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내 복잡…美견제 분산 효과 있지만 침공 현실화시 러 지지 리스크 커
러에 힘 실어준 中, 우크라 대사관 유지하며 사태 주시
전운이 가시지 않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중국은 러시아 쪽으로 한 발 옮겨둔 듯한 상황에서 사태 전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우크라이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현지 대사관 직원 철수 등 비상 조처에는 선을 그었다.

지난해 여름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와 탈레반의 집권 때와 비슷한 대응이다.

중국은 미국에 맞선 '현상변경' 세력인 탈레반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방이 현지 주재 인력 철수에 나서는 동안 현지 대사관 문을 닫지 않았다.

외교 소식통은 14일 "중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철수를 하지 않는 모습은 아프간 사태 때와 같은 것 같다"며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중국은 끝까지 상황을 관망하며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올림픽 개막일인 지난 4일 열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간의 회담을 계기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러시아의 입장에 힘을 실어줬다.

당시 회담을 거쳐 채택한 공동성명은 "서로의 핵심 이익과 국가의 주권, 영토의 완전함을 상호 확고히 지지한다는 것을 재확인했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확장에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나토의 확장(동진) 중단은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러시아의 핵심 요구 사항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유럽에서 미중, 미러간에 각각 벌어지고 있는 갈등의 와중에 중국과 러시아가 서로 확고히 지지한 것이 공동성명의 핵심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우크라이나와도 군사, 경제적으로 깊숙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미중 전략경쟁 속에, 반미, 핵보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등의 공통분모를 가진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더 중시하는 모양새다.

이날 왕원빈 대변인이 우크라이나 정부가 분리·독립을 선언한 자국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과 2015년 체결한 신(新) 민스크 협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됐다.

협정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 유지 방안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러시아 입장을 지지하는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중국의 '속내'는 복잡해 보인다.

중국으로선 우크라이나 긴장 상황이 중국 견제에 쏟아온 미국의 외교·안보 역량을 러시아 쪽으로 분산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긴장이 격화해 전쟁이 발발할 경우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될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특히 미국의 압박에 맞서 다자주의와 유엔, 국제법 등을 언급해온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할 경우 러시아를 지지함으로써 대다수 국제사회 구성원과 척을 지는 상황을 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대화와 협상을 강조한 중국 외교 대변인의 발언이나 미국이 전쟁 위기를 과장하고, 조장한다고 비판하는 중국 관영매체들의 최근 보도에서는 사태의 추가 악화를 경계하는 중국의 의중이 읽힌다는 분석이 많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으로선 우크라이나 사태가 미국의 관심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과도해지면 곤란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는 중국의 입장은 복잡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