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미세전류 칫솔' 히트친 프록시헬스케어..의료기기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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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기술의 진화 속도에 비해 유난히 더딘 분야가 있다. 오랄케어다. 인류는 아주 오랫동안 칫솔에 치약을 묻혀 칫솔로 치아를 문지르며 닦아왔다. 플라스틱 칫솔에 미세한 털이 달린 칫솔모는 전세계 공통이다. 이가 시리거나 불편함이 감지되면 사람들은 치약을 바꾸며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
프록시헬스케어의 김영욱 대표는 이 방식에 문제의식을 가졌다. 신개념 칫솔을 상용화하면 치태 등 각종 구강질환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행동에 나서게 된 계기가 된 건 미국 유학시절 박사학위 논문이었다. 우리가 흔히 물때라고 부르는 미생물 피막. 김 대표는 미세전류를 활용해 이 미생물막을 확인하고 제거할 수 있는 칩을 개발했고 이 논문은 미국 특허로 등록되며 인정받았다.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리서치>에도 게재됐다.
박사학위 논문으로 창업…국내 최초 미세전류 칫솔 '대박'
김 대표의 이력은 다소 독특하다. 울산대 의대를 다니던 중 진로 방향을 틀었다.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한 뒤 미 메릴랜드대에서 전기컴퓨터공학부 석·박사 과정을 공부했다. 이후 씨젠에서 장비개발팀장, 삼성전기 LCR(칩 부품) 사업부 연구원 등을 지냈다. 바이오 분야와 전기공학 분야를 골고루 경험한 셈이다. 승승장구하던 그가 인생항로를 바꾼 것은 암에 걸리고 나서였다. 대장암 1기 판정을 받아 수술을 받은 그는 병실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오랜 꿈이었던 창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로 작정했다.
미세전류 및 미생물막 관련 박사학위 논문은 창업의 기폭제가 됐다. 2019년 프록시헬스케어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제품 상용화에 착수했다. 첫 아이템을 국내 최초의 미세전류 칫솔로 정한 것도 그래서다. 치주질환, 구취, 염증 등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했다. 브랜드 이름은 '트로마츠'로 정했다. 트로마츠는 '전자기파를 활용한 예술'이라는 뜻이다.
칫솔에 건전지를 넣은 뒤 전원 버튼을 누르면 LED(발광다이오드) 등이 켜진다. 그러면서 칫솔모에 달린 전극판 두 개에 미세 전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이 미세 전류가 파동을 일으키면서 미생물 피막을 제거하며 각종 치주질환 등을 치료하는 원리다. 전류의 파동은 주변으로 퍼져 칫솔모가 잘 닿지 않는 입 속 구석구석까지 효과를 낸다. 기존 전동 칫솔처럼 진동이 느껴지거나 짜릿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울산대병원 임상시험에서 2주 만에 잇몸염증 개선 53.6%, 플라그 개선 25.5%, 입냄새 감소 등의 결과를 얻어 효과를 입증했다. 2020년 9월 출시한 트로마츠 칫솔은 딱히 이렇다 할 홍보나 광고를 하지 않았는데도 입소문 만으로 4만개 이상 판매됐다. 제품을 써 본 사람들은 "스케일링을 한 것 같다" "개운하다" 등의 반응이었다. 자극이 없기 때문에 교정기를 착용하거나 임플란트 시술을 한 사람들도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울산에 있는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고 있다. 의료기기 시장 진출…원천기술 활용해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판매량 증가에 고무된 프록시헬스케어는 오랄케어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어린이용, 반려동물용 칫솔도 출시했다. 함께 사용하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치약도 내놨다. 다소 비싼 가격(9만9000원)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해 칫솔모 및 배터리 교체가 불가능한 보급형 칫솔을 3분의 1 수준의 가격에 출시했다. 효과를 체험하게 한 뒤 본품 구입 등을 유도한다는 계산이다. 현재 각종 온라인몰에서만 판매하고 있으나 홈쇼핑 등으로 유통망을 다각화할 예정이다. 복지관과 몸이 불편한 이들에게 제품을 매달 기부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에도 신경쓰고 있다.
시발점은 칫솔이었으나 프록시헬스케어는 사실 오랄케어 업체가 아니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자체 개발한 원천기술을 보유한 만큼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 및 분야에 적용해 공격적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올 하반기엔 비염치료기를 출시하며 의료기기 시장에 뛰어든다. 코 점막에 붙은 미생물 피막을 제거해 염증을 완화하는 원리다. 예상 가격은 20만원대로 일단 이비인후과 등에 공급한 뒤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판매할 예정이다.
미생물막 제거 기술은 선박에도 응용 가능하다. 선박에 붙은 따개비나 표면에 낀 물때 등은 결국 미생물 피막이 원인이다. 해양수산부의 국책과제로 선박부착생물 제거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선박 표면 적용 기술도 연구개발 중이다. 이 밖에도 미세전류를 활용해 차량 공조장치의 곰팡이 제거 기술, 인공관절 염증 제거 기술 등도 개발하고 있다.
