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은 파티게이트 출구·마크롱은 재선 위해 외교전에 집중
'러시아 눈치본다' 비판받던 숄츠, 젤렌스키·푸틴과 연쇄 회담
[우크라 긴장고조] '유럽 대전' 막자…영·독·프 외교전 총력(종합)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정상들은 위기 해결을 위해 외교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은 유럽 대륙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전쟁 위기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데 중심적 역할을 하고 러시아와 대립하는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을 피하기를 바라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AFP 통신 등은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전쟁 위기를 대화로 풀어보려는 영국과 독일, 프랑스 지도자가 각각의 사정 속에서 외교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태를 맞아 유럽에서 가장 분주하게 움직이는 정상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올라프 숄츠 총리 등 서방 지도자와 긴밀하게 접촉한 데 이어 지난 7∼8일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회담했다.

지난 12일에도 푸틴 대통령과 100분가량 전화 통화를 하며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위기의 '해결사'를 자처하며 외교전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이를 놓고 전문가들은 4월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마크롱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이번 사태를 자신의 지도력을 발휘할 기회로 삼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아직 공식적으로 재선 도전을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과 회담에서 뾰족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우크라 긴장고조] '유럽 대전' 막자…영·독·프 외교전 총력(종합)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14일 우크라이나 키예프를 찾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난 뒤 15일에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한다.

독일은 이번 사태에서 다른 서방 국가와 달리 러시아에 강경책을 취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 우크라이나와 일부 유럽 동맹에 비난받았다.

특히 독일은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 사업을 러시아 제재의 핵심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노르트 스트림-2 사업을 제재하면 러시아와 함께 독일도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지난 7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숄츠 총리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노르트 스트림-2 사업이 백지화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숄츠 총리는 이에 관한 명확한 언급을 피했다.

독일은 우크라이나의 무기 지원 요청도 일축해왔는데 이에 대해서도 러시아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숄츠 총리는 이번 우크라이나 방문을 통해 경제지원은 물론 무기 공급도 검토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러시아를 찾아서는 우크라이나 침공 시 미국, 유럽연합(EU), 영국과 연합해 경제 제재에 나설 것이라고 압박하면서도 동시에 러시아의 불만이 무엇인지 더 자세히 알아볼 것으로 보인다고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가디언은 전했다.

다만 가디언은 숄츠 총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며 러시아도 서방의 제재 위협에 대해 크게 걱정하는 분위기가 아니라고 전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시기에 총리실 등에서 열린 파티에 여러 차례 참석했다는 이른바 '파티게이트'로 국내에서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린 가운데 이번 주 후반 유럽의 지도자들과 회담을 이어갈 예정이다.

영국 총리실은 존슨 총리가 누구와 어디에서 만날지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가 북유럽이나 발트해 국가 수장들과 만나길 희망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총리실 대변인은 "우리가 가진 정보 내용은 러시아가 언제든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라며 "아직은 긴장을 늦출 기회가 있어 동맹과 끊임없이 협력할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우크라 긴장고조] '유럽 대전' 막자…영·독·프 외교전 총력(종합)
유럽 정상들은 이처럼 직접적인 중재 노력과 함께 여러 경로를 통해 긴장 완화를 모색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의 경우 노르망디 형식 회담도 되살리기를 바라고 있다.

노르망디 형식 회담이란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의 정부군과 친러 분리주의 반군 간 분쟁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독일·프랑스 4개국의 협상 틀을 일컫는다.

4개국 정상은 지난 2015년 2월 돈바스 지역의 평화 정착 방안을 담은 민스크 평화협정을 체결했지만, 이 지역에서 정부군과 반군의 무력 충돌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다.

이 4개국 고위 당국자는 지난달 26일 프랑스 파리에 이어 이달 11일 독일 베를린에서 노르망디 형식의 4자회담을 개최했다.

이들은 돌파구를 마련하지는 못했지만, 대화는 계속하기로 합의했다.

유럽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를 통해 대화하기를 바라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OSCE 회담을 긴급히 요청한 상태다.

OSCE는 미국, 프랑스, 독일, 영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유럽과 북미, 중앙아시아 57개국이 참여하는 안보 협력 기구다.

앞서 지난달 OSCE를 비롯해 미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러시아와 연쇄 협상을 벌였으나 구체적인 합의는 도출하지 못했다.

유럽 정상들과는 별도로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 12일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1시간가량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며 해결책을 모색했으나 별다른 돌파구 없이 끝났다.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합병한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 국경에 약 10만 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미국 정보 당국은 러시아가 이르면 올해 초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으며 이제 침공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는 이를 부인하면서 미국 등 서방에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않고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공격 무기를 배치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법적 구속력이 있는 보장을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과거 이탈리아 대통령 외교 고문을 지낸 스테파노 스테파니니는 "유럽과 유럽인들이 이번 위기에서 적극적이 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면서 "결국에는 핵심 주제가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유럽 안보 전체이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