 것"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습니다.

S&P500 지수는 이날 정확히 우크라이나 사태가 본격 반영되면서 폭락했던 지난 11일 오후 수준인 4471.07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정확히 그만큼 되돌린 것입니다.
S&P500 지수는 기술적으로 200일 이동평균선 4454를 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100일 이동평균선 4575, 그리고 50일 이동평균선 4604를 앞두고 있습니다. CNBC의 마이크 산톨리 주식평론가는 "S&P는 4600 근방에서 몇 번이나 하락했다. 이 지수는 50일 평균이 있는 곳이기도 하며 일부에선 '낮은 고점'(lower high) 발전 가능성을 보고 있다. 소위 '헤드앤숄더' 정점 패턴으로 이는 악명이 높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몇몇 인플레이션 지표가 발표됐습니다. 사실 전날 뉴욕 연방은행이 발표한 1월 소비자 기대 조사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이 다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나, 희망적 신호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었습니다.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이 5.8%로 11월에 조사한 수치인 6%보다 낮아졌고, 3년 기대인플레이션은 3.5%로 지난해 11월 4%보다 완화됐습니다. 2020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예상 물가가 낮아진 겁니다. 뉴욕 연방은행은 "소비자들이 현재의 높은 인플레이션이 아주 오래 지속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날 나온 지표는 좀 달랐습니다.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대비 9.7% 급등했고, 전달에 비해 1.0%나 오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전달(0.4% 상승)이나 예상(0.5% 상승)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작년 11월 0.9%에서 12월 0.4%로 둔화했었는데 또다시 1%대로 치솟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겁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도 1개월 전보다 0.8%, 1년 전보다 8.3% 상승했습니다.
상품 에너지 식료품 서비스 등 물가는 전방위적으로 올랐습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1월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완벽한 공급 차질과 에너지 가격 상승이 결합하여 PPI가 급등했다. PPI는 올해 말까지 정상적 수준으로 되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PPI가 나온 뒤 씨티그룹은 미 중앙은행(Fed)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50bp(1bp=0.01%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씨티, JP모건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전망치를 조금 상향 조정했습니다.

뉴욕주 제조업 활동을 나타내는 2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도 발표됐습니다. 3.1로 전월 마이너스권에서 반등했습니다. 문제는 세부 지수 중 가격수용지수가 54.1로 전월치 37.1보다 대폭 상승했다는 것입니다. PPI가 높게 나온 것과 맞아떨어지는 것이죠.

하지만 기준금리를 가장 잘 반영하는 국채 2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1.1bp 내린 1.571%로 소폭 하락했습니다. 10년물 등 장기물 금리와는 다르게 움직였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PPI 지표가 예상보다 뜨겁게 나왔지만 이런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이미 지난 1월 소비자물가(CPI)가 나온 뒤 시장에 반영되었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월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날 시장은 PPI 등 금리 요인보다 우크라이나 발 뉴스에 반응했다. 기술주가 크게 오른 게 이를 대변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Fed의 긴축은 단기 금리에 충분히 반영된 만큼 오늘 단기 금리는 별로 움직이지 않았지만, 장기 금리는 우크라이나 악재가 해소될 조짐이 나타나자 밀려 올라간 것 같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단기 금리의 경우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가 지나치게 매파적 발언을 쏟아내는 통에 그동안 크게 올라갔고, 장기 금리는 그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인 듯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내일(16일) 오후 발표되는 1월 FOMC 회의록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이 회의록에 대차대조표 축소와 관련해 위원들이 어떤 얘기를 나눴는 지 나올 테니까요. 양적 긴축(QT) 논의가 깊이 있게 진행된 것으로 나올 것을 예상해 10년물 국채 매도가 있었을 수 있다(금리 상승)는 설명입니다. 지난 1월 초 12월 FOMC 회의록이 공개됐을 때도 시장이 놀란 건 예상과 달리 대차대조표 축소 논의가 상당히 이뤄졌다는 것이었습니다.

매일 말씀드리지만, 시장은 통화정책 불확실성에 우크라이나 불확실성까지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이날 우크라이나 불확실성에 조금이라도 희망이 보이니까 증시가 급등한 게 이를 대변합니다.

시장은 현재 올해 거의 7회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합니다. 그리고 이르면 6월, 늦어도 하반기엔 QT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와 관련, 이날 TS롬바르드는 재미있는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시장이 현재 7회 금리 인상과 내년 2회 추가 인상을 예상하지만 과거 역사를 보면 상당히 다른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겁니다. 1994년 이후, 그해 2월을 기준으로 그해 연말 기준금리가 얼마쯤일지에 대한 시장 예측은 38bp, 다음 해 말 기준금리 예측은 103bp 틀렸다는 겁니다.
이런 부정확성은 Fed도 마찬가지입니다. 2012년에 점도표가 도입된 뒤 2월 기준 그해 말과 다음 해 말 기준금리에 대한 평균 오차는 각각 약 25bp 및 75bp였습니다. 특히 2012~2013년을 제외하면 평균 오차는 31bp, 101bp로 시장과 비슷합니다.
TS롬바르드는 "우크라이나 같은 지정학적 문제, 코로나바이러스 문제, 인플레이션 문제 등 오늘날 특히 불확실한 시대에 살고 있어 예측은 더 부정확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TS롬바르드는 "흥미롭게도 시장과 Fed 모두 미래의 긴축 기간을 과대 예측하는 경우가 많았다"라면서 "Fed가 경기 침체나 급격한 둔화 위험을 감수하려 않을 수 있고, 한동안 3% 부근의 인플레이션에 만족할 수 있으므로 지금 시장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덜 긴축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불확실성은 투자자들을 움츠러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날 매달 실시되는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글로벌 펀드 매니저 서베이, 2월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난 2월 4일부터 10일까지 실시된 설문에는 총 1조 달러의 운용자산을 가진 펀드매니저 314명이 참여했는데요.

이들이 포트폴리오에서 가진 현금 수준은 2020년 5월 이후 최고인 5.3%로 증가했습니다. 설문에 응한 투자자의 약 30%는 금리 인상과 성장 둔화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2022년 주식 약세장을 예상했습니다. 올해 증시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비율은 1월에만 해도 절반 이상이었는데, 2월에는 그 수치가 3분의 1 미만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들은 '매파적 중앙은행'을 3개월 연속 가장 큰 꼬리 위험으로 꼽았습니다. 41%가 그렇게 답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자산 거품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은 7%로 5위에 올랐습니다. 다만 조사가 긴장이 극적으로 높아지기 직전 실시됐다는 걸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매파적 중앙은행, 인플레이션을 두려워하다 보니 기술주에 대한 자산 순배분은 2006년 8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장기적인 미국 기술주 투자는 여전히 '가장 붐비는 거래'로 지목됐지만 그렇게 꼽은 매니저는 지난달 39%에서 이달 28%로 대폭 감소했습니다. 투자자들은 대신 은행, 현금, 원자재 및 유로존 주식에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투자자들은 S&P500 지수가 평균 3698까지 하락해야 중앙은행의 지원 조치인 "Fed 풋"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S&P500 지수는 이날 4471로 마감됐습니다. 지금부터 17% 이상 추가 하락해야 Fed가 지원책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