프록시헬스케어는 기술의 혁신성 및 확장성 등을 인정받아 120억원 가량의 투자유치를 받았다. 시장 가치는 300억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매출 목표액은 240억원이다. 삼성전기 임원 등이 대거 합류해 회사의 성장을 돕고 있다. 김 대표는 "세상에 없던 기술을 개발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게 가능하다"면서 "외연 확장에 가속도를 내 3년 안에 기업공개(IPO)를 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프록시헬스케어의 김영욱 대표는 이 방식에 문제의식을 가졌다. 신개념 칫솔을 상용화하면 치태 등 각종 구강질환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행동에 나서게 된 계기가 된 건 미국 유학시절 박사학위 논문이었다. 우리가 흔히 물때라고 부르는 미생물 피막. 김 대표는 미세전류를 활용해 이 미생물막을 확인하고 제거할 수 있는 칩을 개발했고 이 논문은 미국 특허로 등록되며 인정받았다.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리서치>에도 게재됐다.
박사학위 논문으로 창업…국내 최초 미세전류 칫솔 '대박'
김 대표의 이력은 다소 독특하다. 울산대 의대를 다니던 중 진로 방향을 틀었다.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한 뒤 미 메릴랜드대에서 전기컴퓨터공학부 석·박사 과정을 공부했다. 이후 씨젠에서 장비개발팀장, 삼성전기 LCR(칩 부품) 사업부 연구원 등을 지냈다. 바이오 분야와 전기공학 분야를 골고루 경험한 셈이다. 승승장구하던 그가 인생항로를 바꾼 것은 암에 걸리고 나서였다. 대장암 1기 판정을 받아 수술을 받은 그는 병실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오랜 꿈이었던 창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로 작정했다.
미세전류 및 미생물막 관련 박사학위 논문은 창업의 기폭제가 됐다. 2019년 프록시헬스케어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제품 상용화에 착수했다. 첫 아이템을 국내 최초의 미세전류 칫솔로 정한 것도 그래서다. 치주질환, 구취, 염증 등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했다. 브랜드 이름은 '트로마츠'로 정했다. 트로마츠는 '전자기파를 활용한 예술'이라는 뜻이다.
칫솔에 건전지를 넣은 뒤 전원 버튼을 누르면 LED(발광다이오드) 등이 켜진다. 그러면서 칫솔모에 달린 전극판 두 개에 미세 전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이 미세 전류가 파동을 일으키면서 미생물 피막을 제거하며 각종 치주질환 등을 치료하는 원리다. 전류의 파동은 주변으로 퍼져 칫솔모가 잘 닿지 않는 입 속 구석구석까지 효과를 낸다. 기존 전동 칫솔처럼 진동이 느껴지거나 짜릿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울산대병원 임상시험에서 2주 만에 잇몸염증 개선 53.6%, 플라그 개선 25.5%, 입냄새 감소 등의 결과를 얻어 효과를 입증했다. 2020년 9월 출시한 트로마츠 칫솔은 딱히 이렇다 할 홍보나 광고를 하지 않았는데도 입소문 만으로 4만개 이상 판매됐다. 제품을 써 본 사람들은 "스케일링을 한 것 같다" "개운하다" 등의 반응이었다. 자극이 없기 때문에 교정기를 착용하거나 임플란트 시술을 한 사람들도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울산에 있는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고 있다. 의료기기 시장 진출…원천기술 활용해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판매량 증가에 고무된 프록시헬스케어는 오랄케어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어린이용, 반려동물용 칫솔도 출시했다. 함께 사용하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치약도 내놨다. 다소 비싼 가격(9만9000원)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해 칫솔모 및 배터리 교체가 불가능한 보급형 칫솔을 3분의 1 수준의 가격에 출시했다. 효과를 체험하게 한 뒤 본품 구입 등을 유도한다는 계산이다. 현재 각종 온라인몰에서만 판매하고 있으나 홈쇼핑 등으로 유통망을 다각화할 예정이다. 복지관과 몸이 불편한 이들에게 제품을 매달 기부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에도 신경쓰고 있다.
시발점은 칫솔이었으나 프록시헬스케어는 사실 오랄케어 업체가 아니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자체 개발한 원천기술을 보유한 만큼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 및 분야에 적용해 공격적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올 하반기엔 비염치료기를 출시하며 의료기기 시장에 뛰어든다. 코 점막에 붙은 미생물 피막을 제거해 염증을 완화하는 원리다. 예상 가격은 20만원대로 일단 이비인후과 등에 공급한 뒤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판매할 예정이다.
미생물막 제거 기술은 선박에도 응용 가능하다. 선박에 붙은 따개비나 표면에 낀 물때 등은 결국 미생물 피막이 원인이다. 해양수산부의 국책과제로 선박부착생물 제거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선박 표면 적용 기술도 연구개발 중이다. 이 밖에도 미세전류를 활용해 차량 공조장치의 곰팡이 제거 기술, 인공관절 염증 제거 기술 등도 개발하고 있다.
프록시헬스케어는 기술의 혁신성 및 확장성 등을 인정받아 120억원 가량의 투자유치를 받았다. 시장 가치는 300억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매출 목표액은 240억원이다. 삼성전기 임원 등이 대거 합류해 회사의 성장을 돕고 있다. 김 대표는 "세상에 없던 기술을 개발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게 가능하다"면서 "외연 확장에 가속도를 내 3년 안에 기업공개(IPO)를 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